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들은 편안해서 좋다.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우리네 소소한 일상 속 흔한 얘기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새삼 거장의 무게를 느낀다.
'꽁치의 맛'(秋刀魚の味, 1962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만춘' '가을 햇살' 등 그의 전작들에서 되풀이된 홀로 된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고 쓸쓸한 황혼을 맞는 이야기다.

류 치슈, 오카다 마리코, 미카미 신니치로, 나카무라 노부오 등 출연진도 '가을 햇살'과 상당 부분 겹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을 햇살'이 혼자 남은 나이 든 중년 여성이 과년한 딸 걱정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혼자 남은 중년 남성의 외동딸 걱정을 다뤘다.

근저에는 아버지가 됐든, 어머니가 됐든, 딸이 됐든 모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 희생이 깔려 있다.

 

여기에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개인사도 관련 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오즈는 이 작품의 대본을 쓰던 중 어머니를 잃었다.

그래서 그런 지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대사에는 인생에 대한 짙은 허무가 묻어 난다.

여기에 중년 남자들의 성적인 농담도 슬쩍 가미해 소소한 재미를 줬다.

 

중년 남자들의 시시한 장난과 유머에는 재미와 더불어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도 묻어 있다.

어찌 보면 해군 군가를 틀어 놓고 들으며 "전쟁에서 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과거 군국주의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오즈 야스지로 특유의 허허로운 농담과 함께 별 일 아니라는 듯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우수가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이다.
공교롭게 이 작품을 개봉한 이듬해 오즈 야스지로 감독도 세상을 떠서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됐다.

홀로 된다는 것의 아픔을 담은 이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오즈 특유의 단정한 앵글 속에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지치고 쓸쓸한 어깨가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1080p 풀 HD의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입자도 거칠고 윤곽선이 두텁지만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가을 햇살' 블루레이 타이틀보다는 화질이 떨어진다.


음향은 LPCM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페르소나인 류 치슈가 딸을 시집 보내야 하는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오즈의 영화들은 늘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제 2 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 일본은 일어서기 위해 성장 위주 정책을 추진하며, 대가족이 해체되고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이 속에서 일본인들이 겪게 되는 외로움,

노년에 대한 불안, 삶의 피곤함 등이 오즈 영화의 단골 주제가 됐다.

오즈의 작품 속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가전제품에 대한 주부들의 열망이 경제 성장의 상징처럼 쓰였다.

오즈 야스지로의 상징인 다다미샷은 흔히 등장인물들이 앉아 있는 장면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무실이나 복도 등에서 서 있는 전신샷에도 50~60cm 높이의 낮은 앵글인 다다미샷이 자주 쓰였다.

여럿이 어울려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도 자주 등장.

삶이 고단해서일까, "만약 일본이 전쟁에서 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대사가 아쉽다는 듯 등장한다. 더불어 제 2 차 세계대전 때 쓰인 일본 해군가를 틀어 놓고 군대 시절을 회상하는 등 언뜻보면 군국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한 장면들도 보인다.

'가을 햇살'에도 등장하는 오카다 마리코가 주인공의 며느리로 등장.

오즈 야스지로의 몇 안되는 색채 영화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일부러 컬러 영화의 묘미를 보여주려는 듯 다채로운 색상이 많이 섞인 영상들이 나온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패턴 중 하나인 측면 샷. 유독 인물의 측면 샷이 자주 나온다.

측면 샷은 외로움이 흐르는 사람의 곡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깨 위로 쏟아진 빛이 굽은 등을 타고 내려가 허리 아래 어둠으로 묻히면서 더 할 수 없이 쓸쓸한 곡선의 윤곽만 남는다.

전통 혼례복장을 입은 이와시타 시마. 혼기가 찬 딸로 출연. 그는 '올빼미의 성'에도 나왔다.

늙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은 영상 속에 인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진하게 배어 있다. 사이토 코준이 담당한 감성적인 음악도 좋다.

"인생은 혼자야. 외톨이라구." 이 한마디 대사 속에 오즈가 그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인생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오즈 야스지로 100주념 기념판 5Film - 피안화, 안녕하세요, 가을 햇살, 꽁치의 맛, 동경 이야기 (5DISC) : 블루레이
꽁치의 맛 - 오즈 야스지로 100주념 기념판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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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