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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1. 2. 19:32

요절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싶은 스타가 둘이 있다.
바로 이소룡과 제임스 딘이다.

워낙 대단한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타들이었고, 죽어서 더욱 유명해졌으니 살아 있더라면 영화계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 지 궁금하다.
둘은 비슷한 점이 많다.

반항적 이미지를 굳혔던 둘 다 한창 나이인 20, 30대 죽었고 작품도 3,4편에 불과한 과작이었다.
이소룡은 액션씬만 찍은 '사망유희'를 제외하면 제대로 주연을 맡은 작품은 4편이었고, 제임스 딘은 3편 뿐이다.

엘리아 카잔 감독의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년)은 바로 제임스 딘이라는 스타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존 스타인벡의 자전적 소설 '에덴의 동쪽' 중 후반부 일부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아버지의 편애와 그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과 사랑 등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제임스 딘이다.
그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반항적인 청년이 된 칼 역을 똑 떨어지게 연기했다.

액터즈 스튜디오 출신 답게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그는 이 작품에서 보여 준 연기로 곧잘 말론 브란도와 비교됐다.
혹평을 한 사람들은 아예 말론 브란도를 흉내냈다고 흠 잡았다.

하지만 특유의 반항끼 가득한 표정과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에너지는 말론 브란도와 또다른 그만의 개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제임스 딘의 연기는 칼 그 자체라도 해고 과언이 아닐 만큼 절절하다.

여기에는 원작 소설가인 존 스타인벡은 물론이고 감독 엘리아 카잔, 배우 제임스 딘이 모두 소설 속 칼과 비슷한 청년기를 보내면서 칼에 대한 남다른 공감과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제임스 딘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고모 밑에서 혼자 자라면서 아버지와 사이가 벌어졌고, 존 스타인벡은 청소년기에 가난했던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겨 멀리했다.

엘리아 카잔 역시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리스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카잔의 아버지는 아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양탄자 판매를 같이 해주기를 원했다.

그만큼 이 작품 속에는 원작자, 감독, 배우가 겪었던 부자지간의 갈등이 녹아 있다.
카잔은 무엇보다 부자지간의 갈등에 주목해 극 중 아들과 아버지를 연기한 제임스 딘과 레이몬드 머시가 실제로 대립하는 것을 묵과했다.

덕분에 극 중 부자지간의 대립은 숨 막힐 듯한 긴장을 유발한다.
배우들의 불꽃튀는 연기 못지 않게 테드 맥코드의 촬영도 돋보인다.

그네를 따라 흔들리는 영상을 통해 제임스 딘의 번민을 표현한 장면이나 시종일관 비딱하게 기운 사선 앵글로 부자지간의 갈등과 긴장을 나타낸 장면 등은 배우들의 연기 못지 않게 훌륭하다.
너무나도 유명한 레오나드 로젠만의 주제곡도 빼놓을 수 없다.

연기, 촬영, 음악, 연출 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훌륭한 고전의 향기를 새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5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의 편차가 크다.

