4월 22일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기자 시사회가 서울극장에서 있었습니다.
이번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어서 그런지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영화를 지켜봤습니다.
상영전에 홍감독, 성현아, 유지태, 김태우 등이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했고, 상영후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엉거주춤한' 작품입니다.
일어선 것도 아니요, 앉은 것도 아닌 엉거주춤은 그만큼 장단점을 갖고 있지요.

평소 기존의 영화들이 너무 많은 얘기를 해서 관객의 상상폭을 제한하는 완전히 일어선 작품이라고
불만을 가졌던 분들에게는 장점이 돋보일 것입니다.
반면 영화는 얘기가 분명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작품은 쭈그리고 앉은 채
일어설 생각을 안하는 단점이 부각될 것입니다.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분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일 황당했던 것은 영화가 느닷없이 끝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인생이 느닷없이 왔다가 느닷없이 가는 것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더군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뒤에서 황당하다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더 황당했던 것은 기자회견때였습니다.
도대체 여자가 남자의 미래인 이유는 영화속에서 찾기가 쉽지 않던데, 어디 있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홍감독 왈, "제목은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어느 날 이 문장을 봤는데 끌리더라구요.
그래서 붙였습니다. 제목은 문장일 뿐입니다."
그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이런 식입니다.

홍 감독 왈, "저는 줄거리를 세우고 여기 맞춰 장면을 찍지 않습니다. 문득 영감이 떠오르면
그 장면을 찍습니다.
그렇게 찍은 그림 조각을 모아서 편집할 때 줄거리를 만들고 필요없는 것들은 버립니다."

어떤 분은 이런 점이 홍감독 영화의 매력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올드보이'이후 제법 무게가 느껴지는 유지태의 연기도 좋았고, 홍감독을 연상케 하는
김태우의 어눌한 연기도 영화와 잘 어울렸습니다.
성현아도 열심히 했습니다만 대사 처리에 문제가 있더군요.

대본을 외워서 하는 티가 너무 났습니다.
대사라는게 마치 생활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책을 외워서 말하는 것처럼 띄어쓰기가
제대로 안 된 대사는 어색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홍감독 특유의 성적 묘사가 살아 있습니다.
생각보다 강도가 약했다는 분도 있던데, 행동보다는 언어 희롱이 강한 편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칸이 도대체 이 영화의 무엇을 보고 반했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묘미는 서로 반대로 치고 받는 대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인들이 그런 대사의 묘미를 알리도 없을 테고, 어디에 반한건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칸 영화제에 진출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5월5일 어린이날에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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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