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추천 DVD / 블루레이2012/11/05 19:40 Posted by 울프팩

세계에 일본 영화를 알린 세 사람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를 꼽는다.
이중 미조구치 겐지 감독은 일본 회화적 전통미를 잘 살린 감독으로 꼽힌다.

주로 억압된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만의 유려한 카메라 테크닉으로 동양적 미를 잘 살렸다는게 그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작이 바로 '우게츠 이야기'(1953년)다.

우에다 아키나리의 기담집에 실린 3편의 이야기를 묶은 이 작품은 일본 전국시대 도예공이 귀신과 놀아나는, 한마디로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속담같은 얘기다.
얼핏보면 별 것도 아닌 귀신영화일 수 있지만 서양인들은 이 작품에 홀딱 반했다.

앙드레 바쟁은 "리얼리즘의 극치"라고 평했고, 장 뤽 고다르는 이 작품 이후 미조구치의 열렬한 팬이 돼서 가장 좋아하는 세 명의 감독을 꼽으라는 질문에 "미조구치, 미조구치, 미조구치"라고 답했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도 이 작품을 "영화 역사상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서양인들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헛된 꿈에 놀아나는 남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집안을 위해 희생하는 여자들의 가련한 삶을 조망한 이 작품에 열광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여했다.
서양인들이 흠뻑 빠져든 것은 이 작품의 독특한 영상미에 있다.

지금 보면 워낙 후대 영화들이 하도 많이 따라해 이 작품의 독특한 영상미가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지만 카메라 움직임이 동양적인 선과 여백을 제대로 살렸다.
특히 일본의 두루마리를 펼치는 것처럼 카메라가 천천히 패닝하면서 물흐르듯 풍경을 보여주는 두루마리 쇼트와 귀신의 춤 장면처럼 하나의 커트가 완벽한 씬을 이루는 '원 씬(one scene), 원 컷(one cut)'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미조구치는 동양적 회화미를 영상으로 살릴 줄 알았다.
비단 영화의 미학적 측면이 아니어도, 사내들의 허황된 꿈이 거품처럼 꺼져버리는 이야기만으로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무려 50년 전 작품인 만큼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당연히 좋지 않다.
각종 잡티와 스크래치가 난무하며 필름 훼손으로 밝기도 일정치 않아 겐지의 영상 미학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초반 물흐르듯 카메라가 옆으로 흐르며 마을을 보여주는 장면은 두루마리 쇼트로 유명하다.
주인공인 도공의 순박한 아내 역할은 미조구치 감독이 아꼈던 다나카 기누요가 연기. 미조구치 감독은 다나카에게 청혼했으나, 다나카가 일본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되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유명한 배로 강을 건너는 장면은 스튜디오에 수조를 설치하고 촬영. 안개에 덮힌 강을 통해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공을 연기한 모리 마사유키.
원 씬, 원 컷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꼽히는 귀신의 집 장면. 귀신 역은 '라쇼몽'에서 사무라이의 아내로 출연한 일본의 스타 쿄 마치코가 연기.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하이앵글. '하나의 씬은 하나의 컷과 같아야 한다'는 미조구치의 원 씬 원 컷 이론은 오즈 야스지로도 같은 주장을 했다. 단 오즈의 카메라가 고정된 채 움직임이 거의 없고 배우들만 프레임 안팎으로 들고 나는 반면, 미조구치의 카메라는 바람이 불듯 유연하게 패닝하며 풍경 따라 간다.
출세를 위해 사무라이가 되고 싶어하는 어리석은 농부는 남자들의 그릇된 출세욕을 상징한다.
출세해서 아내를 호강시키기 위해 농부가 집을 나간 사이 농부의 아내는 병사들에게 겁탈당한 뒤 매춘부가 됐다. 여기에 시대의 아이러니와 남성 위주의 사회 속에서 희생당하는 여성들의 비극이 녹아 있다.
귀신을 쫓기 위해 온 몸에 글자를 쓴 도공. 미조구치 감독은 7세때 아버지가 무모한 사업을 벌였다가 전 재산을 다 날리고 빈털털이가 돼서 소학교만 다니고 학교도 중단한 채 힘든 삶을 살았다. 그 바람에 누이는 13세때 입을 덜려고 남의 집에 보내졌다가 기생으로 팔려갔다. 아버지의 폭력 밑에서 미조구치는 기생인 누나의 도움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버텼다.
전경에 배치된 어두운 나무가 집과 도공을 마치 잡아먹으려는 듯 둘러싼 영상이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미조구치 감독의 작품 속에는 힘든 어린 시절의 영향이 고스란히 남았다. 특히 작품 속 여성들이 학대당하고 핍박받는 모습으로 묘사된 것은 누이에 대한 기억과 관련이 있다.
헛된 꿈과 욕심에 빠진 사내들이 아내도 잃고 재산도 잃은 채 맞이하는 허무한 결말이 인생의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미조구치 감독은 58세때인 1956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미조구치 겐지 컬렉션1 (4Disc)
미조구치 겐지
우게츠 이야기(雨月物語)
미조구찌 겐지 감독;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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