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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울프팩 2015. 2. 3. 08:30

요즘 미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2014년)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상영 중인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이었던 미국 네이비실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이라크전에 네 차례나 파병돼 공식적으로 160명, 비공식적으로 255명을 사살했다.

그만큼 미군들 사이에서 그는 전설적 존재가 됐다.

 

그의 저격 덕분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많은 미군 병사들이 구사 일생으로 살아나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나온다.

반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탈레반, 특히 여자 어린이 할 것 없이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악마의 화신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두 지점이 서로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숱한 미군 병사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그는 미국의 영웅이자 애국자다.

 

하지만 이슬람 진영에서는 나름 명분있는 싸움에 나선 정당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악의 세력 중 하나일 뿐이다.

심지어 미국 내 진보 진영에서 마저도 숨어서 어린아이를 저격하는 사람이 과연 영웅이냐고 되묻는다.

 

대표적 인물이 '로저와 나' '볼링 포 콜럼바인' 등의 다큐멘터리를 감독한 마이클 무어다.

그는 "등 뒤에서 총을 쏘는 저격수가 영웅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일부 식당에서 참전 군인들을 모독했다며 출입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이 영화의 문제일 수 있지만, 거꾸로 되짚어 보면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이다.

즉, 영화 속에서는 양 측의 입장을 모두 생각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의 저격에 목숨을 구해 감사하는 미군 병사들과, 반대로 부모와 자식을 잃은 이슬람 사람들의 절규와 분노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대비돼 등장한다.

어찌보면 이 둘은 데칼코마니처럼 전쟁이 발발하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같은 필수 요소들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를 대비되는 양 진영의 모습을 골고루 보여주면서 냉정하게 짚는다.

이를 통해 전쟁은 결코 일방적 정의와 일방적 명분과 일방적 희생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한다.

 

심지어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카일과 불구가 된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통해 일방적 승리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카일은 영화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과 공격 본능에 시달리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노출해 보는 보는 이 마저 불안하게 만든다.

 

이 부분에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공감을 불러 일으킨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 영화가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미군과 이슬람 전사의 가족들이 겪는 공포와 불안, 슬픔이다.

 

매 순간 다치지나 않았는 지, 혹은 죽지 않았는 지 심장을 졸이는 가족의 모습에서 전쟁은 결국 전선에 있는 군인 뿐 아니라 모두가 겪는 비극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예전부터 군복 뒤에 가려진 군인의 인간적인 모습과 삶을 항상 놓치지 않았다.

 

과거 그가 제작하고 연출한 제 2 차 세계대전 때 이오지마, 즉 유황도 전투를 다룬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보면 똑같은 싸움을 각각 미군과 일본군의 시각에서 쌍둥이처럼 다뤘다.

이를 보면 서로 진영 논리만 다를 뿐 똑같은 슬픔과 아픔을 겪는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보는 이들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펴지만 정작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미국의 영웅이란 타이틀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비극적이며 고뇌에 찬 삶이다.

 

어찌됐든 이 같은 논란에 힘입어 이 작품은 미국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누르고 전쟁 영화 중 역대 미국 내 최고 흥행 수입을 올렸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북미 흥행 수익은 2억1,600만 달러이며 이 작품은 지금까지 2억5,00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이런 추세라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세계 흥행 수익을 깨뜨릴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세계에서 4억8,200만 달러를 벌었고, 이 작품은 현재 3억1,620만 달러를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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