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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리플레이스먼트 (블루레이)

울프팩 2015. 2. 23. 23:46

미식축구만큼 미국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스포츠는 없다.

미식축구 규칙을 보면 미국의 역사와 미국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4회의 공격 기회 동안 총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하면 공격권이 넘어가고, 상대 엔드존까지 밀고 들어가야 득점이 인정된다.

이 같은 땅따먹기 룰은 원주민인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했던 미국의 어두운 과거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수비와 공격, 심지어 스페셜팀까지 철저하게 나눠져 있는 분업 구조는 전형적인 미국식 산업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결정적인 것은 득점을 위해 전진하거나 상대팀의 전진을 막으려면 철저하게 온 몸으로 부딪치는 육박전이 필수라는 점이다.

 

그만큼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미식축구의 정신은 세계 패권국의 구성원을 자임하는 미국인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하워드 더치 감독의 '리플레이스먼트'(The Replacements. 2000년)는 미식축구를 코믹하게 표현한 영화다.

 

미국의 프로미식축구 리그인 NFL 선수들이 파업을 하자 잔여 경기를 치르기 위해 구단주가 데려온 임시 대체 선수, 소위 '땜방' 선수들이 맹활약을 하는 이야기다.

마치 외인부대처럼 여기저기서 각각의 특기를 감안해 끌어 모은 대체선수들은 초반에는 팀웍이 이뤄지지 않아 고전하지만 이내 남다른 결속력을 과시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영화는 비록 비정규직이어서 앞날이 어떻게 될 지 몰라도 매 순간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좋게 보면 긍정적이지만 박하게 보면 참으로 무책임하다.

 

비록 일부 선수들은 돌아갈 생업이 있기에 환하게 웃으며 'I Will Survive' 노래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며 끝났지만 과연 이들이 마냥 즐겁기만 했을까 궁금했다.

어찌보면 이마저도 미국식 낙관주의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이면에 보이는 이런 것들에 대해 눈을 질끈 감는다면 팝콘무비처럼 가볍게 볼 만한 영화다.

특히 미식축구를 좋아한다면 경기장을 누비고 다니는 카메라가 잡아낸 박력 넘치는 경기 장면을 눈여겨 볼 만 하다.

 

다만 일본 씨름 선수 출신의 엄청난 덩치가 여러 명의 수비수들을 달고 적진을 돌파하는 황당한 만화 같은 장면들이 현실성을 떨어뜨린다.

더불어 젊은 시절의 키에누 리브스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색감은 괜찮지만 윤곽선이 두터워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

 

후반에 좀 나아지긴 하지만 초반 지글거림이 심한 편.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 준다.

 

반가운 것은 부록이다.

DVD와 동일한 감독 음성해설과 2편의 제작과정이 부록으로 수록됐는데, DVD에 없던 한글 자막이 감독의 음성해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들어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보울(bowl)로 통하는 미식축구 경기장. NFL의 볼티모어 레이븐스팀의 홈 구장인 레이븐스 스타디엄에서 촬영했다. 

쿼터백으로 등장한 키에누 리브스와 코치 역을 맡은 진 핵크먼. 

전설적인 NFL 해설가 존 메이든도 깜짝 등장. EA스포츠의 유명한 미식축구게임 '메이든' 시리즈의 바로 그 메이든이다. 

미식축구는 흔히들 쿼터백 놀음이라고 말한다. 쿼터백이 와이드 리시버나 런닝백에게 공을 어떻게 배급하느냐에 따라 공격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시범경기가 열리는 프리시즌때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경기가 있는 날 하프타임 휴식 시간에 경기장 장면을 찍었다.

여주인공을 맡은 브룩 랭턴.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이 흐르는 가운데 바에서 펼치는 러브 씬이 인상적이다. 

실제 NFL에서 선수로 뛰었던 사람들을 선수 역할로 캐스팅했다. 

치어리더들이 선정적인 춤을 춰서 상대팀의 경기 흐름을 깨트리는 코믹한 장면도 등장. 

코미디에 일가견 있는 존 파브로가 저돌적인 수비수로 등장. 

팬티 바람으로 자주 등장하는 리스 이판. 영화 '노팅 힐'에서도 휴 그랜트와 함께 사는 동거남으로 나와 팬티 바람 패션을 선보인다. 

키에누 리브스는 촬영 전 3주 동안 풋볼캠프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는 극 중 오하이오주립대 쿼터백 출신으로 나오는데, 예전 작품인 '폭풍속으로'에서도 오하이오주립대 쿼터백 출신으로 나왔다. 

선수들이 'I Will Surivive'에 맞춰 추는 춤은 대중적인 파티 때 추는 'electric slide'를 흉내냈다. 이 춤은 아이들도 간단하게 배울 수 있을 만큼 쉬운 춤으로 유명하다.

리플레이스먼트
하워드 더치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리플레이스먼트 : 블루레이 (1Disc)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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