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군도

울프팩 2014. 7. 27. 12:13

1960년대 국내에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유행했다.

당시 인기있던 서부극의 배경을 1930년대 무법천지 일제하의 만주로 바꿔서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서부극이다.

 

윤종빈 감독의 '군도'는 서부극에 가까운 서사적 구조를 갖고 있다.

서부극 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에 가깝다.

 

정통 미국식 서부극이 보안관에 의한 법 집행, 즉 공권력의 정당성 만을 정의로 본 반면에 이탈리아 감독들이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은 서부극의 공간을 무주공산의 권력 공백으로 봤다.

즉, 공권력도 악당이 될 수 있고 악당도 정의가 될 수 있는 아노미 상태에서 쓰러져가는 약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즉, 약자를 괴롭히면 공권력도 악당이고, 그들을 위해 총을 뽑으면 악당도 영웅이 된다는 시각이 바로 스파게티 웨스턴과 미국식 정통 서부극의 차이다.

그런 점에서 군도에 등장하는 산적 무리들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총잡이들을 연상케 한다.

 

그런 점이 이 영화가 다분히 오락적으로 재미있으면서도 낯설은 이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요소다.

관악기 소리가 길게 여운을 남기는 음악은 서부극의 멜로디를 연상케 하며 해 떨어지는 벌판으로 말굽 소리 요란하게 말을 타고 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기존에 봤던 사극과 완전히 다르다.

 

다만, 홍길동부터 임꺽정을 거쳐 장길산으로 이어지는 민초들의 울분을 대변하는 활빈당 무리를 중심에 세워 정서적 연대감과 동질성을 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윤 감독은 과거로 현재를 이야기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민초들이 토해내는 울분 및 부자들과 탐관오리들의 가혹한 혹정은 여러모로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윤 감독은 이에 대한 해법을 거창하게 표현하면 민중 연대에서 찾는다.

 

즉,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화법을 빌려, '뭉치면 백성이요, 흩어지면 도적'이라는 말로 민중의 정의와 힘을 강조한다.

여기 수반하는 과격한 액션은 흥행을 염두에 둔 부산물일 뿐이다.

 

그런데, 액션 장면 여러 군데에서 기시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관총을 연상케 하는 연발총을 밀고 들어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영락없는 1960년대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의 '쟝고'(http://wolfpack.tistory.com/entry/쟝고)를 닮았다.

 

또 하정우가 휘두르는 투박한 토막 칼은 서극 감독의 홍콩 영화 '칼'을 떠올리게 만든다.

칼 모양도 그렇고, 허리에 줄을 매서 칼 쓰는 법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여러모로 '칼'의 장면들과 겹친다.

 

오마주인지, 말 없는 차용인 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점들이 이 영화의 재미이면서 아쉬운 부분이다.

더불어 하정우, 강동원, 마동석, 이경영 등 배우들의 열연도 볼 만 하다.

 

하정의 빡빡 깍은 머리와 투박한 사투리가 잘 어울렸고, 강동원은 처녀귀신을 연상케 하는 풀어헤친 머리가 인상적이다.

일부 언론에서 평점이 낮다고 꼬집지만, 개인적으로는 낮은 평점을 받을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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