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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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블루레이)

울프팩 2017. 6. 21. 05:55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를 다룬 영화라면 '냉정과 열정사이' '인페르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제임스 아이버리 감독의 '전망좋은 방'(A Room With A View, 1985년)이다.

 

EM 포스터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피렌체로 여행을 떠난 여인이 우연히 마주친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여인의 사랑은 결코 쉽지 않다.

 

여인은 약혼자 때문에 애써 피렌체에서 만난 남성을 외면하지만 그렇다고 약혼자에게 빠져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고리타분하고 모범생같은 약혼자 보다는 피렌체에서 만난 자유분방한 남성에게 끌린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때로는 여인의 위험한 사랑을 경계하고, 때로는 진정한 사랑을 충고한다.

그만큼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관계, 상황을 이끌어가는 대사가 중요한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대사와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소설적인 작품이다.

다행히 출연한 배우들이 헬레나 본햄 카터,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비롯해 매기 스미스, 주디 덴치 등 연기로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표정과 몸짓으로 빚어내는 정교한 심리묘사가 정극의 묘미를 제대로 알게 해준다.

그렇다고 대사와 상황 설정이 전부는 아니다.

 

아름다운 피렌체와 영국 전원마을을 풍경화처럼 찍어낸 영상이 작품을 빛냈다.

마치 피렌체 관광 가이드처럼 대표적인 풍경들을 배경 삼아 이야기를 풀어낸 덕분에 이탈리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여기에 매혹적인 클래식 선율이 깔리면서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아름다운 영상과 잘 어울리는 클래식 선율,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아이버리 감독의 정갈한 연출이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맞물려 깔끔하면서도 매혹적인 영화를 만들어 냈다.

 

덩달아 EM 포스터의 원작 소설을 읽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좀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테일은 잘 살렸는데 30년이 넘은 작품이어서 그런지 필름의 입자감이 두드러져 전체적으로 거칠게 보인다.

초반 타이틀 화면은 미세하게 흔들리기까지 한다.

 

그래도 DVD 타이틀보다는 화질이 좋아 볼 만 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체적으로 청취 공간을 포근히 감싸는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는 편은 아니다.

더러 한글 자막에 오자가 보이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부록으로 감독과 제작자, 촬영감독, 배우가 함께 한 음성해설, 배우 인터뷰와 영화 개봉에 대한 뉴스 보도, 제작자와 감독 소개 영상, EM 포스터 사망을 다룬 프로그램 등이 수록됐다.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피렌체다.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잘 잡아냈다. 이 영화는 '사랑을 믿느냐'고 묻고 있다.

피렌체의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을 빌려서 촬영한 장면. 제작진은 피렌체 곳곳의 전망들을 촬영해 영화에 사용. 클래식 음악도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용. 특히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 나오는 'O mio babbino caro'가 주제곡으로 쓰였다.

제작자인 이스마일 머찬트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에드워드 포스터의 원작 소설을 여러번 읽고 영화를 만들게 됐다. 두 사람은 이 작품 외에도 '인도로 가는 길' '하워즈 엔드' 등 포스터의 다른 소설도 영화로 만들었다.

머찬트와 아이보리 감독은 1961년에 공동으로 프로덕션을 설립해서 주로 인도 등 해외에서 영화를 찍었다. 푸치니의 'La Rondine' 중에서 'Chiil bel sogno di doretta'도 사용됐는데, 이 곡은 키리테 카나와가 불렀다.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 장면은 관광객들을 통제하고 촬영. 이 곳에서 여주인공이 우연히 칼부림을 목격하고 쓰러지자 한 호텔에 묵게 된 청년이 돌보면서 사랑이 싹트게 된다.

남녀 주인공을 연기한 줄리안 샌즈와 헬레나 본햄 카터. 당시 19세였던 헬레나 본햄 카터는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다.

원작을 쓴 EM 포스터는 1970년 6월에 91세 나이로 사망했다. 포스터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혐오해서 미국 자본으로 찍는 영화인 경우 원작을 제공하지 않았다.

주연 못지 않게 중요한 배역을 연기한 매기 스미스와 주디 덴치.

머찬트와 아이보리 감독은 아름다운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해 영화 촬영시 장소를 눈여겨 본다.

영국 장면은 켄트의 세븐오크스 근처 웨스터햄에서 촬영.

헬레나 본햄 카터는 이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증조부는 1908~16년 영국의 총리를 지낸 허버트 애스퀴스다.

목사를 연기한 사이먼 캘로우. 에드워드 포스터는 1908년에 이 소설을 출판했다.

답답하고 고지식하며 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약혼자 역할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 이 작품에서는 안쓰럽게 나왔다.

루퍼트 에버렛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세실 역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피렌체와 영국에서 촬영시 비가 많이 쏟아져 제작진을 애태웠다.

동생으로 나온 루퍼트 그레이브스도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다. 헬레나 본햄 카터는 딕 로빈스에게 피아노를 배워 완벽하게 연주했다. 노래도 직접 불렀다.

영화 속 전망 좋은 방은 사랑의 매개체다. 피렌체 호텔에 묵은 여주인공이 처음 배정받은 방의 전망이 좋지 않다고 불평하자 이를 듣게 된 청년 일행이 자신들의 전망 좋은 방으로 바꿔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런 점에서 전망 좋은 방은 사랑의 시작이자 완성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