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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카사블랑카(4K)

울프팩 2022. 11. 19. 16:51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에 만든 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2년)는 전쟁 속에서 싹튼 사랑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국내에 잉그리드 버그만이라는 여배우를 처음 알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가는 무엇보다 고독과 우수가 짙게 배인 험프리 보가트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를 세상에 널리 알린 데서 찾을 수 있다.

험프리 보가트는 주인공을 맡아 특유의 우울한 표정으로 전쟁 때문에 사랑을 잃고 괴로워하는 속 깊은 사나이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는 지금 보면 평범하고 도식적인 줄거리지만 당시로서는 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절절한 로맨스였다.

이를 살린 것은 똑 떨어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깔끔한 줄거리, 유려한 촬영술이었다.
특히 은은하게 빛나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천사 같은 미모와 떨어지는 빗물에 잉크가 눈물처럼 번지는 편지 등 로맨티시즘의 극치를 이루는 영상이다.

덕분에 이 영화는 1943년 아카데미 작품, 감독, 각본상을 받았다.
이 영화가 당시 미국에서 일었던 반 나치 분위기를 타고 크게 성공하면서 덩달아 영화 속 피아니스트 샘을 연기한 둘리 윌슨이 부른 ‘As time goes by'도 함께 히트했다.

그만큼 음악을 감성적으로 적절하게 잘 활용했다.
옛날 영화인데도 컷 전환이 빨라 요즘 봐도 어색하지 않다.

고전의 향기가 어떤 것인 지 제대로 보여주는 명작.
무려 67년 세월이 흐른 뒤에도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을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영상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4K 타이틀은 4대 3 풀 스크린 영상을 지원한다.

흑백 화면의 영상은 1940년대 영화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질이 경이롭다.
완벽한 복원기술 탓인지 오래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로줄 현상은 물론이고 잡티 하나 없다.

다만 옛날 영화인 만큼 선명도가 떨어지는 문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가끔 잉그리드 버그만의 클로즈업 화면이 초점이 안 맞은 아웃포커스 영상처럼 흐릿하게 나타나는 것은 화질의 문제가 아니라 신비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촬영한 것.

DTS HD MA 2.0 채널의 음향은 별다른 노이즈 없이 대사가 또렷하게 전달된다.
부록은 예전 60주년 기념 SE판으로 나온 DVD 타이틀 내용이 한글 자막과 함께 그대로 수록됐다.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와 영화사가 루디 벨머 등 2편의 음성 해설 및 험프리 보가트의 아내였던 로렌 바콜의 회고 영상과 삭제 및 NG 장면, 1955년 제작된 TV용 단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부록이 한글 자막과 함께 제공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고교 교사였던 머레이 버넷이 연극 대본으로 쓴 원작 대본의 제목은 '모두 릭의 카페로 모인다'였다. 제목 카사블랑카는 스페인어로 하얀 집이라는 뜻.
이 작품의 최고 스타는 단연 험프리 보가트다. 이전까지 악역 등 터프 가이를 주로 연기했던 그는 이 작품 이후 로맨티스트로 이미지 변신을 했다.
그리스 조각처럼 아름다운 잉그리드 버그만. 촬영 당시 커티즈 감독은 버그만의 눈이 반짝이도록 아주 작은 조명을 따로 눈에 비췄다. 버그만은 측면과 4분의 3 각도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해 그런 샷이 많다.
원래 험프리 보가트 역할은 로널드 레이건이 할 예정이었으나 군 입대 때문에 보가트에게 넘어갔다.
험프리 보가트는 이 장면에서 쿠션을 깔고 앉았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키가 173cm로 168cm인 보가트보다 컸기 때문.
험프리 보가트는 영화 '빅 슬립'에 함께 출연한 배우 로렌 바콜과 1945년 결혼했고, 1957년 사망했다.
마이클 커티즈 감독은 버그만이 예쁘게 보이도록 필터를 사용해 조명을 부드럽게 거르는 등 각별히 신경 썼다.
처음에는 윌리엄 와일러에게 감독 제의를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헝가리 이민자 출신 커티즈 감독은 영어를 잘 못했다.
전쟁통에 촬영하느라 현지 로케는 꿈도 못 꾸고 대부분 LA 워너 스튜디오에서 촬영. 뒤의 배경은 그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는 나치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 정권인 프랑스의 비시 정부 통제를 받았다. 카사블랑카 거리는 워너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
벽화 속 인물이 비시 정부 수반 페탱 원수. 커티즈 감독은 그림자를 능숙하게 사용해 장면의 분위기를 잘 전달했다.
벨기에인 망명객으로 나온 여인은 당시 워너브라더스 사장 잭 워너의 의붓딸 조이 페이지다. 그는 잭 워너의 두 번째 부인이 데려왔다.
모형 비행기를 이용한 촬영.
도둑으로 나온 피터 로레는 실제 보가트의 친구다. 그는 '말타의 매'에서도 보가트와 함께 출연했다.
영화만큼 유명한 삽입곡 'As Times Goes By'를 부른 둘리 윌슨. 그는 피아니스트를 연기했지만 원래 드럼 주자로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
스튜디오에서 비행장 장면을 촬영하다 보니 원근법을 나타내려고 난쟁이들을 기용해 멀리 있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촬영. 이 작품은 촬영하면서 대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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