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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이스턴 프라미스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1. 11. 10:30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Eastern Promises, 2007년)는 그의 전작인 '폭력의 역사'(http://wolfpack.tistory.com/entry/폭력의-역사)와 닮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어느날 우연히 병원에 실려온 어린 산모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여주인공이 풀어가는 내용.

그 과정에서 잔혹한 러시아 폭력조직의 실태가 드러나고, 이를 눈치챈 폭력조직은 여주인공을 향해 위협의 손길을 뻗친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전작인 '폭력의 역사'에서 폭력이 주는 공포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언뜻보면 모순되고 서로 배치되는 이야기를 통해 폭력의 양면성을 다룬 전작처럼 이번 작품 역시 극한의 폭력이 주는 공포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들의 힘겨운 싸움을 그렸다.
마치 누르면 누를수록 더 튀어오르는 용수철처럼 폭력이 잔혹해 질수록 혐오와 거부감도 커진다.

그렇다고 크로넨버그 감독은 이를 부각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폭력을 묘사하지는 않았다.
거리낌없는 묘사를 즐기는 크로넨버그 감독답게 목을 긋고 손가락을 자르는 등 폭력장면의 수위가 높지만 지나치게 남발하지 않고, 최대한 절제해 장중한 분위기를 살렸다.

주인공은 '폭력의 역사'에 주연을 맡은 비고 모르텐슨이 다시 맡았다.
그가 온 몸의 문신을 드러내고 성기 노출까지 마다 않은 채 목욕탕에서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총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맨 몸과 칼을 사용한 싸움은 폭력이 지닌 날 것 그대로의 잔혹성과 처절함을 그대로 부각시켰다.
이를 위해 감독은 나름 러시아 폭력조직 보리 Z 자콘파를 꼼꼼하게 연구해 이들의 행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사건의 실체를 알아갈 수록 두려움이 커지는 등 점증적 공포 분위기를 강조하는 바람에 '폭력의 역사'처럼 과격한 싸움을 예상했다면 액션 장면들이 약간 싱거울 수 있다.
그래도 크로넨버그 감독 특유의 묵직한 폭력미학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잔혹한 내용에 비하면 화려하게 느껴지는 영상은 높은 샤프니스 덕에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며 색감이 선명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적적히 활용해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아쉽게도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부터 강도 높은 살해 장면으로 충격을 준다.
가족에게는 자상한 할아버지이지만 이면에는 범죄조직의 두목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있는 세미온 역할은 아민 뮬러 스탈이 연기. 그는 젊어서 바이얼린 연주자였기 때문에 영화에서 실제로 바이얼린을 연주했다.
목을 긋고 시체의 손가락을 자르는 등 크로넨버그 특유의 잔혹 묘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폭력 조직원을 연기한 비고 모르텐슨. 영화처럼 혀에 담배꽁초를 눌러 끄거나, 꽁초를 혀로 말아 입속에 감춰 끄는 행동 등은 1980, 90년대 유행한 홍콩 느와르에 등장한 치기 어린 행동들이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러시아 조직범죄를 연구한 결과 영화의 모델이 된 보리 Z 자콘파가 총 대신 칼을 주로 사용하는 것을 발견하고 영화에도 이를 반영했다. 그래서 총격전이 나오지 않는다.
음악은 '폭력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하워드 쇼어가 맡았다.
극 중 비고 모르텐슨이 입고 나온 슈트는 아르마니 제품이다. 나오미 왓츠가 오토바이를 탈 때 입고 나온 의상은 벨스타프 트립마스터 재킷.
러시아 범죄조직에게 문신은 이력서나 마찬가지다. 온 몸에 새겨진 문신은 나름 각각의 의미가 있다. 비고 모르텐슨은 연기를 위해 혼자서 모스크바, 상트페레르스부르그와 영화에도 등장하는 실제 범죄조직 보리 V 자콘파의 고향인 시베리아 등을 여행했다. 문신도 실제 보리 V 자콘파의 문신을 재현했다.
비고 모르텐슨은 감독과 합의해 성기 노출까지 마다않고 목욕탕 격투 장면을 촬영. 그가 연기한 주인공 니콜라이 루진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체스왕 루진'에서 이름을 따왔다.
전직 KGB 운운하는 여주인공의 삼촌을 연기한 예르지 스콜리모브스키는 영화 '백야'에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감시하는 KGB 요원으로 나왔다.
나오미 왓츠는 촬영 중 임신 사실을 알았으나 제작진에게 알리지 않았다. 나중에 의상 디자이너 데니스 크로넨버그가 발견해 알려졌다.
이스턴 프라미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이스턴프라미스 : 블루레이
David Cronenberg 감독/나오미 왓츠 출연/비고 모텐슨 출연/뱅상 카셀 출연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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