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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블루레이)

울프팩 2014. 11. 15. 16:55

언젠가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고 압도적인 영상미에 입을 다물지 못한 영화가 있다.
바로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The Fall, 2006년)이다.

짧은 시간에 그토록 놀라운 영상을 선보였으니 본편은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DVD로만 봤다.
지금도 극장 상영을 놓친 것이 참으로 후회된다.

이 영화는 위대한 작가의 예술적 집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걸작이다.
인도계인 타셈 싱은 1981년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를 보고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해 15년 동안 판권 섭외에 매달렸다.

판권을 확보한 뒤 뮤직비디오 촬영 등을 하며 17년 동안 촬영 장소를 물색했다.
뿐만 아니라 순수한 아이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재창조할 수 있는 주인공 소녀를 찾기 위해 7년을 보냈다.

준비가 끝나자 다시 4년 반 동안 무려 전세계 28개국을 돌며 촬영했다.
물론 기간이 겹치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기획부터 완성까지 타셈 싱 감독의 약 20년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동안 싱 감독은 6,500만달러에 이르는 제작비 상당 부분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붓다시피 했고, 애인마저 그의 집념에 혀를 내두르며 떠나갔다.
그렇게 해서 영상미학의 최고봉을 선보이는 이 영화가 태어났다.

이 영화는 치유와 회복에 대한 작품이다.
사랑을 잃고 절망의 끝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남자가 아이를 통해 다시 희망을 되찾는 내용이다.

이 과정이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남자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그만큼 남자가 지어낸 이야기에는 절망과 아픔이 배어 있고, 소녀가 꿈꾸는 결말에는 희망이 녹아 있다.

은유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내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압권은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이다.
단 한 장면도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실사 촬영을 고집한 이 영화는 정말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긴 하지만 강렬하고 현란한 색감을 잘 살린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음향은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삭제장면과 제작과정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음성해설 자막에 더러 오탈자가 있어 눈에 거슬린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초반 흑백장면은 남아프리카에서 촬영. 

LA 병원 장면은 남아프리카의 한 정신병원 한 동을 전부 빌려서 촬영했다. 

황금색 모래바다가 펼쳐지는 사막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에서 촬영. 앙골라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걸쳐 있는 이 곳은 수분이라고는 아침마다 깔리는 옅은 안개 뿐이다. 나미브는 나마 족 언어로 '아무 것도 없는 땅'이라는 뜻이다. 이 곳은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촬영차 10번을 방문했다. 

환상 속 기이한 5명의 특공대가 모인 섬은 피지 제도 가운데 하나인 버터플라이 리프라는 암초에서 촬영. 섬 모양이 위에서 보면 나비 모양 같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싱 감독은 광고 촬영을 하면서 이 곳을 발견해 영화에 사용했다. 제대로 된 섬 모양은 하늘에서만 볼 수 있다. 

여인이 자유를 위해 죽음을 찾는 미로는 인도 라자스탄주 자이푸르에 위치한 400년된 천문대인 잔타르마타르를 활용. 잔타르마타르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마법의 장치라는 뜻. 20개의 건조물들이 모두 행성의 위치를 측정하는데 쓰인 이 곳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여인이 오르는 해시계인 삼라트얀트라의 높이는 27m. 싱 감독은 카메라 각도를 조정해 주변에 걸리는 건물을 배제해 환상적인 그림을 만들었다. 

바다를 헤엄치는 코끼리가 복수를 위해 뭉친 5인의 특공대를 절해고도에서 구해내는 장면은  인도 아만다 제도에서 촬영. 

히말라야 촬영 때 등장하는 폭발하는 나무는 제작진이 심었다. 

타셈 싱 감독은 미국 유학 중 영화서적을 읽고 영화에 빠졌다. 이를 반대한 아버지는 아들과 연을 끊었다. 

