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연애의 목적(블루레이)

울프팩 2017. 11. 16. 15:55

'연애의 목적'(2005년)은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고윤희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재림 감독이 만든 영화다.
말 그대로 남녀가 연애를 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이 작품은 도발적이면서 직선적인 대사가 매력이다.

 

어느날 한 고교에 여자 교생(강혜정)이 새로 온다.

첫날부터 이 교생에게 호감을 갖게 된 남자교사(박해일)는 집요하게 집적거린다.

 

둘 다 애인이 있지만 교사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교생과 교사의 위험한 줄타기가 벌어진다.

 

언뜻보면 성인들의 도 넘은 사랑 놀음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권력을 이용한 성적 억압 문제로 다가선다.

물론 진행되는 과정을 놓고 보면 이를 올곳이 성평등 문제로 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남는다.

 

인물들의 대사를 들어보면 작가가 남녀의 연애 이유를 정사에서 찾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영화는 남자교사가 교생에게 날리는 "자고싶다"는 대사로 시작해 교생의 애인이 교생에게 묻는 "잤냐?"는 대사로 끝난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남자교사는 연애와 사랑이 별개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 바람에 영화는 시종일관 쿨한척하며 자극적인 영상과 대사로 점철된다.

 

무엇보다 박해일이 던지는 가벼우면서도 재기발랄한 대사들과 추근거림이 연신 헛웃음을 자아낸다.

그런 점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요즘 하도 직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추행 사건이 연신 보도되는 지라 마냥 가볍게만 볼 수는 없다.

결국 사회생활에서 남녀 관계가 자칫 잘못하면 권력에 종속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비겁하게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은 나름 의미부여를 할 만 하다.

 

2005년에 만든 작품이 현재진행형 사건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래도 결론은 역시나 로맨스이다.

 

그런 점이 아쉬우면서도 이 영화를 가볍게 볼 만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쉽다.

 

과거 출시된 DVD 타이틀도 화질이 아쉬웠는데, 이번 블루레이 역시 선예도가 떨어지고 플리커링이 보이는 등 화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DVD 타이틀보다 색감 등은 개선됐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이병우의 맛깔스러운 기타 연주가 부드럽게 공간을 감싼다.

 

부록은 DVD 타이틀에 수록된 내용 외에 추가로 10주년 기념 상영회 때 간담회 영상과 한재림 감독 인터뷰 영상이 추가 수록됐으며, 이 중 감독 인터뷰는 HD 영상이다.

나머지 감독과 박해일, 제작자 음성해설, 제작과정, OST 작업, 삭제장면, 포스터 촬영현장과 프로모션 영상, 제작진이 밝힌 영화에 대한 소감 등은 DVD 타이틀과 동일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박해일이 살렸다. 그는 언뜻보면 최양락같은 말투와 몸짓으로 건들거리는 선생 역을 그럴듯하게 연기해 '살인의 추억'과는 180도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이 영화는 대사 위주의 정적인 장면이 주를 이루는데도 핸드헬드 촬영이 많았다.

신일고에서 주로 촬영했다고 한다. 가운데 줄을 제외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CG로 만들었다.

노래방 장면에서 박해일이 원래 부른 노래는 'Can't Take My Eyes Off You'이다. 그런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Happy Together'로 바뀌었다. 삭제장면에서 원래 부른 노래 장면을 볼 수 있다.

여자 교생 역을 맡은 강혜정도 열심히 연기했다.

노바다야끼 장면이나 속초 횟집 장면 등에서 배우들은 실제로 술을 마셨다. 강혜정은 물론이고 박해일도 많이 마셔 취했다는 후문.

촬영은 '우아한 세계' '아는 여자' '질투는 나의 힘' 등을 찍은 박용수 촬영감독이 담당.

지금은 사라진 피맛골의 추억. 연기를 자욱하게 피워 올리며 냄새를 풍기던 고등어 구이집도 모두 사라졌다.

지금은 스토킹으로 처벌받을 만한 짓들이지만 영화 촬영 무렵만 해도 훈방 대상이었다.

교생의 아파트, 교무실은 양수리 촬영장에 만든 세트였다. 야외 포장마차는 제작진이 만들었다.

곱게 깔린 눈은 소금이다. 하얀 눈은 성폭력을 로맨스로 바꿔 놓았다.

 

 

연애의 목적(2Disc)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연애의 목적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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