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메모장

티악 LP-R550USB

울프팩 2015. 5. 10. 00:01

지금은 찾기 힘들지만 예전 1970, 80년대만 해도 동네에 작은 음반점이 꽤 있었다.

이런 동네 음반점은 컴팩트디스크(CD)가 나오기 전이어서 카세트테이프나 레코드판(LP)을 팔았다.

 

그런데 LP나 카세트테이프보다 더 많이 팔린 게 있었다.

일종의 짜깁기 테이프다.

 

라디오를 듣다가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곡목을 쭉 적어서 갖다 주면, 음반점 주인이 해당 LP를 찾아서 이것 저것 여러 곡을 원하는 대로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주고 돈을 받았다.

소위 듣고 싶은 곡들만 모아 놓은 나만의 편집 테이프인 셈이다.

 

듣고 싶은 곡은 많은데 모든 음반을 구입하기 힘든 경우 이런 식으로 녹음 테이프를 구입했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다보니 음반점에서 버젓이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이렇게 1980년대 구입한 녹음 테이프를 비롯해서 용돈을 아껴 사서 모은 카세트테이프와 LP를 아직까지 갖고 있다.

지금도 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한 이유는 한 가지, 갖고 있는 카세트테이프와 LP 중에 상당수가 CD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갖고 있는 음반CD들을 파일로 만들어 스마트폰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듣다보면 카세트테이프와 LP로만 갖고 있는 노래들을 다시 듣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기기가 바로 티악(TEAC)의 LP-R550USB다.

 

 

이 기기는 카세트테이프와 LP의 수록된 곡들을 CD에 녹음해 주는 기기다.

케이블을 연결하면 컴퓨터(PC)에서 바로 MP3 디지털 파일로 만들 수도 있다.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손상될 수 밖에 없는 카세트테이프와 스마트폰에 담을 방법이 요원했던 LP에 대한 갈증을 일거해 해소해 줄 수 있어 반가웠다.

기기 구성이 좀 특이하다.

 

 

본체 윗면에 LP 재생을 위한 턴테이블과 카세트테이프 재생만 가능한 데크가 있고, 아래쪽에 재생 및 녹음이 가능한 CD플레이어와 FM/AM라디오가 하나로 결합한 4위1체식이다.

더불어 컨트롤패널 양 옆으로 스피커가 달려 있어 턴테이블을 위한 포노앰프 및 별도의 앰플리파이어를 연결하지 않아도 직접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스피커 음질은 그다지 좋지 않다.

턴테이블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며, 톤암에 바늘도 장착돼 있어 편리하다.

 

 

다만 턴테이블의 만듦새가 튼튼하지 못해 이동을 위한 잠금 나사를 완전히 잠궈도 손으로 꾹 누르면 덜컥거린다.

물론 LP 재생은 문제가 없지만 왠지 엉성해 보인다.

 

그래도 33회전 및 45, 78회전까지 재생 가능한 속도조절 레버와 어댑터까지 한 켠에 달려 있어서 있을 건 다 있다.

카세트 데크도 단출해 보이지만 노멀 테이프와 메탈 및 크롬테이프까지 재생할 수 있다.

 

 

카세트테이프와 LP를 CD로 녹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스를 데크나 턴테이블에 장착한 후 녹음 가능한 공CD를 CD플레이어에 넣는다.

 

이후 컨트롤 패널 오른쪽에 있는 레코드 버튼을 누르면 일시정지 상태가 되면서 레코드 표시가 깜빡인다.

이때 소스를 재생하면 LCD 창에 소리 크기에 따라 레코드 레벨이 표시된다.

 

최대 피크가 '오버'(over) 표시를 넘는 지 확인하고, 넘을 경우 왼쪽 다이얼을 돌려서 기본 '0' 상태에서 '-1'이나 '-2'로 레벨 미터를 오버 표시를 넘지 않도록 낮춰주면 된다.

따라서 한,두 곡 정도 들어보며 레벨 미터를 확인하는 게 좋다.

 

이후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뒤 바로 소스를 재생하면 녹음이 시작된다.

전 곡 녹음이 끝났으면 정지 버튼을 누른 뒤 소스 버튼을 CD로 바꿔준 뒤 파이널라이즈 버튼과 엔터 버튼을 차례로 눌러서 파이널라이즈 작업을 해야 한다.

 

 

파이널라이즈는 일종의 CD음반 마무리 작업으로, 이를 하지 않으면 일반 CD플레이어에서 재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곡 번호를 부여하는 트랙 넘버링은 녹음 시작 전에 수동(manual)과 자동(auto) 중에 선택해야 하는데, 번거롭더라도 수동을 택하는 게 좋다.

 

자동으로 선택하면 녹음 데시벨을 아무리 낮춰도 자동으로 트랙번호가 부여되지 않아 서너 곡이 한 곡처럼 녹음되거나, 지나치게 쪼개져 한 곡이 여러 곡으로 녹음되는 등 불완전하다.

따라서 귀찮더라도 수동을 택해서 한 곡이 끝나면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멈췄다가 다시 일시정지를 풀어준 뒤 소스의 다음곡을 재생하는 방법을 취하는 게 안전하다.

 

이렇게 녹음한 CD를 일반 CD플레이어에서 재생해 보니 훌륭하다.

결과가 참으로 만족스러워서 구입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말 달리니 경마 잡히고 싶다고, 여기서 굳이 욕심을 부려 보면 PC처럼 녹음한 곡목과 트랙 넘버링을 입력하거나 CD표면에 레이블링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쯤된다면 CD 공장이나 마찬가지 기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