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세레나

울프팩 2015. 4. 25. 13:21

영화 홍보물은 수잔 비에르 감독의 '세레나'(Serena, 2014년)를 격정 멜로드라마라고 소개한다.

이 문구 때문에 그저 그런 남녀의 뜨거운 사랑이야기로 안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대립이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하며 끝날 때 까지 한 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피가 피를 부르고, 뜻하지 않은 공포를 몰고 오는 이야기의 변화는 스릴러에 가깝고, 섬뜩한 인물들의 달라지는 모습은 공포물을 연상케 한다.

 

덴마크가 자랑하는 여류 감독 수잔 비에르 감독의 차분하면서도 응집력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두 남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뜻하지 않는 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여인 세레나(제니퍼 로렌스)가 벌목사업을 하는 남자 조지(브래들리 쿠퍼)를 만나 새로 사랑과 야망에 눈을 뜨며 몰고오는 무서운 파국을 다룬 이야기다.

 

남자에 대한 강한 집착과 사업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는 세레나의 모습은 엘리자베스 여왕 같은 권력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1920년대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적인 비판도 깔려 있다.

 

처참한 사고로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두 주인공의 다른 삶이 대비되는 풍경은 일부러 시대상을 비꼬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관계가 섞여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지만, 반면 인과관계가 약한 것이 흠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조지와 세레나의 사이에 끼어 묘한 긴장관계를 유발하는 인물들이다.

조지의 동업자이자 친구이면서 세레나를 경계하는 뷰캐넌과 신앙처럼 세레나를 따르는 사냥꾼 갤로웨이, 벌목장에서 일하는 조지의 또다른 여인 레이첼 등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불꽃튀는 대립각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갤로웨이나 레이첼, 뷰캐넌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설명이 좀 부족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거나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가 짜임새 있어 흥미진진하게 볼 만하다.

2009년 베스트셀러인 론 래시의 동명 장편 소설을 영화에 맞게 각색한 극본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훌륭한 영상이 조화를 이룬 덕이다.

 

원작 소설이 여인의 욕망을 강조한 반면 영화는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더 부각시켰다.

묘한 매력이 있는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이런 세레나의 모습을 잘 나타냈다.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모르텐 쇼보르그가 촬영한 수려한 영상이다.

그는 하늘과 검은 숲이 어우러진 풍광을 모노톤의 가까운 와이드 영상으로 마치 한 폭의 동양 산수화 같은 풍경으로 펼쳐 놓았다.

 

특히 채로 걸러 낸 듯한 조밀한 빛이 숲 사이로 비처럼 쏟아지는 영상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깝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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