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쇤베르크가 작곡하고 알랭 부브리가 가사를 쓴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오페라에 비유하자면 '나비 부인'과 닮았고, 우리네 악극에서 찾자면 '홍도야 울지마라'와 유사하다.

좋게 말하면 순애보이고 깎아내리면 신파라는 얘기다.

 

내용은 월남전 때 사랑하게 된 사이공 매춘부와 미군 청년이 월남 패망과 함께 헤어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한 남자를 잊지 못해 지고 지순한 사랑으로 기다리는 이야기는 '나비 부인'과 닮았고 뜻하지 않은 사고를 일으켜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홍도야 울지마라'를 떠올리게 한다.

 

신선한 점은 결코 쉽지 않은 월남전이라는 소재를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쟁통에 몸을 팔게 된 베트남 여인과 파병 군인간의 사랑, 어떻게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벗어나려는 포주,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베트남군 장교 등이 얽키면서 예측 가능한 비극을 만들었다.

 

'레미제라블'을 만든 쇤베르크와 부브리 콤비는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들간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순애보와 사랑의 힘을 강조했다.

그들 작품의 공통점은 항상 강조하듯 인간의 힘, 그것도 사랑을 최우선으로 둔다.

 

하지만 월남전은 결코 사랑이야기만으로 포장하기에 아픔이 너무 큰 녹녹하지 않은 소재다.

그 바람에 뮤지컬 개봉 당시 미국의 월남전 참전을 미화시키고 베트남 여성들을 매춘부로 비하했다며 반발했다.

 

특히 미국 청년이 베트남을 떠난 뒤에도 결혼까지 결심한 베트남 여성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며 다시 베트남을 찾는 것은 월남전에 미국이 참전한 것처럼 해방자이자 구원자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바람에 베트남 여성은 주체적 삶을 살지 못하고 다시 옛남자에게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되는 운명에 순응하며 굴종적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당연히 베트남 여성들은 물론이고 여성 인권을 강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편파적이며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작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만큼 내용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한 작품이다.

 

하지만 뮤지컬의 대가인 카메론 매킨토시 작품답게 무대는 화려하다.

실물 크기의 헬기 모형이 무대 위에 등장하고, 사이공의 매춘가를 묘사한 무대는 카바레를 옮겨 놓은 듯 휘황찬란하다.

 

여기에 베트남 혁명을 군무로 묘사한 장면은 역동적인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쇤베르크와 부브리의 작품들이 그렇듯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많지 않다.

 

아주 유명한 'I Still Believe', 색소폰 선율이 인상적인 'The Last Night of The Wolrd', 'The American Dream' 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이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Miss Saigon : 25th Anniversary Performance, 2016년)은 이 뮤지컬의 초연 25주년을 기념해 2014년 9월22일 영국 런던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가졌던 갈라콘서트 실황을 그대로 담았다.

 

브렛 설리반이 감독을 맡았지만 카메론 매킨토시가 진두 지휘했다.

그래서 미흡한 부분은 2016년 1월에 추가 촬영해 편집했다.

 

그러나 원래 공연 실황 사운드를 건드리거나 다시 녹음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황 타이틀이라고 봐도 된다.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화질은 1080p를 지원한다고 돼 있지만 1080i 영상처럼 보인다.

 

당연히 영화 블루레이 화질에 미치지 못하며 디테일이 떨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DTS HD MA 5.1 채널은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 이동성이 우수해 서라운드 효과가 압권이다.

 

부록으로 오리지널 초연 멤버들이 등장하는 29분 분량의 갈라 피날레가 수록됐다.

뮤지컬 본편은 물론이고 부록까지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공연과 달리 블루레이 타이틀의 장점은 무대 위를 속속들이 누비는 카메라 덕분에 배우들의 세세한 표정과 몸짓 연기 등을 클로즈업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공연장에서 보기 힘든 블루레이 타이틀 만의 영상미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느낀 이 공연의 한계는 주인공 콤비를 맡은 에바 노블자다와 알리스테어 브래머 콤비가 초연 멤버들만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미스 사이공은 확실히 초연 배역이었던 레아 살롱가와 비교 불가다.

 

배우들 중에서는 엔지니어를 연기한 존 존 브라이언스가 그나마 인상적이었고 당연히 한국 배우인 홍광호에게 눈길이 가는 정도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뮤지컬은 1989년 런던 로열 드루어리 래인 극장에서 초연됐다.

사이공의 환락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노출이 많고 선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 뮤지컬은 1985년 영국 신문에 게재된 베트남 여인과 아들로 보이는 어린이가 울고 있는 흑백사진에서 비롯됐다.

미스 사이공을 연기한 에바 노블자다와 미군 크리스를 연기한 알리스테어 브래머. 브래머는 영화 '레미제라블'에도 나왔다.

초연 당시 미스 사이공인 킴 역할은 필리핀 출신의 레아 살롱가가 연기했다. 살롱가는 이 작품으로 유명해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알라딘'과 '뮬란'에서 여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했다.

애잔한 선율이 이어지는 'I Still Believe' 장면. 쇤베르크와 부브리 콤비는 초연 당시 킴 역할을 찾기 위해 1년간 오디션을 진행했으나 마땅한 배우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프랑스TV에서 방영한 필리핀 영화를 보다가 이태리어와 영어로 노래하는 한 소녀를 발견해 수소문 끝에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 소녀가 바로 레아 살롱가다.

한국의 뮤지컬 스타 홍광호가 베트남 장교 투이 역으로 등장. 영화 '고고70'에도 출연했다.

뮤지컬 제작진은 작품을 완성해 초연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한국의 이소정도 1994년 킴 역으로 뽑혀 3년 동안 미국에서 공연했다.

사이공 함락을 잘 묘사한 장면. 거의 실물과 비슷한 크기의 헬기 모형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The American Dream'이 흐르는 화려한 장면. 블루레이 타이틀에 실린 부록을 보면 이 장면에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등장한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1Disc) : 블루레이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1Disc)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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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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