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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피렌체의 두오모 & 조토의 종탑 & 산조반니 세례당

울프팩 2017. 10. 8. 00:36

피렌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베키오 다리와 바로 꽃의 성당인 두오모다.

두오모로 통하는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Santa Maria del Fiore)은 피렌체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꽃의 성모교회,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꽃의 성모교회'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외관이 아름다운 3가지 대리석으로 장식돼 멀리서 보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이탈리아 국기와 같은 3색 대리석 중 흰색은 카라라, 붉은색은 카라라, 초록색은 프라토산이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온갖 조각들로 장식된 정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워낙 많은 작품이 배치되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중간에 여러 작품이 파손되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된 것은 1887년이다.]


여기에 붉은 지붕의 커다란 돔과 옆에 높다랗게 솟은 종탑, 성당 앞에 작은 세례당까지 놓여 있어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라틴어로 도무스에서 유래한 두오모는 반구형의 둥근 지붕을 의미한다.


이런 이름이 붙게된 두오모의 돔은 유명한 피렌체의 건축가 겸 조각가인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했다.

르네상스 예술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예술가인 브루넬레스키는 건축의 투시도법 창시자로 유명하다.

[두오모의 브루넬레스키 돔은 피렌체 어디서나 시선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해 질 녘 두오모는 찬란하게 빛난다.]


원래는 장인으로 뽑힐 만큼 뛰어난 금세공 기술자였으나 두오모 바로 앞에 있는 산조반니 세례당의 동쪽 문 제작을 위한 현상 공모에서 마지막 단계에 오른 로렌조 기베르티와 경합을 벌였으나 떨어졌다.

아픈 속을 달래기 위해 로마로 떠난 브루넬레스키는 이 곳에서 두오모 돔을 염두에 두고 집중적으로 판테온을 연구한다.


그 결과 브루넬레스키는 이중벽으로 구성된 로마의 판테온 지붕에서 영감을 얻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골격 위에 또다시 골격을 덧씌우는 이중 덮개 방식을 채용해 외부 지름 54미터의 거대한 돔을 완성했다.

덕분에 이중 지붕 사이로 난 좁은 돌계단을 통해 91미터 높이의 돔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다.

[오른쪽 석상이 피렌체 두오모의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다. 그의 시선은 자신이 설계한 돔을 향하고 있다.]


돔 꼭대기에서는 피렌체 정경이 시원하게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물론 올라갈 때는 무려 464개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쉽지 않지만 고생을 충분히 보상받을 만큼 내려다보는 정경이 일품이다.


설계자의 이름을 따서 브루넬레스키의 돔으로 불리는 이 곳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때문에 유명하다.

헤어진 남녀 주인공이 돔 꼭대기에서 재회하기 때문.

[피렌체 두오모에 입장하려는 줄을 서야 하는데, 보통 두 줄이 있다. 하나는 성당 입장, 하나는 돔에 오르기 위한 줄이다. 돔에 오르는 줄은 성당 옆쪽 출입구로 들어가니 잘 살펴서 목적에 맞춰 서야 한다.]


영화에서는 꼭대기가 굉장히 한적해 보이는데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줄 서서 올라가야 할 만큼 붐빈다.

공짜도 아니고 표를 사서 올라가야 하는데도 30, 40분은 기본이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돔 내부 천장에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모티브 삼아 바사리와 주카리가 1572년부터 1579년까지 그린 거대한 프레스코화가 있다.

돔 하단부 테두리에는 지옥을 묘사했고 중앙에 앉아 있는 예수를 중심으로 위쪽에는 천당을 그려 놓았다.

[피렌체를 통치한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1세 대공이 유명한 화가이자 건축가인 바사리에게 의뢰한 돔의 내부 천장화. 바사리는 다시 주카리와 크레스티를 고용해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실제 천장 높이까지 올라가 보면 엄청난 규모의 그림에 놀랄 수밖에 없다.]


