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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울프팩 2012. 11. 4. 08:42

예전에 본 '에이리언'은 온통 충격 덩어리였다.
사람의 몸 속에서 부화해 살을 찢고 나오는 외계 생명체는 어떤 괴물보다도 무시무시한 공포를 안겨줬다.

그 작품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무서운 에이리언과 더불어 기괴한 형태의 존재였다.
에이리언이 처음 발견된 어느 혹성에 마치 의자에 앉아 천체망원경을 바라보는 듯한 거대한 형상.

에이리언을 창조한 위대한 디자이너 HR기거의 작품인 스페이스 자키라는 이 형상은 사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고민할 때 영감을 준 그림이다.
1편은 이 형상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궁금증만 남긴 채 끝났다.

그로부터 30년이 넘어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답을 갖고 돌아 왔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년)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작을 밝히는 프리퀄이다.

인류의 기원을 쫓던 학자들이 고대 벽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별자리를 찾아 우주로 날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감독은 이 작품에서 단순 괴물의 존재를 넘어 인류의 기원을 얘기하는 거대 담론을 펼친다.

즉,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류의 기원을 찾았고, 관객들은 에이리언의 기원을 보게 된다.
진화론과 신의 창조설을 버린 감독의 선택은 과학계나 종교계에서 논란이 되겠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하다.

자연스럽게 에이리언의 기원이 인류의 기원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서 새삼 스콧 감독의 장대한 스케일에 놀랐다.
특히 이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영상은 가히 압도적이다.

오히려 특수 효과의 발달로 시각적 충격은 더 정교하고 세밀해졌다.
과거 1편 시절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스페이스 자키의 비밀을 풀어낸 영상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더불어 소수의 인원이 제한된 공간에 갇힌 채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1편 만큼은 아니어도 숨막히는 긴장과 공포를 유지한다.
우주가 아무리 광활해도 달아날 수 없다면, 작은 성냥곽 같은 밀실이 된다는 진리를 이 작품 역시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이스 자키의 비밀이 풀리면서 일어나는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아무래도 1편을 봐야한다.
1편을 모르고 보면 그저 생경하고 황당한 SF일 뿐이지만, 1편의 충격과 공포를 생생히 간직한 채 이 작품을 대하면 스페이스 자키의 등장만으로도 반가워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모든 궁금증이 속시원히 풀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에이리언의 기원은 베일에 쌓여 있고, 스콧 감독은 더 많은 궁금증을 추가했다.

아마도 스콧 감독도 쉽게 답을 내놓기 힘들었던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장대한 스케일과 압도적 영상으로 새로운 우주의 서사시를 만들어냈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뛰어나다.
감독의 의도대로 차가운 색감이 잘 살아 있고, 미세한 표시까지 또렷하게 표시되는 디테일이 발군이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확실한 서라운드 효과와 함께 공간을 뒤흔드는 박력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2개의 음성해설과 5시간 가까운 제작과정 등 풍성한 부록이 모두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버튼이 붙은 사진은 버튼을 누르시면 예고편 등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

