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블루레이)

울프팩 2016. 7. 3. 00:30

프랑스의 지성 장 폴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완전한 인간"이라고 평했다.
게바라는 안락한 의사의 삶을 버리고 험난한 사회주의 혁명의 길로 들어서 쿠바 혁명의 영웅이 됐다.

 

그렇지만 영웅으로 추앙받는 그의 삶과 죽음은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게 아니다.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찬 그의 젊은 시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의대생이었던 체 게바라는 23세때인 1951년에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포데로사'라고 이름을 붙인 모터사이클을 타고 8개월 동안 남미 대륙을 여행했다.
그는 이 기간에 남미 민중들의 삶을 돌아보고 현실에 눈뜨게 된다.

 
이때의 경험이 그를 사회주의 혁명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 여행은 그에게 삶의 분기점이었다.

체 게바라는 여행 경험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 일기'라는 책으로 내놓았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제작하고 '중앙역'으로 1998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받은 브라질의 월터 살레스 감독이 연출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 2004년)는 이 책을 토대로 삼았다.

'이투마마'로 베니스 영화제 신인 남우상을 받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체 게바라로 나오는 이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려고 애썼다.
체 게바라가 의료 봉사 활동을 했던 브라질의 나환자촌 산파블로, 페루의 마추픽추, 칠레 광산, 아르헨티나의 아타카마 사막 등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남미의 수려한 영상이 눈길을 끈다.

그렇지만 눈길을 빼앗는 영상만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미진한 구석이 있다.
게바라의 섬세한 변화를 영상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원작을 읽지 못했다면 나환자촌에서 생일을 맞은 게바라가 느닷없이 남미 민중의 단결을 외치며 건배를 들어 좌중을 어색하게 만들었던 장면 만큼이나 그의 변화가 생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려면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한 뒤 눈과 귀로 영상과 음악을 쫓는게 좋을 듯 싶다.

 
이 작품은 음악이 영상과 댓구를 잘 이룬다.
구스타보 산티올라야가 남미 각국의 음악을 골고루 영화에 사용해 독특한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 덕분이다.

이 작품 뿐 아니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도 베네치오 델 토로를 주연으로 체 게바라의 생애를 다룬 영화 '체'(Che)를 제작했다.
한동안 할리우드에서 잇따라 체 게바라 영화를 만든 것을 보니 1997년 그의 사망 30주기를 맞아 불었던 체 게바라 열풍이 생각난다.

당시 그의 평전은 물론이고 음반, 화보집, 티셔츠 등 체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힌 상품들이 범람했다.
그곳에 있던 체 게바라는 자본주의의 상품에 불과했다.


그렇다 보니 할리우드에서 잇따라 제작된 체 게바라의 영화들도 우려섞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은 노골적인 상품으로 포장하지는 않았지만 진정한 게바라를 찾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영상을 오래된 영화처럼 보이게 한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입자가 두드러지고 디테일이 떨어진다.

 

특히 어두운 장면에서 디테일이 많이 묻히며 윤곽선이 두텁다.

여기에 초점이 맞지 않는 장면도 있으며 핸드헬드 촬영을 남발해 어지럽기까지 하다.

 

DTS 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방향감이 살아 있어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배우와 제작진 인터뷰, 제작과정, 삭제장면, 실제 알베르토 그라나도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작진은 게바라가 여행했던 순서대로 찾아다니며 촬영했다.

두 사람의 여행은 당시 29세였던 모험을 좋아한 그라나도가 주도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내성적이었던 게바라가 서서히 바뀌면서 여행을 이끌게 됐다.

아르헨티나 배우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가 알베르토 그라나도를 연기. 그는 아르헨티나 TV에 많이 나온 배우다.

두 사람이 타고 여행한 오토바이는 영국 노턴사가 만든 500cc 싱글엔진 모터사이클이다. 제작진은 개조한 제품을 포함해 5대의 오토바이로 촬영. 그 중 충돌사고 장면은 스즈키 제품을 노턴처럼 보이게 꾸민 뒤 촬영.

살레스 감독은 실제 여행 느낌이 나도록 하기 위해 배우들에게 여행 중 만나는 일반인들과 즉석에서 연기를 하도록 시켰다. 브라질 최대의 나환자촌 산파블로 장면에서도 현지 거주하는 실제 나병 환자들이 출연했다.

마추픽추를 찾아간 두 사람. 게바라는 볼리비아에서 반 정부군의 게릴라 활동을 지원하던 도중 1967년 10월 총격전 끝에 부상을 당한 뒤 잡혀 사살됐다. 이 작품의 모태가 된 이 책은 그가 죽은 뒤 발견돼 1993년 쿠바에서 처음 출판됐다.

게바라 역을 맡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오른쪽).

영화 말미에 나오는 이 노인이 실제 알베르토 그라나도이다. 그는 쿠바에 산티아고의과학교를 설립했고 쿠바 제약산업 발전을 도왔다. 그의 경험 또한 영화 촬영에 도움이 됐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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