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원더풀 라디오

울프팩 2012. 1. 6. 19:06
같은 라디오를 소재로 어쩜 이렇게 극 과 극에 놓인 작품을 만들었을까.
권칠인 감독의 '원더풀 라디오'(2012년)를 보면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가 떠오른다.

'원더풀 라디오'는 왕년 인기 걸그룹 멤버였으나 지금은 한 물 가서 DJ만 하는 여가수(이민정)가 성질 고약한 PD(이정진)를 만나 티격태격 끝에 인기도 얻고 사랑도 얻는 내용이다.

'원더풀 라디오'와 '라디오스타'는 한 물 간 스타가 라디오DJ로 돌아서는 구성이 비슷하다.
못된 성질머리 누르고 주변 사람들과 융화하며 노래로 재기하는 과정도 닮았다.

그런데 '라디오스타'는 진한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데 비해 '원더풀 라디오'는 더 할 수 없는 유치함으로 황망하게 만든다.
이유가 뭘까.

'라디오스타'처럼 기름기 쫙 뺀 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토막토막 이어지는 뻔한 에피소드들은 억지로 웃기거나 억지로 눈물을 빼려고 안간힘을 쓴다.

상투적인 내용 속에 상황과 대사가 과장되다보니 배우들의 연기도 허황돼 보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간간히 등장하는 김태원 이승환 컬투 등 카메오들마저 몸짓과 표정이 과장돼 보인다.

현직 라디오PD가 시나리오를 썼다는데, 어째 이토록 현실감이 없고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지 불가사의다.
그렇다보니 2시간이라는 상영 시간이 그렇게 길고 지루할 수 없다.

여기에 없는 듯 있는 듯 희미한 로맨스마저 손발이 오글거릴 만큼 민망하다.
개그콘서트 같은 오락프로의 코너로 쓰였으면 딱 좋을 이야기를 지나치게 늘린 느낌이다.

한마디로, 함량 미달이다.
이정진, 김정태, 이광수, 김해숙, 정엽, 김종국, 달샤벳, 장항준 등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연예오락프로그램처럼 산만할 뿐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단 하나, 엔딩에 흐르던 노래다.
'참 쓰다'라는 노래는 이승환이 작곡하고 주연배우인 이민정이 불렀다는데 꽤 괜찮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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