다시 등장하는 에이리언 1편의 스페이스 자키. 1편에서는 바짝 마른 거대한 미이라같은 형상이 천체 망원경을 보는 듯한 형상으로 표현됐다.
초반 나오는 고고한 풍경은 아이슬란드에서 찍었다. 엔지니어가 몸을 던지는 데티포스 폭포는 높이 44미터, 폭이 100미터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폭포다.
우주선 외형과 내부는 훨씬 나중 이야기인 1편보다 더 세련됐다. 극저온 상태의 긴 동면에서 깨어난 샤를리즈 테론이 운동을 하는 장면은 대본에선 원래 알몸이었다.
제목인 프로메테우스는 거대한 우주 탐사선의 이름이다. 원래 대본에서는 마젤란이었으나 감독 아이디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착륙지인 협곡은 요르단의 와디럼을 촬영. 이곳은 영화 속 로봇이 보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촬영지이기도 하다.
프로메테우스의 외관은 제 2 차 세계대전때 폭격기들을 참고로 디자인했으며, 노란 띠는 나치 독일의 메사슈미트 전투기에서 따왔다. 8륜 구동 차량은 체코 타트라사의 8X8 군용트럭 차대를 토대로 직접 만들었다.
로봇을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 윗부분이 끓는 듯한 액체는 옥수수 기름과 알코올을 섞어 만들었으며, 용기 내부에 풍압 장치로 진동을 줬다. 용기는 일본 라쿠 도자기 전문가가 수백 개를 만들었다.
제작진이 직접 만든 대형 수송차량과 카트형 차량은 시속 50km로 달린다. 탐사선은 시추선 이미지를 참고.
스콧 감독이 외계 존재인 엔지니어의 모습을 사람처럼 만든 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 구절을 염두에 뒀다.
에이리언과는 또다른 뱀같은 외계 생명체. 여기서 팔이 부러지는 장면은 유선으로 관절을 조종할 수 있는 기계팔을 배우의 몸에 붙이고 촬영.
웅장한 외계인 피라미드 기지는 실제로 만든 세트다.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가장 큰 길이 114m, 폭 60m의 007 본드 스테이지에 16개 세트를 만들었다. 이곳은 보잉 747 제트기 2대를 넣을 수 있을 만큼 크다.
디지털 작업은 웨타와 MPC에서 주로 작업.
화염방사기로 태워죽이는 장면은 스턴트맨이 몸에 방화 젤을 바르고 직접 연기. 샤를리즈 테론이 입고 있는 우주복은 인조고무인 네오프렌으로 만들었으며, 소재를 대만에서 구입했다.
주연을 맡은 누미 라파스는 스웨덴 영화 '밀레니엄'에 출연한 것을 스콧 감독이 보고 섭외했다. 의료기기가 제왕절개하는 장면은 누미가 얼굴만 내놓고 연기하고 실리콘으로 만든 가짜 몸을 붙여서 촬영.
외계 생명체의 태아는 조종 가능한 인형이었고, 태반은 콘돔을 이용했다. 태반을 찢는 장면은 봉에 면도칼을 붙여 찢은 뒤 CG로 지웠다. 누미의 붉은 머리는 가발이다.
회춘을 위해 외계로 따라온 웨이랜드 회장은 가이 피어스가 연기. 5시간 걸려 노인분장을 한 모습만 나오고 원래 얼굴은 안나온다. 원래 얼굴이 나오는 삭제된 젊은 시절 장면은 블루레이 부록에 들어 있다.
외계인 엔지니어는 키 223cm의 배우가 4시간에 걸쳐 실리콘 분장을 한 뒤 하드폼 의상을 입고 연기.
스콧 감독이 프리퀄을 만든 이유는 속편들이 이상하게 변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주인공 일행이 착륙한 행성은 LV223으로 1편에 나오는 LV426과 다르다.
거대한 외계 우주선은 HR기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 영국서 촬영한 이유는 세금감면 혜택 때문. 촬영은 다리우스 월스키가 맡았으며, 레드 에픽 HD카메라로 찍었다.
외계 엔지니어의 몸은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상'을 참고로 했고, 얼굴은 '자유의 여신상'을 토대로 했다. 숙주 몸에 침투하는 문어 괴물은 여성 성기의 은유로 강간을 암시하는 듯한 성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부서진 로봇이 말을 하는 장면은 1,2편에도 등장. 스콧 감독은 죽은 시체의 입에서 생명체가 튀어나오는 장면을 배우들에게 감춰 실제 놀라는 장면을 찍었다. 그는 1편에서도 에이리언이 몸을 찢고 나오는 장면을 배우들에게 감춰 놀라게 만들었다.
1편의 에이리언 이미지와 닮은 디콘은 고블린 상어의 턱을 참고했다. 마귀상어로도 불리는 고블린 상어는 심해에 살며 먹이를 물때 에이리언처럼 턱이 튀어나온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프로메테우스 : 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
프로메테우스
리들리 스콧 감독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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