영상감각이 남다른 싱 감독은 환상적인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해 REM의 걸작 뮤직비디오 'Losing My Religion'을 비롯해 수 많은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나이키 코카콜라 리바이스 등의 CF를 찍으며 최고의 CF 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다. 히말라야에서 촬영한 붉은 천 장면은 커다란 천을 칠하기 어려워 유일하게 특수효과를 사용했다. 

집단의식 장면은 발리에서 촬영. 

특공대가 마차를 습격하는 장면은 해발 3,500~5,000m 고지대인 인도 라닥 지역의 수도인 레에서 촬영. 이곳은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로 둘러싸인 분지다. 

6세된 루마니아 소녀 카틴카 언타루가 주인공 소녀를 연기. 싱 감독은 일부러 영화를 한 번도 본적없는 아이를 발탁했다. 그는 이 아이의 공상을 그때 그때 대본에 반영했다. 카틴카는 영어를 할 줄 몰랐으나 촬영하면서 영어가 늘었다. 

감독과 일부 제작진은 주연배우 리 페이스가 실제 불구인 것처럼 소녀와 다른 제작진을 속이고 영화 속 이야기 순서대로 촬영했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호텔'에도 나오는 우다이푸르에서 촬영. 이 곳은 수심이 1m도 안돼 줄을 묶어 배를 끌었다. 

이 영화는 대본이 없고, 매일 상황만 주어졌다. 그 바람에 배우들을 비롯해 제작진도 전체 그림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 

잊을 수 없는 아그라의 타지마할. 건물 내부는 신을 벗고 맨 발로 들어가야 한다. 따로 신발 보관대가 있는게 아니어서 신발을 분실하는 경우가 많다. 따로 돈을 받고 봐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돈과 신발을 모두 챙겨서 갖고 가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터키의 메블리나 사원 사제들이 추는 수피춤을 연상케 하는 결혼 축하연. 수피춤은 일종의 종교의식이다. 

히말라야에서 촬영한 장면. 말을 타고 달리며 바닥에 말발자국으로 웃는 사람의 표정 같은 그림을 그렸다. 

온통 푸른색이어서 블루시티로 유명한 인도 라자스탄의 조드푸르시. 멀리 메랑가르 성채가 보인다.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들이 푸른색으로 칠하면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파랗게 칠했다. 싱 감독은 주민들에게 페인트를 무료 제공하고 낡은 벽을 새로 칠한 뒤 촬영. 

인도 아바네리에 있는 찬드바오리 저수지에서 촬영한 장면. 1,200년 전 찬드라 왕이 만든 이 곳은 깊이 30m의 세계에서 가장 큰 우물이자 목욕탕이다. 

무려 13층으로 된 3,500여개의 계단은 수량을 재기 위해 사용했단다. 싱 감독 덕분에 알려지면서 이 곳에서 촬영한 영화들이 몇 편 등장했다. 

1961년생인 싱 감독은 유명 예술학교인 패서디나 아트센터를 졸업해  '더 셀' '신들의 전쟁' 등을 만들었다. 

인도의 3대 성채이자 인도에서 가장 크다는 메랑가르성채. 블루시티인 조드푸르시 꼭대기에 있는 이 곳은 122m 높이의 바위 언덕 위에 서 있다. 웅장한 건물과 실내 장식으로 유명하다. 

아이가 극중 위험한 상황에서 외우는 구글리라는 주문은 제작사인 구글리 필름에서 따왔다. 주요 액션장면에서 슬로 모션으로 재현되는 꿈같은 영상과 강렬한 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싱 감독은 여백의 미를 아는 감독이다. 여백을 활용해 웅혼하고 광할한 공간의 확장성을 표현했고 방점처럼 찍힌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이 영화는 더불어 음악도 좋았다. 비장하게 흐르는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은 데이안 파블로프의 지휘로 불가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타셈 싱 감독/저스틴 와델 주연/리 페이스 주연/그랜트 스완비 주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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