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토미

울프팩 2013. 6. 28. 18:56
켄 러셀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 '토미'(Tommy, 1975년)는 영국의 유명 록 밴드 더 후의 동명 록 오페라앨범을 필름에 담은 작품이다.
더 후는 'My Generation' 'Pinball Wizard' 등의 히트곡으로 1960~70년대를 휩쓴 록 그룹이다.

그 중에서도 1969년 발표한 록 오페라 '토미'는 파괴적이고 역동적인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 집약됐다.
더 후는 이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제의했으나 거절당하자 켄 러셀 감독에게 다시 의뢰했다.

이후 더 후는 가장 유명한 앨범 '후즈 넥스트'(1971년)를 발표하면서 거대한 콘크리트 직육면체(큐브릭)에 오줌을 갈기고 돌아서는 사진을 앨범 커버로 사용했다.
러셀 감독은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시끄럽고 그다지 친숙해지기 힘든 더 후의 음악을 독특한 영상으로 포장해 내놓았다.

하지만 영화 자체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
아버지가 제 2 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뒤 홀로된 어머니가 정사를 벌이는 것을 목격하고 장님이 된 주인공 토미가 핀볼 도사가 된 뒤 신흥 종교 지도자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독특한 내용 만큼이나 영화는 발칙한 영상으로 가득하다.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를 떠받드는 신흥 종교와 핀볼 도사의 출현, 콩통조림의 유행, 약물 여왕의 출현 등은 섹스와 마약, 도박에 빠진 사람들과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 등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단순 시대상을 비추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세 불리기에만 급급한 기존 종교를 꼬집고, 핀볼 마법사를 통해 마약과 음주가 결코 젊은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영상으로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롤링스톤스 공연에서 일어난 헬스 엔젤스 살인사건을 연상케 하는 영상도 집어넣어 자아비판처럼 록 밴드 공연의 문제점도 짚었다.

물론 여기에는 잘 나가는 롤링 스톤스에 대한 견제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스타들이 여러가지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이다.

더 후의 메인 보컬 로저 달트리가 주인공 토미를 맡았고 가수 겸 배우 앤 마그렛이 어머니 역할을, 잭 니콜슨이 정신과 의사, 에릭 클랩톤과 티나 터너가 목사와 약물 여왕, 엘튼 존이 밴드 리더 등으로 등장한다.
또 지금은 세상을 떠난 더 후의 드러머 키스 문이 삼촌 역할을 맡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다지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고 음악도 유명한 '핀볼 위자드' 외에 그다지 끌리지는 않지만, 유명 스타들의 젊은 시절 모습과 켄 러셀 감독의 독특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깍두기 같은 블록 노이즈가 수시로 나타나고 지글거림이 심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모든 사운드트랙은 더 후의 연주로 사전 녹음됐으나 핀볼 위자드 공연 장면만 극장에서 실제 라이브로 녹음했다.
감독을 거절한 스탠리 큐브릭 외에 조지 루카스도 감독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루카스는 당시 '청춘낙서' 작업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를 숭배하는 종교집단의 목사 역할은 유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톤이 연기. 맨 앞에서 기타를 치는 인물이다. 러셀 감독도 신도 중 하나로 카메오 출연했다.
약물 여왕은 티나 터너가 연기. 파워풀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원래 제작진은 약물 여왕 역으로 데이비드 보위도 고려했다.
더 후는 오리지널 음반에 없는 'Champagne' 'Mother and Son' 'TV Studio' 등 몇 곡을 새로 만들었다.
주인공 토미를 연기한 더 후의 메인 보컬 로저 달트리.
핀볼 위자드 장면에서 커다란 구두를 신고 노래를 부르는 밴드 리더 역할이 바로 엘튼 존이다. 제작진은 밴드 리더 역할로 가수 로드 스튜어트도 고려했다.
정신과 의사를 연기한 잭 니콜슨. 원래 러셀 감독은 크리스토퍼 리를 원했으나 당시 리가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악역을 맡아 방콕에 머무는 바람에 출연하지 못했다. 마침 니콜슨은 런던에 머물고 있었다. '핑크 팬더'로 유명한 피터 셀러스도 의사 역 물망에 올랐다.
토미의 어머니를 연기한 가수 겸 배우 앤 마그렛.
록 밴드에 미친 그루피를 연기한 빅토리아 러셀은 감독 켄 러셀의 딸이다.
헬스 엔젤스를 풍자한 장면. 미국 투어중이던 롤링스톤스는 장내 안전을 오토바이 갱단인 헬스엔젤스에게 맡기는 바람에, 갱단원이 관객을 칼로 찔러 죽이는 악명 높은 사건이 일어났다.
1964년 결성된 더 후는 20년 가까이 활동하다가 1978년 드러머 키스 문이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뒤 83년 해체됐다. 이후 2002년 베이스를 맡았던 존 엔트위슬도 사망했다. 남은 멤버인 로저 달트리와 피트 타운센드는 지난해 런던 올림픽 폐막식 공연에 출연했다.
이 영화는 존 모슬리의 퀸타포닉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일본 산수이의 QS쿼드라포틱 디코더를 이용한 퀸타포닉 사운드는 전후의 좌우채널 등 4개 트랙으로 입체 음향을 만드는 방식. 그러나 비용이 훨씬 저렴한 돌비스테레오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토미
Who - Tommy (Remastered)
Who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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