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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이어힙 'The Magician's Birthday Party' 라이브 DVD

울프팩 2017. 3. 27. 20:15

고교 시절 카세트테이프로 구입했던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유라이어힙의 앨범 'Look at Yourself'는 커버 디자인이 독특했다.

위쪽에 두 개의 눈을 그려 놓았는데 정작 가운데 아무것도 없이 네모난 공간만 표시돼 있었다.

 

디자인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원판 LP를 보고 감탄했다.

카세트테이프에 비어 있던 중심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은박 재질이 붙어 있었다.

 

타이틀처럼 LP를 들고 있는 사람을 비춰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앨범은 당시 FM 라디오에서 틀어준 불후의 명곡 'July Morning'을 우연히 듣고 구입하게 됐다.

 

당시 키보드와 기타가 현란하게 주고 받는 멜로디에 홀딱 반해서 앨범을 구입한 뒤 이 노래를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July Morning'은 곡 제목 때문에 특히 7월에 많이 방송됐는데 심야 라디오 프로가 아니면 어지간해서 끝까지 틀어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곡 길이가 10분이 넘는 대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기있는 낮 프로의 경우 끝까지 틀지 않고 중간에 적당히 잘랐다.

 

늘 그게 아쉬웠기에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한 뒤 원없이 들었다.

유라이어힙은 이 음반 외에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록 발라드 'Rain'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Tales' 'Sunrise' 등이 수록된 'The Magician's Birthday' 앨범도 유명하다.

 

두 음반은 1971년과 1972년에 차례로 발표됐으며 불세출의 건반연주자인 켄 헨슬리와 밴드의 대표 목소리였던 데이비드 바이런이 모두 참여했다.

유라이어힙은 멤버 교체가 잦았지만 켄 헨슬리와 데이비드 바이런이 몸 담았던 시절이 가장 빛났다.

 

여러 이유로 두 사람이 탈퇴한 뒤 밴드는 예전만큼 명성을 누리지 못했다.

학창 시절에 한창 즐겨 들었던 노래에 대한 향수와 추억 때문에 구입한 'The Magician's Birthday Live' DVD는 2001년 영국 런던의 셰퍼드 부시 엠파이어 극장에서 가진 밴드의 공연을 담고 있다.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믹 박스가 건재한 가운데 이제는 고인이 된 베이시스트 트레버 볼더와 보컬인 버니 쇼가 참여한다.

반가운 것은 켄 헨슬리와 1976~79년에 활동했던 보컬 존 로튼이 깜짝 손님으로 참여한 점이다.

 

켄 헨슬리는 밴드의 대표곡 'July Morning'에서 현란한 건반 솜씨를 과시하고, 존 로튼은 특유의 굵직하면서도 거친 목소리로 'Sympathy'를 불렀다.

다만 'Rain'이 없어서 아쉽다.

 

16 대 9 레터박스 포맷의 영상은 화질이 좋지 않다.

계단 현상도 나타나고 중경, 원경은 눈 코 입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디테일이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보너스 트랙과 밴드 멤버들이 묵었던 호텔 내 스케치 영상, 같은 해 미국 치피와 밸리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 영상 등이 들어 있다.

본편 뿐 아니라 부록들도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비록 화질은 형편 없지만 왕년의 좋았던 곡들을 노익장들의 연주와 목소리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타이틀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연출은 크리스 곰리가 맡았다. 무대는 단촐하다. 오로지 오래된 팬들에 의지해 연주와 노래만으로 승부한다.

기타리스트 믹 박스. 유라이어힙을 만든 원년 멤버다. 데이비드 바이런과 스파이스라는 그룹을 만든 그는 나중에 켄 헨슬리를 끌어들인 뒤 이름을 유라이어힙으로 바꿨다.

유라이어힙은 찰스 디킨스가 쓴 소설 '데이비드 커퍼필드'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 이름이다.

'July morning' 'Rain' 등을 만든 뛰어난 건반주자 켄 헨슬리. 보컬 데이비드 바이런과 함께 유라이어힙의 전성기를 만든 인물이다.

보컬 버니 쇼. 유라이어힙의 대표 목소리였던 데이비드 바이런은 지나친 음주로 멤버들과 불화를 겪다가 1976년 탈퇴했고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뒤에 보이는 베이스연주자 트레버 볼더도 2013년 사망. 그는 한때 데이빗 보위의 지기스타더스트와 위시본 애쉬에도 몸담았다.

기타연주도 잘했고 노래도 잘 불렀던 켄 헨슬리. 그는 1979년 유라이어힙을 탈퇴한 뒤 주로 세션맨으로 활동했다. WASP, 신데렐라 등 메탈 밴드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해 현란한 건반 솜씨를 발휘했다.

왕년의 유라이어힙 보컬이었던 존 로튼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그는 딥 퍼플 멤버였던 로저 글로버의 솔로프로젝트에도 참가했다.

Uriah Heep - Magician's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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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iah Heep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