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파이란 (블루레이)

울프팩 2016. 3. 26. 11:41

최민식의 연기력이 빛나는 영화 '파이란'(2001년)은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한 작품이다.

별 볼일 없는 아사다 지로의 원작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로 바꿔놓은 것은 송해성 감독의 돋보이는 연출력이다.

 

송 감독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인물들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다.

이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지나친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절제되며 깔끔한 영상을 연출해 극 중 인물들에게 오히려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조폭 사무실 창 너머로 거친 조폭들의 움직임을 잡은 영상이나 파이란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처음 도착한 장면을 롱샷으로 잡은 장면 등은 보는 이를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더불어 강원도 바닷가 장면 등 화면을 꽉 채우는 서정적인 영상이 돋보인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우들의 연기다.

최민식 손병호 공형진 등 연기파 배우들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장백지까지 극 중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막판 최민식이 바닷가에 앉아서 파이란(장백지)이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은 뒤 오열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강재(최민식)가 천천히 담배를 꺼내문 뒤 미처 채 한 모금을 빨아들이지도 못한 채 울음이 터져 나오는 장면을 보면 극 중 이강재(최강재)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날 난큼 섬세하게 표현됐다.

 

또 '박하사탕'의 음악을 담당한 이재진의 음악도 영상과 잘 어울렸다.

사람들의 관계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 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와 서정적인 영상, 배우들의 감동적인 연기와 섬세한 송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괜찮은 화질이다.

초반에는 지글거림이 많이 보이고 어두운 장면에서 암부 디테일이 많이 묻히지만 색감은 좋은 편이다.

 

음향은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데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부록으로 송 감독과 최민식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 제작진과 배우 인터뷰,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코멘트, 파사모 모임 인터뷰 영상, 이수영과 막문위의 뮤직비디오 등이 들어 있다.

 

모두 DVD 타이틀과 동일한 부록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꾀죄죄한 3류 건달의 살아가는 모습을 참 그럴듯 하게 표현했다. 화장실이 뚝 떨어져 있는 집에서 혼자 사는 남자들 중에 더러 싱크대에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던데 이를 실감나게 재현했다. 

원작 소설은 게임 '용과 같이'처럼 일본 도쿄의 신주쿠 거리 가부키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송 감독은 이를 인천 뒷골목으로 옮겨 놓았다. 

최민식은 꾀죄죄한 느낌을 살리려고 3일 정도 머리를 감지 않고 촬영을 했다고 한다. 

레슬링의 빠떼루 자세와 쇼트트랙 출발 장면을 흉내낸 것은 원래 대본에 없던 것을 공형진이 애드립으로 연출했다. 

이 작품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그리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손병호는 실제 깡패가 아닐까 싶을 만큼 섬뜩하게 건달 두목을 연기했다. 그는 쟁반으로 최민식의 머리를 후려치는 장면에서 실제로 때렸다고 한다. 골프채로 후려치는 장면에서는 최민식이 옷 안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맞았다. 

'카라'로 데뷔한 송 감독은 이 작품이 두 번째 연출작이다. 작품성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하필 그 해 초대박 흥행 영화인 '친구'와 맞붙어 극장 상영으로는 자금 회수를 완전히 하지 못했다. 

파이란이 세탁 일을 도우며 살아가는 장면은 주로 강원도 대진에서 찍었다. 

참으로 화면이 단아하다. 송 감독은 처음부터 남녀 주인공에 최민식과 장백지를 염두에 두고 섭외했다. 

원작 소설에서도 장백지는 중국에서 온 여자로 설정됐다. 

바닷가 장면은 강원 고성의 송지호 해수욕장에서 촬영. 

장백지의 대사는 후시 녹음이다. 제작진은 그의 우리말이 서툴러서 촬영을 모두 마친 뒤 일본에서 촬영 중이던 장백지를 찾아가 1박2일 동안 대사를 따로 녹음했다. 

비디오 가게는 제작진이 만들었다. 

제작진과 장백지는 홍콩과 영화 촬영 방법이 달라서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특히 장백지는 북경어가 아닌 광동어를 사용해 통역을 구하기 힘들었고 영어도 능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작 여건상 출연료를 많이 깎았으나 시나리오를 좋아한 장백지가 출연을 결정했다. 

작품 속에서 파이란이 죽은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결핵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제작진은 파이란의 사인을 바이러스성 급성 간염으로 설정했다. 바이러스성 급성 간염도 결핵처럼 각혈을 하다가 병이 악화되면 며칠 만에 사망한단다. 

최민식의 연기가 돋보인 장면. 막판 장백지가 부른 노래는 막문위의 'love'다.

 

파이란 (2Disc)
송해성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파이란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