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울프팩 2005. 4. 19. 14:39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년)는 공포물이 아니다.
흥행을 의식해 '여고괴담' 속편 형태로 제목을 붙였지만 내용은 여고생들의 교환일기와 동성애 등을 다룬 성장영화에 가깝다.

차라리 공포물보다 금기시된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강조했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두 감독도 이를 의도한 듯 정작 공포물에 가까운 영상들을 대부분 배제해 어중간한 작품이 됐다.

여기에 상영시간의 압박 때문에 상당 부분을 편집에서 드러내다 보니 제대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소수의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비록 공포물로서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 기존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여고생들의 문화와 사랑을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무려 6장의 디스크로 재출시된 UE판 DVD 타이틀은 기존판에 비해 화질, 음향이 개선되고 부록이 크게 늘어났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HD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서 과거에 나온 기존판 DVD 타이틀보다 화질이 한결 낫다.
그렇지만 원본 필름에 남아있는 잡티와 스크래치 등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음향은 묵직한 저음과 서라운드 효과가 보강된 DTS를 지원한다.
UE판 DVD 타이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별도로 수록된 3시간 분량의 가편집판이다.

효과음 등을 녹음하기 전에 임시로 편집해 놓은 가편집판을 보면 감이 안 잡혔던 내용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효신의 동성애 대상이 된 시은을 연기한 이영진은 실제로는 수영을 못한다. 잠실 실내수영장 다이빙풀에서 촬영한 초반 수중 씬은 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역을 했다.
사건은 효신(박예진)과 시은(이영진)의 비극적 사랑에서 비롯된다.
아울러 또 다른 비극의 축은 선생(백종학)과 효신의 금기시된 육체적 사랑이다. 극장판에서는 유부남 선생이 효신의 이별 선언을 받아들이지 못해 울부짖는 장면 등이 삭제됐다.
두 가지 금단의 사랑이 수돗가에서 소민아(김민선)가 주운 효신과 시은의 공동일기를 통해 드러난다. 김민선의 극 중 이름인 소민아는 젤소미나에 대한 오마주다.
김민선과 공효진의 연기가 돋보였다. 공효진이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선생의 수업을 찍는 장면은 경복여상에서 실제 있었던 일로, 학생들이 퇴학당할 뻔했다.
무대가 된 탁 트인 홀과 뾰족한 지붕을 가진 이 학교는 송파구에 있는 창덕여고.
급기야 효신은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시은에게 키스한다. 이 장면은 1993년 모 여고에서 실제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했다. 당시 효신처럼 키스를 시도한 학생은 퇴학당했으며 시은처럼 키스를 받은 학생은 자퇴했다는 후문.
극장판에서는 목욕 장면이 키스 사건 후 효신이 목욕하는 이 장면뿐이지만, 가편집판을 보면 효신과 시은이 함께 욕조에 들어가 대화도 나누고 특이한 행동을 하는 등 여러 장면이 나온다.
결국 효신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해답을 자살에서 찾는다.
효신의 죽음 이후 기괴한 현상이 잇따른다. 그러나 극장판에서는 여선생이 수업 중 다리에 피를 흘리고 치아가 부러지며, 교감이 피를 토하는 에피소드가 모두 삭제됐다. 그나마 공포감을 줄만한 장면을 빼버리는 바람에 팥 없는 찐빵 꼴이 됐다.
죽은 효신의 영혼이 학교 안의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장면. 두 감독은 이 부분의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내가 창피해?" "그래, 난 네가 창피해." 죽음의 도화선이 된 이 대사는 이 영화의 상징처럼 마니아들 사이에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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