일부 실내 장면이나 클로즈업 등은 복원이 잘 돼 색감 등이 잘 살아 있으나, 초반부나 일부 야외 장면 등은 안개 낀 것처럼 뿌옇고 지글거림이 심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는 서라운드 효과거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리차드 쉭켈 해설, 딘의 추모 영상, 원작자 이야기, 스크린 및 의상테스트, 삭제 장면과 유명한 뉴욕 아스토극장 시사회 영상 등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음성해설은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아, 제임스 딘. 배우로 16개월 동안 활동하며 3편의 영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내성적이면서 과시욕이 있었고, 혼자 인기를 좋아했지만 콩가 드럼과 자동차 경주를 즐겼다.
그는 세 번째 영화 '자이언트'를 찍고 나서 2주도 되지 않아 자동차 사고로 24세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팬들은 그의 죽음을 믿지 않고 무덤을 파헤쳐보겠다고 해서 경찰이 몇 주 동안 무덤을 지키기도 했다.
아버지를 연기한 레이몬드 매시와 제임스 딘은 영화처럼 실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옥스포드대 출신의 보수적이고 종교적이었던 매시는 욕설을 내뱉고 반항적이며 애드립 연기를 즐겼던 딘을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원작자 존 스타인벡은 고향인 살리나스를 배경으로 이 작품을 썼다. 청소년기의 우울하고 어두웠던 스타인벡의 성격이 작품 속 반항아인 칼에 투영됐다.
여주인공 에브라를 연기한 줄리 해리스. 이 작품으로 제임스 딘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작품 또한 칸영화제와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을 수상.
포드 T형 자동차가 등장. 카잔 감독은 원작 소설을 워너브라더스 사장인 잭 워너에게 소개하며 영화화를 제의했다.
일부 야외 장면은 안개낀 것처럼 뿌옇게 나오는 등 화질 편차가 심하다. 이 작품은 제임스 딘이 개봉을 지켜본 유일한 영화다. 나머지 두 작품의 개봉은 살아서 보지 못했다.
집 나간 어머니 케이트를 연기한 조 밴 플릿.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 원작자 존 스타인벡은 두 번째 부인 그윈을 케이트에 대입시켰다. 스타인벡은 그윈을 사랑했지만 1948년 이혼한 뒤 크게 좌절했다.
제임스 딘은 1931년 인디애너주 마리온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정부가 고용한 치과기공사였다. 모친은 외아들인 딘에게 무용을 배우게 하고 시를 읽어주며 감성을 키웠다. 모친은 딘이 9세때 암에 걸려 29세 나이로 사망했다. 아들을 돌볼 수 없었던 부친은 그를 아내의 관과 함께 고모에게 보냈고, 이후 제임스 딘과 부친의 관계는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이 작품에는 쌍둥이 형의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등 금기시된 욕망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제임스 딘은 모친이 죽고 나서 버려졌다는 느낌을 가졌다. 고교 시절 육상, 야구, 농구 등 각종 스포츠를 즐겼고 미술과 연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시절 연극 경험이 UCLA 연기 전공으로 이어졌다.
제임스 딘은 UCLA 재학시절 영화계에 데뷔했으나 단역에 그쳤고, 뉴욕에 가서 연극과 TV 오락프로에 출연했다. 이후 12편 가량 TV 드라마에 나왔다.
이 작품에서 제임스 딘 최고의 명연기로 꼽히는 장면. 자신의 선물을 거절한 아버지에게 애절하게 울며 매달리는 딘의 연기는 애드립이었다.
불안하게 사선으로 기운 앵글. 엘리아 카잔 감독은 10대 형제 역할에 말론 브란도와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고려했으나 두 사람은 30, 34세로 나이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폴 뉴먼과 제임스 딘의 스크린 테스트를 거쳤고 결국 뉴먼보다 7세 어린 딘이 칼 역으로 뽑혔다.
넓은 공간이 아니어도 와이드 앵글의 느낌을 잘 살린 영상. 존 스타인벡은 카잔 감독의 권유로 제임스 딘을 만나 본 뒤 "세상에, 그가 바로 칼이야"라며 적임자로 꼽았다. 스타인벡은 딘의 구부정한 자세와 어두운 표정 등을 좋아했다.
이 작품 시사회는 뉴욕 브로드웨이 45번가 아스토 극장에서 열렸고, 마릴린 먼로 등 당대 유명 스타들이 참석했다. 제임스 딘은 리허설과 촬영을 할 때 마다 연기가 달랐다. 그는 "똑같은 행동을 두 번씩 하는 사람은 없다"는 이유로 매번 연기에 변화를 줬다.
에덴의 동쪽 SE
에덴의 동쪽 (90TH) : 블루레이
제임스 딘 콜렉션 (3Disc) (90TH) : 블루레이
제임스 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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