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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울프팩 2012. 11. 9. 19:09

예전 대학 시절 학교에서 '파업 전야'라는 16미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장산곶매라는 영화집단이 만든 작품이었는데,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공장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학교에서 본 이유는 당시 정권에서 극장 상영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가를 돌며 상영을 했고, 경찰은 이를 막으려고 최루탄을 뿌리며 생난리를 떨었다.

당시 극장에서 봤던 상업영화들과 달라 꽤 충격적이었는데, 영화를 함께 지켜 본 주연배우 홍석연에게 싸인까지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작품에서 받은 인상이 하도 강렬해서 싸인을 해준 홍석연을 지금도 기억하는데, 그는 이후에 영화 '친구' '넘버3' '도가니' 등 여러 편의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나왔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무성영화 '파업'(Stachka, 1925년)을 보면 비슷한 내용의 '파업전야'가 떠오른다.
우리 얘기를 다룬 '파업 전야'가 현실적이라면, 프로파간다 영화인 '파업'은 훨씬 충격적이다.

이 작품은 세계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에이젠슈타인의 데뷔작이다.
그는 27세 나이에 이 영화를 만들며 강렬하게 데뷔했다.

내용은 공장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억울하게 몰려 자살한 뒤 동료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가들은 경찰과 군대까지 동원해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탄압한다.

에이젠슈타인 감독은 이 작품에서 훗날 그를 유명하게 만든 몽타주 기법을 선보였다.
특히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병렬 배치해 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몽타주 기법은 그 자체가 정, 반, 합의 변증법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적절한 은유와 직접적인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여우와 교활한 염탐꾼의 이미지를 나란히 보여주고, 과일을 쥐어짜는 자본가의 모습 및 소를 도살하는 장면 등을 통해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을 암시하는 식이다.

그만큼 그의 영화는 알기 쉽고 분명하다.
대신 대부분의 프로파간다 영상물이 그렇듯 선전 선동 구호처럼 거칠고 투박하다.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마저 과장되고 정형화됐다.
무성영화 특성상 대사가 없다보니 표정과 몸짓이 극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정치 선동물의 극적인 효과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새삼 고전 영화가 교과서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다.

4 대 3 풀스크린 영상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흑백영화인데도 좋지 않은 상태가 확연히 보일 만큼 화질이 떨어진다.
부록은 전무하다.
영화사적으로 가치있는 작품인 만큼 하다못해 텍스트파일이라도 넣어주면 좋았을텐데, 너무 날로 먹는게 아닌가 싶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노동계급의 힘은 조직에서 나온다. 조직이 없는 무산계급은 힘이 없다"는 레닌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오늘날 분할화면 같은 효과를 내는 특이한 장면. 촬영은 에두아르드 티세가 맡았다.
여우, 원숭이, 불독, 곰 등의 영상은 교활한 염탐꾼 및 불쌍한 노동자를 암시한다.
도둑 누명을 쓰고 자살한 노동자를 계기로 대대적인 파업이 시작된다. 몽타주 기법에 따라 굉장히 컷이 많은 영화다.
긴장감을 불어넣는 음악도 훌륭했다.
에이젠슈타인은 각본도 썼다. 그와 각본을 공동 집필한 그레고리 알렉산드로프와 알렉산드르 안토노프는 영화에도 출연했다.
에이젠슈타인은 라트비아에서 부자인 독일계 건축기사의 아들로 태어나 영화 연극 문학 회화 심리학 을 공부했다.
자본가들이 술자리에서 쥐어짜는 과일을 통해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묘사했다.
에이젠슈타인은 과감한 클로즈업과 뒤집힌 역상 등 다양한 영상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줬다.
염탐꾼들이 사용하는 놀라운 몰래카메라. 회중시계 속에 숨겨 놓았다.
표정과 동작 연기가 압권이다.
공동묘지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노조원들은 지하로 숨어든 조직원들을 의미한다.
이때도 물대포가 시위 진압에 쓰였다. 화재 진압을 위해 마차를 타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쏜다.
시위 진압을 위해 노동자들의 아파트를 급습한 군대. 에이젠슈타인은 1918년 적군에 자원입대해 선전반에서 활동했다.
소의 도축장면을 군대에 무자비하게 학살당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병렬 배치해 자본 권력의 잔혹성을 부각시켰다. 에이젠슈타인은 프롤레타리아 문화협회 소속 연극무대인 프롤레트쿨트극장에서 연출가로 활약했다. 이 작품도 프롤레트쿨트에서 제작했다.
파업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
파업전야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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