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타잔 SE (블루레이)

울프팩 2014. 6. 26. 22:18

올해로 타잔이 100세가 됐다.

원작자인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 올스토리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서 책으로 펴낸 것이 1914년이다.

 

잡지에 실린 연도로 따지면 102세이지만 출판 연도로 따지면 100세가 된 셈이다.

그럼에도 기억 속의 타잔은 슈퍼맨처럼 영원한 청년이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흑백TV 시절, 타잔은 600만불 사나이 못지 않은 TV 속 영웅이었다.

막판 기이한 함성으로 코끼리떼를 불러 모아 악당들을 무찌르는 줄거리는 언제나 똑같지만, 근육질 몸을 뽐내며 정글을 나는 듯 이동하는 타잔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좋았다.

 

타잔이 영화로 제작된 것만 47회이고, TV시리즈도 숱하게 만들어져서 수 많은 타잔이 등장했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라는 사실보다 타잔으로 기억되는 자니 와이즈뮬러를 비롯해 숱한 배우들이 타잔이라는 이름 하나로 명멸했다.

 

그만큼 타잔은 새로울 게 없는 익숙한 소재여서 차별화라는게 쉽지 않은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디즈니스튜디오가 내놓은 케빈 리마, 크리스 벅 감독의 '타잔'(Tarzan, 1999년)은 일단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기존 작품들과 확실히 차별화했다.

 

하지만 내용이 새로울 것은 없었다.

원작의 설정을 약간 바꾼 부분은 있지만 비교적 원작 설정에 충실하다 보니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줄거리라는 함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볼거리로 차별화해야 하는데, 새로 시도한 딥 캔버스 말고는 이렇다 할 차별화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딥 캔버스도 컴퓨터그래픽이 많이 쓰이지 않던 그 시절에는 2D 캐릭터가 3D 풍경 속에 녹아들어 공간의 깊이감을 부여한 영상이 신기했지만, 요즘처럼 컴퓨터그래픽이 남발되는 시대에는 신기한 요소도 아니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디즈니는 실패한 작품인데도 유독 애착을 가져 2006년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내용은 식상하지만 디즈니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풍경을 잘 살린 영상이 볼 만 하다.

참고로, 타잔 영화나 TV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바로 치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로스가 쓴 초기 소설에는 원래 치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마저도 원작에 충실한 셈이다.

이번에 국내 새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예전 DVD 시절 나온 2장짜리 디스크로 구성된 콜렉터스 에디션의 내용물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우선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화질이 좋다.

칼 끝처럼 예리한 윤곽선과 더불어, 과거 DVD의 바랜듯한 색감 또한 물로 씻은 듯 말끔하고 화사해졌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 효과음이 풍성해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제작자 및 감독 음성해설, 삭제장면, 제작과정 등이 모두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타잔의 원작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제국주의 끝물이라 작품 속에 제국주의적 시각과 백인 및 남성우월주의 시각이 짙게 깔려 있다. 

타잔의 부친 그레이스톡 경은 영국에서 식민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파견된 귀족이다. 그러나 선상 반란 때문에 무인도에 표류해 타잔을 낳게 된다. 

제작진은 배경 묘사를 위해 우간다로 답사 여행을 떠나 필름 150통에 풍경을 담아 왔다. 이 곳에서 고릴라 서식지를 직접 관찰했다. 

타잔은 하얀 피부라는 뜻이다. 

디즈니가 이 작품에서 처음 시도한 딥 캔버스 영상. 2D 캐릭터가 3D 풍경 위에서 움직이며 공간의 깊이감을 느끼게 만드는 영상. 타잔이 줄기를 타고 미끄러지는 영상은 유명 스케이트보드 선수 토니 호크의 움직임을 참조했다. 

타잔은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 올스토리 잡지 10월에 처음 연재한 소설을 통해 데뷔했다. 제인은 원작보다 현대적으로 살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미세스 팟이 찬조 출연. 음악은 제네시스 출신 필 콜린스가 맡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 72회 아카데미와 제 57회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제인과 그의 아버지를 영국에서 오는 것으로 설정했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미국인들로 나온다. 

제작진은 타잔이 와인잔을 들게 해도 될 지, 원작자의 손자인 댄튼 버로스에게 사전 동의를 구했다. 원작자 후손들이 버로스가 창조한 인물이 변질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피부에 어리는 나뭇잎 그늘 등 빛과 그림자를 잘 살렸다.  원작 소설에서 타잔은 부모의 오두막에 버려진 영어교재를 보고 독학으로 말을 배우는데, 이 작품에서는 제인에게 배우는 것으로 나온다. 

브라이언 블레시드가 목소리를 연기한 악당 클레이튼 역할로 패트릭 스튜어트와 이언 맥켈런도 고려됐다. 원작에서는 타잔을 키운 고릴라 칼라가 죽지만, 이 작품에선 대장 고릴라인 커책이 죽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에는 치타가 나오지 않는다. 원래 버로스가 쓴 첫 번째 작품에는 부모 세대 이야기부터 나오기 때문에 치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타잔 (1Disc)
케빈 리마, 크리스 벅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타잔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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