이 성당은 독특하게도 성당 위에 성당을 지었다.

두오모 지하로 내려가면 모태가 된 산타 레파라타 성당의 흔적을 볼 수 있다.


1296년 피렌체 사람들은 오래된 산타 레파라타 성당이 무너질 위험에 처하자 피사와 시에나 시보다 큰 성당을 세우기로 하고 건축가 겸 조각가인 아르놀포 디 캄비오에게 설계를 맡겼다.

그러나 길이가 무려 153미터에 이르는 워낙 거대한 성당이어서 캄비오 생전에 완성되지 못한다.

[두오모 지하에 위치한 산타 레파라타 성당의 흔적들.]


뒤를 이어받은 유명한 조토(지오토) 역시 1334년부터 1337년까지 공사를 하다가 죽었고, 그의 제자인 안드레아 피사노가 이어받아 흑사병에 걸려 죽을 때까지 추가 공사를 했다.

이후 프란체스코 탈렌티가 넘겨받아 1434년까지 마무리 공사를 했다.


돔 위에 솟은 뾰족탑은 그 후로도 몇 년 더 걸려 1471년 브루넬레스키의 친구인 미켈로쪼가 브루넬레스키의 설계대로 만들어 완성됐다.

설계부터 따지면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완성된 인류의 역작이다.

[브루넬레스키의 돔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전경.]


조토의 종탑


어찌 보면 오벨리스크나 뾰족한 바늘을 연상케 하는 조토의 종탑(Campanile di Giotto)은 두오모의 부록 같은 존재다.

르네상스 시대에 유명한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조토 디 본도네가 설계한 이 종탑은 높이가 85미터이다.


내부에 414개의 계단이 있어서 표를 구입해 올라갈 수 있다.

당연히 좁고 가팔라서 힘든 편인데 그래도 브루넬레스키 돔보다는 낮은 편이다.

[브루넬레스키 돔에서 내려다본 조토의 종탑.]


종탑의 외관은 두오모와 맞춰서 3가지 색의 대리석으로 장식했고 하단은 안드레아 파사노가 붉은색 패널로 만든 부조로 장식돼 있다.

그러나 종탑에 장식된 것은 복제품이고 진품은 두오모 뒤편에 위치한 두오모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종탑을 따라 올라가 보면 상층부에 어른 키만 한 종을 전시해 놓았다.

원래 꼭대기에 달려 있던 종과 같은 모양으로 만든 모조품이다.

[조토의 종탑 상층부에 오르면 다리 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여기에 커다란 종이 전시돼 있다.]


이 곳 역시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4면 전망 창을 통해 피렌체 전경을 볼 수 있다.

특히 두오모의 브루넬레스키 돔을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어 올라가 볼 만하다. 


조토의 종탑이나 브루넬레스키 돔은 명작 콘솔게임 '어쌔신 크리드2'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두오모 본관 지붕에 올라 이 탑으로 건너뛰어야만 찾을 수 있는 퀘스트들이 있고, 브루넬레스키 돔은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해결할 수 있는 미션이 있다.

[조토의 종탑 꼭대기에 오르면 붉은 기와지붕을 따라 쭉 돌면서 피렌체시를 내려다볼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새장 같은 철제 울타리 안에서 봐야 한다.]


산조반니 세례당


두오모 정문 앞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건물이 산조반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이다.

직경 25.6미터의 팔각형인 이 건물은 4세기 때 축조된 것을 1059년부터 1128년까지 재건한 것으로, 피렌체의 수호성인 산조반니에게 봉헌한 건물이다.


산조반니는 세례 요한의 이탈리아식 이름이다.

단테를 비롯해 피렌체에서 태어난 유명 인사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다.

