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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컨피덴셜(블루레이)

울프팩 2017. 11. 21. 15:25

커티스 핸슨 감독의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 1997)은 한 편의 잘 만든 추리소설 같다.

1950년대 유행했던 범죄 수사물처럼 미국판 누아르를 지향하는 이 작품은 LA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용의자에 대한 폭력을 불사하는 거친 형사들의 이야기는 더쉴 해미트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게, 팀을 이뤄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 모습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정교한 플롯을 유지하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두 가지, 캐릭터의 개성을 확실하게 살린 캐스팅과 탄탄한 각본이다.

러셀 크로와 가이 피어스, 케빈 스페이시 등 3명의 배우가 확연하게 스타일이 다른 3명의 형사를 맡아 맛깔스럽게 배역을 살렸다.

 

러셀 크로는 폭력 형사의 악역을 마다하지 않고 사건 해결에 매진하는 저돌적인 형사 역을 연기했고 가이 피어스는 그와 반대로 법을 지키며 증거를 토대로 한 두뇌 플레이에 익숙한 형사를, 케빈 스페이시는 능글능글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한 형사 역을 연기했다.

이 세 사람은 마치 현대판 삼총사처럼 서로 다른 개성으로 각 캐릭터의 빈 곳을 메워주며 완벽한 퍼즐 플레이를 구사한다.

 

원래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주연을 3명이 아닌 한 명으로 줄이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를 커티스 핸슨 감독이 고집을 부려 밀고 나갔는데 이 점이 성공 포인트가 됐다.

 

더불어 커티스 핸슨 감독이 브라이언 헬겔런드와 공동 작업한 대본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이 작품은 작가 제임스 엘로이가 쓴 LA 범죄 시리즈 4부작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 원작이다.

 

이를 핸슨 감독과 헬겔런드가 영화에 맞게 시나리오 작업을 새로 했는데 원작 소설과 달리 상당 부분 많이 고쳤다.

대표적인 것이 '롤로 토마시'라는 말의 도입이다.

 

원작 소설에 없는 이 말은 마치 '시민 케인'의 로즈버드라는 단어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복선이 된다.

또 일부 등장인물에 대한 처리도 소설과 다르게 묘사해 영화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만큼 각본 작업에 참여해 연출까지 맡은 커티스 핸슨 감독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아카데미도 이를 인정해 핸슨 감독에게 이 작품으로 각색상을 줬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그런 핸슨 감독의 역량을 볼 기회가 없다.

지난해 9월 핸슨 감독은 71세 나이를 끝으로 세상을 떴다.

 

'8마일' '리버 와일드' '요람을 흔드는 손' 등의 작품을 남겼다.

그중에 발군은 역시 'LA 컨피덴셜'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과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자주 나타나지는 않지만 저음이 풍성해 총소리가 우렁차게 울린다.

부록으로 배우들의 음성해설, TV 파일럿, 제작과정과 캐스팅 비화, 원작 소설 관련 내용, 비주얼 스타일 등이 들어 있다.

 

그러나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커티스 핸슨 감독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그는 감독이 되기 전에 작가로도 활동했으며 영화잡지 '시네마'의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다.

영화 속 많은 부분이 실제 사건에 기초했다. 성탄 전야에 술 취한 경관이 멕시칸 용의자를 폭행하는 장면은 실제 히스패닉을 폭행한 트로야노브스키와 브론슨 경관 사건을 토대로 했다.

제목의 컨피덴셜은 1950년대 미국 대중잡지 이름에서 따왔다. 영화 속에서는 해당 매체 이름이 '허시 허시'로 나온다.

커티스 핸슨과 브라이언 헬겔런드는 2년에 걸쳐 대본 작업을 했다.

가이 피어스는 처음에 맡은 역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독선적인 인물로 봤기 때문이다.

워너브라더스에서는 러셀 크로와 가이 피어스 등 두 명의 외국 배우가 미국 경찰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여배우 라라 터너는 극 중 한 장면처럼 실제로 갱단이었던 조니 스톰파나토와 사귀었다. 하지만 극 중에서는 1953년 상황으로 나오는데 두 사람이 연애한 것은 1957년이다.

이 작품은 두 번이나 TV 시리즈 제작을 시도했다. 블루레이 타이틀 부록에 키퍼 서덜랜드가 주연을 맡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멜 깁슨도 러셀 크로가 연기한 형사 역할 후보로 거론됐다.

영화는 대부분 야외 촬영했으나 막판 빅토리 모텔 총격전 장면은 세트에서 찍었다.

킴 베이싱어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출연 전까지 이 역할을 3번이나 거절했다. 지나 데이비스, 멜라니 그리피스, 안젤리카 휴스턴, 미셀 파이퍼, 르네 루소, 멕 라이언 등도 이 역할을 거절했다.

L.A. 컨피덴셜
커티스 핸슨 감독; 케빈 스페이시 출연; 러셀 크로우 출연; 가이 피어스 출연; 킴 베이싱어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L.A. 컨피덴셜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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