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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1. 19. 00:00

같은 제목의 영화가 여러 편이라 혼동하기 쉬운데,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1992년)의 원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서부극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서부극이 갖고 있던 고유의 속성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우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한 주인공은 여느 서부극 속 영웅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정의나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돈벌이로 총질에 나선다.

 

하지만 눈 하나 깜빡 않고 속사 권총을 쏘아대던 스파게티 웨스턴의 무법자는 보이지 않고, 말타는 것 조차 힘겨워 하고 서툰 총질에 사람 죽이는 것을 불안해 하는 볼품 없는 노인만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이스트우드는 그를 유명하게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무법자 시리즈와 작별을 고했다.

 

기존 서부극의 전통적인 교리를 뒤집어 엎는 과정을 통해 이스트우드는 그만의 작품 세계로 들어서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이를 반영하듯 영화 말미에 '세르지오와 돈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이는 이스트우드의 출세작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과 마초 형사로 등장한 돈 시겔 감독의 '더티 해리'에 안녕을 고한다는 뜻이다.

즉, 이전의 이스트우드는 잊으라는 선언인 셈이다.

 

캐릭터의 전도는 악당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서부극 속 보안관은 법을 수호하는 정의의 집행자인데 진 핵크먼이 연기한 이 작품 속 보안관은 무자비한 폭력과 돈을 밝히는 권위의 상징일 뿐이다.

 

오히려 그에 맞서는 존재들은 나약하고 죽음을 두려워 해 가치의 전복 마저 느끼게 한다.

이 위에 영웅의 은퇴에 어울릴 법한 은은한 멜로디의 음악과 서정적 영상까지 더해져 우수에 젖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처럼 색다른 서부극을 선보인 이스트우드의 이 작품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작품성 만큼은 인정받아 1993년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편집상, 남우조연상(진 핵크먼)을 받았다.

이후 이 작품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이상일 감독이 2013년 와타나베 켄이 사무라이로 등장하는 같은 제목의 영화로 리메이크했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일반 블루레이보다 화질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개선점을 크게 느끼기는 힘들다.

전체적으로 화면이 어두운 편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사방에서 울리는 빗소리가 서정적으로 들린다.

 

1080p 풀HD의 2.40 대 1 화면비를 가진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도 화질이 괜찮다.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고 암부가 지나치게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좋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의 대본은 할리우드에서 20년 가까이 떠돌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에게 대본의 판권을 구매한 뒤 그 자신이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도록 10년을 기다려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1993년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편집상,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같은 해 골든글로브에서도 감독상과 진 핵크먼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기차 장면은 19세기 협궤열차와 철로가 남아있는 캘리포니아 소노라에서 찍었다. 

극 중 빅 위스키 마을은 캘거리에 세트를 지어서 촬영. 제작진은 32일만에 마을 세트를 완성했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1859년 스타르 리볼버 더블액션, 스미스앤웨슨 스코필드 리볼버, 12구경 더블배럴 샷건, 스펜서 라이플을 비롯해 1873년 콜트 피스메이커 싱글액션 권총, 레밍턴 1875, 윈체스터 1866 엘로보이 등의 총기류가 등장한다. 

이스트우드가 신고 나온 부츠는 그가 TV 시리즈 '로하이드'에 출연할 때 신었던 부츠와 같은 종류다. 

보안관으로 나온 진 핵크먼은 처음에 대본을 읽어보고 거절했다가 훗날 이스트우드의 제안으로 역할을 맡게 됐다. 

엔딩에 흐르는 '클라우디아의 노래'는 재즈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이스트우드가 레니 니하우스와 함께 만든 곡이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용서받지 못한 자 : 블루레이
용서받지 못한 자 (2Disc 4K UHD 한정수량)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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