[피렌체의 산조반니 세례당. 뒤로 두오모와 조토의 종탑이 보인다. 세례당을 8각형으로 지은 이유는 유대교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8일 안에 할례를 치르던 종교적 의식을 상징한다. 이 의식이 기독교의 세례 의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들이 세례를 받은 곳은 세례당 한편에 우물처럼 따로 놓여 있다.

접근이 제한된 이 곳은 댄 브라운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인페르노'에서 톰 행크스가 단테의 데스마스크를 찾는 장소로 등장한다.


이 건물은 무엇보다 동, 남, 북 3면에 붙어 있는 거대한 금속 문 때문에 유명하다.

문이라고는 하지만 높이가 7미터, 무게는 8톤에 이르는 거대한 예술품이다.

[영화 '인페르노'에도 등장하는 산조반니 세례당의 성수를 담아 놓은 세례반.]


그중에서도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이라고 칭송한 동문은 로렌초 기베르티가 1425년부터 1454년까지 무려 29년에 걸쳐 만들었다.

당시 현상 공모에 참가한 응모자 가운데 25세로 가장 어렸던 기베르티는 구약성경 가운데 10가지 이야기를 황금 부조로 장식했다.


어디가 남문인지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쳐다보는 문을 찾으면 된다.

검은 바탕의 청동 위에 번쩍거리는 황금을 덧씌워 3개의 문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산조반니 세례당의 동문. 천국의 문으로 통하는 이 문 앞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로마시대의 전쟁의 신 마르스를 받드는 신전이 있었다.]


기베르티는 동문과 댓구를 이루도록 신약성경에서 20개의 에피소드를 골라서 장식한 북문도 만들었다.

북문 또한 1401년부터 1425년까지 21년 동안 만들었다.


따라서 기베르티는 두 개의 문을 만드는데 48년의 인생을 바쳤다.

이 문 또한 화려하지만 황금을 덧씌운 동문보다는 덜 하다.

[두오모 박물관에 전시된 기베르티가 만든 산조반니 세례당의 동문. 일명 '천국의 문'이다.]


1330년부터 1336년까지 만든 남문은 3개의 문 가운데 가장 처음 제작됐다.

제작자인 안드레아 피사노는 세례 요한과 관련된 28개의 이야기를 부조로 만들었다.


단색처럼 보이는 남문은 3개의 문 가운데 가장 수수하지만 가장 묵직해 보인다.

하지만 세례당에 붙어 있는 3개의 문은 모두 모조품이다.

[피렌체의 두오모 뒤편에 위치한 두오모 박물관. 각종 예술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진품은 두오모 뒤편에 위치한 두오모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 곳에 전시된 동문, 즉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또한 진품은 아니다.


진품은 수장고에 들어 있어 볼 수 없다.

따로 보관한 이유는 1966년 피렌체 대홍수 당시 세례당 또한 물에 잠기면서 동문의 일부가 부식됐기 때문이다.

[두오모 박물관에 산조반니 세례당에서 가져온 3개의 문의 보관돼 있다.]


그때부터 피렌체는 27년 동안 복원 작품을 진행한 뒤 진품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수장고에 보관하고 2점의 복제품을 만들어 그중 하나를 세례당에 설치했으며 나머지를 두오모 박물관에 전시했다.

전시용 동문은 한국까지 운송돼 특별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다.


세례당 내부에 들어서면 번쩍거리는 황금색 모자이크 천장화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비잔틴 양식으로 제작된 황금 모자이크는 성경 에피소드와 세례 요한의 생애를 새겨 놓았다.

[비잔틴 제국의 영향을 받아 황금색으로 장식된 산조반니 세례당의 천장 모자이크.]


세례당 내부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좀 더운 편이다.

무엇보다 좁은 공간에서 천장화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보니 더 더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머물며 구경할 만큼 천장화는 압도적이다.

내부에 신자들을 위한 의자도 있으며 힘들면 잠시 앉아서 다리를 쉴 수도 있다.

[두오모 박물관에 전시된 도나텔로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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