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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대부 2(4K)

울프팩 2022. 4. 2. 16:34

소설 '삼국지'의 절정이 적벽대전이라면 대부 시리즈에서는 '대부 '(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 1974년)가 정점을 찍는다.
속편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이 작품은 묘한 영화다.

2부라는 제목을 붙인 최초 할리우드 영화인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전작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알 파치노(Al Pacino)가 연기한 마이클 콜레오네가 권력을 탄탄하게 굳히는 과정을 다뤘다.

하지만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영화는 크게 점프해서 마이클의 아버지, 즉 '대부 1'에서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연기한 돈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이 작품은 대부 1 이전의 시대를 다루는 프리퀄이 되는 셈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오가며 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아들의 당찬 현재를 보여준다.
프리퀄이면서 속편인 이중의 성격을 갖는 셈이다.

코폴라 감독은 왜 이런 독특한 구조를 선택했을까.
아버지의 젊은 날과 아들의 현재가 끊임없이 대비되는 영상을 통해 감독이 얘기하고자 한 것은 절대 권력의 고독이다.

아버지는 초라한 뒷골목 건달에 불과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며 권력의 기반을 다진다.
반면 아들은 화려한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이루지만 주변 사람들, 심지어 가족마저 떠나간다.

과연 아들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인가.
감독과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절대 권력의 허황된 그늘 아래서 이탈리아인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끈끈한 가족애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사라진다.
결국 다 이룬 듯하면서 모든 것을 잃은 사내, 그것이 이 작품이 보여준 대부의 본질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영화 속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대사.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죽이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마이클은 형을 죽인다.
그의 말마따나 인류 역사가 숱하게 가르쳐 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니 어찌 그를 유별난 악당이라고 탓할 수 있겠는가.

배우들의 연기와 고든 윌리스 촬영감독의 깊이 있는 영상, 니노 로타의 애잔한 음악은 변함없이 훌륭하다.
특히 알 파치노는 물론이고 돈 콜레오네의 젊은 날을 맡은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뛰어난 연기로 말론 브란도의 공백을 잊을 만큼 깔끔하게 메워줬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최신 할리우드 영화처럼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난한  화질을 보여준다.

일단 중경과 원경에서 윤곽선이 명료하지 않으며 시실리 장면 등 과거 회상 부분의 야외 장면은 노출 부족으로 약간 뿌연 느낌이 든다.
그래도 블루레이보다는 콘트라스트의 대비는 좀 더 명확해졌지만, 전체 화질이 4K의 월등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며 1편보다 떨어진다.

아무래도 블루레이 타이틀 역시 4K 리마스터링 소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체감할 만큼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잘 돼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천둥과 빗소리가 리어 채널에서 울리고 공연장의 음악소리는 사방 채널을 가득 채운다.
아쉬운 것은 본편 한글 자막에 오자다.

유대인을 계속 유태인으로 표기했는데 번역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이 한글 자막과 함께 일반 블루레이에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소년이 죽는 장면은 파울로 리코보노라는 소년이 살해된 사진을 보고 구성했다. 영화 속 소년이 쓰러진 지점에서 실제 시체가 발견됐다.
돈 콜레오네의 엄마 역할은 포크 가수 마리아 카르타가 연기.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대서양을 건너 첫 발을 딛는 뉴욕의 엘리스섬 장면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수산시장서 촬영.
마이클이 합법적 사업으로 전환하며 라스베이거스에 카지노 진출을 기념해 파티를 연 장면은 레이크 타호의 헨리 카이저 사유지에서 촬영. 예전 출장 때 가본 타호 호수는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풍광이 멋진 곳이다.
코폴라 감독은 전편을 만들며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와 제작자 밥 에반스에게 시달린 기억 때문에 속편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특히 그는 "밥 에반스와 다시 일하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말할 정도.
그래서 코폴라는 대신 마틴 스콜세지를 속편 감독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파라마운트의 끈질긴 제의로 감독을 맡으며 제작사와 밥 에반스가 절대 참견하지 말고, 제목을 별도로 명명하지 않은채 '대부 2'로 하자고 요구했다. 심지어 제작사에 대본조차 보지 말라고 요구했다.
영화 속 마피아들이 벌이는 행각은 대부분 실화다.
또 다른 악당 두목 하이맨 로스는 전설적 연기의 달인 리 스트라스버그가 열연. 제자인 알 파치노의 제의로 출연한 그는 메서드 연기를 전수하는 액터즈 스튜디오를 만들어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등 쟁쟁한 스타들을 길러냈다.
매춘부가 살해당한 장면은 네바다 사창가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혁명 전 쿠바의 하바나 거리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도밍고에서 촬영. 미국 범죄조직들은 혁명 전 쿠바를 거의 소유하다시피 하며 갖가지 이권 사업에 참여했다.
코폴라 감독은 원래 하이맨 로스 역에 엘리아 카잔 감독을 섭외하려 했으나 카잔이 거절했다.
하바나 극장은 산토도밍고의 버려진 극장에서 찍었다. 이때 쓰인 음악은 코폴라 감독의 아버지 카마인 코폴라가 작곡한 곡들이다.
쿠바의 독재자 바티스타 정권의 마지막 무도회 장면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대통령궁에서 촬영.
부항처럼 유리컵을 뜨겁게 진공 상태로 만들어 폐렴 걸린 아기에게 붙이는 방법은 돈 없는 사람들이 쓰던 민간요법이었다.
돈 콜레오네의 젊은 날을 훌륭하게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
대부 2가 1편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것은 하도 프린트를 많이 떠서 원판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코폴라 감독은 말론 브란도의 출연을 위해 노력했으나 파라마운트에 대한 브란도의 불만이 워낙 커서 무산됐다.
"가족은 잃을 수 있는 게 아니야"라는 엄마의 대사와 달리 마이클은 가족마저도 버린다.
원래 극작가였던 마이클 V 가조가 펜탄젤리를 연기.
말론 브란도의 부재는 자식들이 그의 생일에 기다리는 모습으로 대신했다. 형제들이 하나 둘 떠나며 식탁에 홀로 남게 되는 마이클의 모습은 훗날 그의 처지를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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