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트레인스포팅 (블루레이)

울프팩 2011. 4. 4. 04:56

과연 마약을 하면 어떤 느낌이며 어떻게 망가지는가.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 1996년)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작진은 "마약 영화가 아니라 남자의 우정에 대한 영화"라고 강변하지만, 이 영화는 마약 중독을 적나라하게 다뤄 화제가 됐다.
원작은 마약 중독 경험이 있는 어빈 웰시의 소설이다.

보일 감독은 감각적인 빠른 영상과 판타지적인 묘사로 원작의 맛을 살렸다.
특히 헤로인에 취한 느낌이나 금단 증세 등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했다.

더불어 이완 맥그리거, 이완 브렘너, 켈리 맥도널드, 로버트 칼라일 등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다.
이들은 헤로인에 찌든 악동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연기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영상 못지 않게 영화를 살린 것은 블러, 이기팝, 오아시스, 데이비드 보위 등의 브릿팝이다.
보일 감독의 감각적 영상 위로 쏟아지는 브릿팝들은 이 작품을 한 편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다.
그만큼 영상과 음악,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다소 오래된 작품이다보니 입자가 거칠고 배경이 지글거린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무난하다.
특별히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지만 브릿팝들을 깔끔하게 들려준다.

감독 음성해설, 삭제장면, 제작과정, 배우와 제작진 인터뷰, 칸 영화제 스케치 등 다양한 부록이 들어 있다.
감독 음성해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질주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미처 눈이 못따라갈 만큼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뒤에 보이는 경찰 중 하나가 이 작품의 각본을 쓴 존 호지다.
소설의 배경은 에딘버러지만 촬영은 글래스고에서 했다. 제작진은 글래스고에 빈 담배 공장을 빌려 14개의 세트를 만들어 촬영.
영화는 헤로인 중독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이를 위해 과거 중독자였던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제작진이 포인트를 맞춘 것은 마약중독보다는 남자들의 우정이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축구를 집어 넣었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됐던 것은 마약 중독 못지 않게 지저분한 장면들 때문이다. 변기를 휘젓는 더러운 장면은 초콜릿을 풀어놓고 촬영.
더러 술에 떡이 된 사람들로부터 다음날 똥을 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 그런 장면이 나온다. 특히 여자 친구 가족들을 똥 범벅으로 만드는 장면은 더럽게 웃기다.
아기가 천장을 기어가는 장면은 인형을 이용해 촬영. 그렇다보니 다소 어색하다.
마약 중독 못지 않게 악몽같은 금단 증세를 잘 표현했다.
많은 부분이 나오지 않지만 눈에 띄는 연기를 한 켈리 맥도널드.
켈리 맥도널드는 이 작품 출연을 계기로 얼굴을 알려 '내니 맥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에 출연.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배우는 역시 주연인 이완 맥그리거.
원작자인 어빈 웰시도 마약상으로 깜짝 출연. 웰시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16세때 학교를 그만두고 헤로인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그가 처음 출간한 이 책은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풍경을 영상에 잘 담았다.
반대로 런던의 번잡한 풍경은 스코틀랜드와 대조를 이룬다.
이 영화는 마약 중독자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했지만, 반면 미화했다는 비난도 들었다.
이완이 변기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각색가 존 호지가 영화 '나이트메어'에서 여배우가 욕조에서 잠들어 물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장면을 따왔다.
이 영화는 현대의 스코틀랜드 실상을 알린 영화로 꼽힌다. 그만큼 스코틀랜드 사투리가 많이 등장해 영국인들도 대사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물며 외국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대니 보일 감독은 와이드 스크린을 충분히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이다. 더불어 클로즈업 등 마이크로한 영상에도 능하다. 그만큼 영상 감각이 탁월하다.
옆으로 누워버린 독특한 앵글. 이 위로 브릿팝이 흐르면서 이 작품을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었다.
트레인스포팅이란 제목은 영국에서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 번호를 맞추는 게임에서 따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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