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마셰티 (블루레이)

울프팩 2017. 4. 25. 20:44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마셰티'(Machete, 2010년)는 B급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광폭한 액션과 과장된 특수효과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만큼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 '플래닛 테러' '씬 시티' 등 로드리게즈 감독의 과격한 영화들을 좋아한다면 아주 즐겁게 볼 만한 작품이다.
반면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없거나 B급 영화가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더없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는 신체 절단이 예사롭지 않게 나온다.
우리의 주인공 대니 트레조가 마체테라고 부르는 정글도를 애용하는 탓에 악당들의 팔다리는 물론이고 머리를 무 자르듯 잘라 버린다.

여기에 총격전이 난무하고 생전 누드를 보여준 적 없는 제시카 알바와 린제이 로한이 뭣에 홀렸는지 모르지만 과감하게 전라 연기를 한다.
마초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선물일 수밖에 없다.

내용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단순하다.
경찰관이었던 주인공 마셰티(대니 트레조)가 마약범죄조직의 함정에 빠져 가족을 잃은 뒤 복수하는 내용.

하지만 단순한 내용 뒤에 묵직한 메시지도 있다.
악당들의 피해 대상은 주로 미국에 불법 이주한 멕시코계 노동자들이다.

미국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싼 값에 일하다 보니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에 쉽게 빠져든다고 보고 이들을 막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허용하되 노동력의 이동을 막아 중남미 국가들을 저임금 노동력의 산실로 만들어버리는 신자본주의의 실상이 숨어 있다.

결국 기업들이 외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허상도 이와 연결돼 있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이를 B급 무비라는 틀 속에서 과격하고 적절하게 꼬집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마냥 싸구려 저속한 영화로만 볼 수 없다.
언제나 그렇듯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재기와 개성이 넘쳐흐르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초반 장면은 일부러 싸구려 영화처럼 보이도록 필름 손상 흔적을 넣었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디테일이 좋고 황량한 느낌의 색감도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음량이 요란한 편이며 총소리가 둔중하게 터져 나와 액션 장면에 박력을 더 한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부록이 전혀 없었는데, 이번에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쌍둥이로 출연한 제시카 알바 이야기 등 삭제 장면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개성 강한 외모의 대니 트레조가 주인공 마셰티를 맡았다. 마셰티는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 '데스페라도'에서 악당으로 등장한 캐릭터다. 당시에도 잠깐 나왔지만 트레조 덕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B급 영화라고 만만히 보면 안 된다.  할리우드에서는 적은 돈인 1,000만 달러로 만들었지만 내로라하는 대스타들이 헐 값에 줄줄이 출연했다. 로버트 드 니로가 못된 상원의원으로 출연.
이 작품의 시작은 로드리게즈 감독이 '플래닛 테러'를 만들며 장난처럼 끼워 넣은 가짜 영화 예고편이었다. 그런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자 로드리게즈 감독과 6촌인 대니 트레조가 집요하게 감독을 설득해 영화로 만들었다.
황당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의 창자를 뽑아 들고 달아나는 장면. 창자의 길이는 18m다.
제시카 알바도 주인공을 돕는 경찰로 등장, 전라의 샤워 연기를 펼쳤다.
1985년 '폭주기관차'로 영화 데뷔한 대니 트레조는 '데스페라도' '히트' '황혼에서 새벽까지' '콘에어'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마약거래와 무장강도 등으로 11년간 옥살이를 했다.
성당에서 '아베마리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슬로 모션으로 벌어지는 총격전은 영화 '첩혈쌍웅'의 성당 장면을 연상케 한다. 비둘기만 없을 뿐 총탄에 부서지는 초, 의자 사이를 뛰어다니며 벌이는 총격전을 보면 홍콩  누아르 팬인 로드리게즈 감독이 충분히 '첩혈쌍웅'을 참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이 작품을 '데스페라도'처럼 3부작으로 만들 생각이란다. 속편 '마셰티 킬스'에 멜 깁슨도 합류할 예정이란다.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칼인 마체테는 원래 정글에서 길을 트는 벌목도다. 영화에서 과장되게 칼을 크게 표현했으나 군대에서도 사용한다.
원래 마체테는 칼날이 무디고 무겁다. 그래서 칼의 무게로 나무줄기 등을 자연스럽게 자를 수 있다.
'플래닛 테러'에 나온 로드리게즈 감독의 쌍둥이 조카들이 출연. 군대용 정글도는 칼집에 숫돌이 붙어 있어서 넣고 빼기를 반복하면 칼날을 날카롭게 갈 수 있다.
지하조직 리더로 등장하는 미셀 로드리게스. 국내에서는 벌목도가 낫처럼 작업용 도구로 분류돼 도검소지 허가 없이 살 수 있다.
대니 트레조는 사전에 로드리게즈 감독에게 전화를 자주 걸어 이 작품의 촬영을 재촉했다. 로드리게즈 감독이 귀찮아서 "문자를  보내라"고 하자 트레조는 "마셰티는 문자를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인상적인 이 말이 대사가 됐다.
린제이 로한이 악당 두목의 딸로 등장. 그러나 사고를 치고 감옥을 가는 바람에 미국 개봉 포스터 등에서 삭제됐다.
스티븐 시걸이 악당으로 등장. 이제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돼서 예전에 날렵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빠른 손놀림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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