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우요일

울프팩 2014. 11. 18. 19:16

1970년대는 정윤희의 시대였다.

윤정희, 문희, 남정임 등 트로이카 1세대에 이어 1970년대는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로 이어지는 트로이카 2세대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주름잡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발군은 정윤희다.

프로필에 알려진 것과 달리 16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아한 외모와 성적인 매력을 함께 갖춘 것이 그의 특징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는 드라마 영화 광고 잡지 등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했고, 그가 나오는 달력 또한 매우 인기가 좋았다.

그 당시엔 극장보다 TV에서 그를 더 많이 봤는데, 한진희와 함께 주연한 드라마 등등이 기억난다.

 

특히 조용필의 유명한 히트곡 '촛불' '비련' 등이 주제가로 쓰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정윤희가 주연한 영화는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뻐꾸기는 밤에 우는가' 등이 유명한데 DVD 타이틀로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거나 출시됐어도 절판돼 지금은 구하기 힘들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최후의 증인' '안개마을' '고교 얄개' 등은 DVD 타이틀로 구할 수 있다.

 

이번에 DVD 타이틀로 출시된 박남수 감독의 '우요일'도 그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다.

1980년 4월 단성사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정윤희, 윤일봉이 주연을 맡고 전양자, 안성기 등이 출연했는데 2만여명이 관람하는데 그쳤으니 그다지 흥행을 하지 못한 편이다.

 

수작인 '왕십리'로 유명한 소설가 조해일의 원작을 각색한 이 영화는 간단히 말해서 철없는 여대생이 멋진 중년 남성에게 빠져 가정을 흔드는 얘기다.

지금보다는 문란과 탈선의 수위가 낮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가정의 위기는 주야장창 강조되던 시절인지라, 이 같은 선정적인 소재와 이야기는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가 성행하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별 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 떤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엄연히 가정있는 사람이 딸 같은 여자에게 빠져 불장난을 벌이니 욕 먹어 마땅하지만 표현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더욱이 대사가 촌스럽기 그지 없다.

"너 지금 나한테 뽀뽀해 줄 수 있겠니" "추워요, 선생님, 안아주세요" 같은 대사를 보면 간지럽다 못해 실소가 비어져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매력적인 것은 전적으로 정윤희 덕분이다.

정윤희의 탐스런 미모와 지금은 신기하게만 보이는 1970년대말 풍경이 오래 전 앨범을 넘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더불어 잠시 나마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점이 오래 전 한국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DVD 타이틀 케이스는 16 대 9 레터박스로 표기돼 있지만 이 작품은 오리지널 화면비가 4 대 3 풀스크린이다.

 

따라서 파워DVD 등 일부 PC용 소프트웨어 플레이어에서는 억지로 화면을 잡아 늘려 사람이 넓적하게 보인다.

원래 타이틀에 수록된 화면도 100% 풀스크린은 아니고 와이드 포맷으로 잡아 늘리는 바람에 이 같은 오류가 토탈미디어 등 다른 소프트웨어 플레이어에서도 보인다.

 

화질은 어찌나 엉망인 지 말하기 민망할 정도.

소위 화질이 개판인 영화를 표현할 때 비가 온다는 말을 예전에 많이 썼는데, 이 영화는 비 정도가 아니라 우박이 쏟아진다.

 

아니 필름의 화소가 군데 군데 떨어져 나가 폭격맞은 것처럼 영상이 온통 하얀색 점투성이로 보이는 장면들이 많고 주룩주룩 비내리듯 세로줄은 다반사로 등장한다.

여기에 중경, 원경에서는 영상이 여지없이 뭉개져 정윤희의 눈 코 입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

 

음향도 서라운드는 커녕 성우 더빙인데도 음량이 일정하지 않아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오래 된 우리 영화는 한글 자막 삽입이 필수인데 그마저도 없다.

 

대신 PC에서 읽어볼 수 있도록 대본을 PDF 파일 형태로 넣어 놓았다.

그 외에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성형이 횡행하기 이전인 1970년대, 진정한 자연미인이란 무엇인 지 제대로 보여준 정윤희. 

당시 제주를 오가던 대한항공의 프로펠러 여객기. 

복근이 좋은 이 아저씨가 극중 정윤희를 쫓아다니는 학생으로 나온 안성기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성기는 그닥 주목받는 배우가 아니었다. 

흰 콧수염이 난게 아니다. 온갖 잡티와 필름 손상 흔적이 하도 많아서 온전한 영상이 거의 없다. 

"너 지금 나한테 뽀뽀해 줄 수 있겠니" 70년대에 전형적인 신파조 대사. 

잠실 야구장 등장이전 서울의 메인 경기장이었던 동대문야구장. 선수들은 흙바닦에서 뒹굴며 경기를 했다. 

당시 KBS 중계차의 모습. 조해일이 당시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이 원작이다. 

당시 서울 신촌의 연대 앞 굴다리 부근 풍경. 브리샤, 포니2 등이 거리를 질주하던 시절이다. 

박남수 감독은 '야훼의 딸', 백영규의 노래를 영화로 만든 '슬픈계절에 만나요' 등을 연출했다. 당시 드라마와 영화들이 흔히 써먹은 핑크 플로이드의 'Time'이 긴장감을 고조하는 배경음악으로 등장. 

윤일봉이 남자 주인공을 연기. 괜찮은 주제가 '작은 풀잎'은 당시 권태수와 함께 '작은 연인들'을 부른 김세화가 불렀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우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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