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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블루레이)

울프팩 2017. 4. 8. 11:05

일본 저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매년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찾는 산장을 신슈에 갖고 있다.

그는 그 곳에 친구 내외와 딸을 자주 초대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당시 10세 남짓한 친구의 딸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또래 소녀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구상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바로 장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단순히 영감을 받은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 치히로의 모습도 친구 딸과 똑같이 그렸다.

나중에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본 친구 부부는 딸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영화 개봉 뒤 많은 사람들은 작품 해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미하엘 하네케 감독 말마따나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시각일 뿐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평론가들의 근엄한 해석보다 소녀들의 눈높이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열망에서 이 작품을 시작했다.


그런 눈높이에서 보면 이 영화에 또래 아이들이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들이 많이 들어 있다.

치히로가 부모와 떨어져 생고생을 하는 장면을 보며 새삼 엄마 아빠가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보이며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위기의 순간 치히로를 도와주는 캐릭터들을 보면 새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설령 그 친구들이 얼굴이 없고 산더미같은 덩치를 갖고 있으며 쭈글쭈글하고 머리가 아주 큰 볼품없는 노파라 할 지라도 생긴 것과 상관없이 친구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굳이 그럴듯한 해석을 붙인다면 이런 시각들은 지극히 동양 사상에서 강조하는 효와 충, 성(誠), 진(眞) 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본주의, 곧 휴머니즘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베를린 영화제가 2002년 이 작품에 금곰상을 수여하고 미국의 제 7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줬다.

베를린 영화제가 애니메이션에 금곰상을 준 것은 사상 처음이며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 역시 최초다.


이는 미야자키 감독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해석하며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일본풍의 그림으로 차별화한 덕분이었다.

이를 위해 미야자키 감독은 과거 일본의 고풍스런 온천장과 복색, 문화 등을 녹여 넣었다.


캐릭터들도 판타지풍의 서양식 등장인물과 용, 도깨비 등 동양식 캐릭터가 섞여 있다.

서구문물, 특히 유럽풍을 좋아하는 미야자키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획상품이라는 뜻이다.


덕분에 이 작품은 누구나 편하게 보며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다.

그림 또한 믿고 찾는 미야자키 감독의 서정적인 그림체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물론 이 작품은 미야자키 감독보다 '모노노케 히메'의 작화 감독인 안도 마사시가 더 많이 그렸다.

그렇더라도 지브리풍으로 굳은 그림체는 다르지 않다.


아울러 대부분의 미야자키 감독 작품에 함께 참여한 히사이시 조의 서정적인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막판 주제가는 라이어라는 기타 풍의 작은 하프를 연주하는 기무라 유미가 작곡하고 직접 연주하며 노래까지 불렀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국내에 블루레이로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일본에서 나온 지브리컬렉션에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1080p 풀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그라데이션이 자연스럽고 색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DTS HD MA 6.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가 위력적이다.

저음은 부밍이 일 정도로 강하다.


부록으로 다양한 예고편이 들어 있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에 들어 있는 제작 다큐는 제외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치히로의 실제 모델은 미야자키 감독 친구의 딸이다.

이상한 마을은 지브리 스튜디오 근처인 에도도쿄 다테모노엔을 모델로 그렸다. 이 곳은 에도시대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건물로 마을을 꾸민 일종의 야외 전시관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 곳을 아주 좋아해 자주 찾았다.

미야자키 감독은 반경 3km 이내에서 작품 속 캐릭터의 실제 모델을 찾는 버릇이 있다. 치히로의 아버지는 모델이 된 실제 소녀의 아버지, 치히로의 어머니는 지브리 직원 중 한 명을 그대로 그렸다.

이 작품의 원화는 '추억은 방울방울' 때 지브리에 합류해 '모노노케 히메'의 수석 작화감독까지 오른 안도 마사시가 그렸다.

제작진은 개봉일자를 맞추기 위해 밤샘 작업을 했고 동화 일부는 한국 쪽에서 작업했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익숙한 검댕이들이 이 작품에도 나온다.

미야자키 감독은 더빙을 위해 지브리 제 2스튜디오 지하 시사실을 특별 녹음실로 개조해 직접 더빙도 감독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온천장 지배인이 귀한 손님을 맞을 때 부르는 노래를 만들었다.

독특한 캐릭터인 가오나시는 얼굴이 없다는 뜻이다.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는 이 작품을 '센과 가오나시의 이야기'라고 칭할 만큼 가오나시에 비중을 뒀다. 치히로가 그에 대해 베푸는 온정을 약자를 위한 배려로 강조했다.

주제가를 부른 기무라 유미는 '모노노케 히메'를 본 뒤 지브리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서 미야자키 감독에게 편지와 노래를 담은 카세트테이프를 보냈다. 미야자키 감독은 노래가 마음에 들어  '굴뚝 청소부 린'이라는 작품에 담으려 했으나 작품 제작이 무산돼 이 작품에 넣었다.

동양적인 소재의 용이 등장. 이 작품은 2003년 일본에서 304억엔을 벌어들이며 그해 흥행 수입 1위를 기록.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pirited Away) OST
히사이시 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보정판, DTS-ES 2disc)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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