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쎄시봉

울프팩 2015. 2. 7. 23:21

서울 명동에 있었던 통기타 살롱 쉘부르, 무교동에 자리 잡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년대말,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들을 통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이태원 박은희 남궁옥분 이문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당연히 지금도 쉘부르, 쎄시봉 하면 이들의 얼굴과 함께 유명했던 노래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쎄시봉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들과 가수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쉘부르와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노래들과 가수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소품처럼 차용해 남녀의 흘러간 사랑 이야기를 신파극처럼 써내려 갔다.

 

송창식의 '한 번쯤', 윤형주의 '조개껍질 묶어', 이장희의 '그건 너'는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 아이콘이 아니라 극 중 남녀 주인공의 사랑 놀음을 위한 배경음악(BGM)에 불과할 뿐이다.

심지어 러브 스토리를 위해 사실과 허구를 마구 뒤섞어 맛 조차도 알 수 없는 비빔밥처럼 만들어 버렸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쎄시봉 시절의 가수와 노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 작품에서 쎄시봉은 그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간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토리도 너무 진부하다.

특히 시대를 훌쩍 뛰어넘은 2000년대 이야기는 개연성보다는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사족처럼 달라 붙어 완전 신파극을 만들어 버렸다.

 

막판 공항을 헤매며 눈물 콧물 다 쏟는 김희애와 김윤석의 연기는 마치 과거를 거슬러 1970년대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공감하기 힘들다.

 

안타까운 것은 좋은 소재, 훌륭한 노래, 여기에 김윤석 정우 한효주 김희애 권해효 김인권 진구 강하늘 등 괜찮은 배우들까지 줄줄이 출연했는데 이토록 웃기지도 않은 썰렁한 농담같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쎄시봉이라는 제목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듯 싶다.

 

아니면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 이전 김 감독 영화도 실망스러웠던 것을 보니 그의 영화가 잘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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