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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종횡사해 (블루레이)

울프팩 2017. 12. 5. 16:09

오우삼 감독의 '종횡사해'(縱橫四海, 1991년)는 유쾌한 도둑영화 중 하나다.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잡'처럼 낭만적인 도둑들이 기발한 방법으로 물품을 훔친 뒤 이를 노린 악당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유쾌한 도둑들 이야기의 특징은 중심에 돈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복수가 됐든 사랑이 됐든 다른 이유로 물건을 훔치고 부수적으로 돈이 따라 붙는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대해 면죄부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아울러 재미를 추구한다.

이 작품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낀 3인조 일당이 세계적인 명화를 훔치는 과정에서 음모에 휘말리고 급기야 동료를 잃는 비극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 굴하지 않고 다시 뭉쳐 명화도 되찾고 악당을 응징한다.

 

주인공 도둑들보다 더 욕심 사나운 도둑이 배후에 도사려 음모를 꾸미는 설정은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 잡' 등 유명 도둑 영화들에서 익히 봤던 설정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여기에 오우삼 감독 특유의 설정이 가미됐다는 점이다.

 

슬로모션으로 전개되는 총격전은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에서 익히 봤던 오우삼의 액션스타일이다.

여기에 뒤로 미끄러지며 권총을 난사하거나 요란한 총격전 와중에 고립된 어린아이를 구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도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의 한 장면과 중첩된다.

 

다만 날아오르는 비둘기와 긴 코트 자락 대신 오우삼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던 유머코드가 들어갔다.

이소룡을 흉내낸 주윤발의 액션이나 1980년대씩 썰렁한 유머, 명장면으로 꼽히는 주윤발의 휠체어 춤 장면 등이다.

 

이런 점들이 오우삼 감독의 비장미가 넘치는 다른 홍콩 누아르물과 다른 경쾌함을 선사한다.

와인잔을 이용한 감시망을 피해가는 장면 등도 나름 독특한데, 얼마나 현실적인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이 영화의 개연성은 중요하지 않다.

오우삼 감독이 의도한 것은 주윤발, 장국영, 종초홍이라는 1980년대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화학적 결합이다.

 

관객 또한 이야기의 리얼리티보다는 오우삼, 주윤발, 장국영의 시대였던 1980년대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오래된 사진첩 같은 영화라는 점에 더 방점을 둔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에서 아쉬움이 크다.

입자가 거친 것은 물론이고 초반 영상은 물결처럼 일렁인다.

 

화질 편차도 커서 클로즈업과 실내 장면은 볼 만 한데 그 외 장면은 디테일이 떨어진다.

돌비트루 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서 총소리가 작렬하고 각종 효과음이 청취 공간을 가득 메우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부록은 예고편 뿐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파리의 퐁데자르 다리 난간에 기댄 장국영. 예술의 다리로 통하는 이 곳은 사랑의 자물쇠를 많이 걸어 난간이 무너지기도 했다.

초반 파리를 무대로 영화가 시작된다. 노트르담 성당이 보인다.

주윤발, 종초홍, 장국영이 호흡을 맞춰 3인조 도둑으로 등장. 장국영은 이 작품의 주제가 '풍계속취(風繼續吹)를 불렀다. 원래 이 곡은 일본의 유명 가수 야마구치 모모에가 부른 '안녕 저편에'(さよならの向う側)가 원곡이다. 장국영은 야마구치 모모에의 열혈 팬이었다.

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의 칸느에서도 일부 촬영.

아크로바트를 연상케 하는 명화를 훔치는 장면은 비현실적이다.

와인잔으로 적외선 탐지기를 피하는 묘수를 보여준다. 영화 '엔트랩먼트'에서 캐서린 제타존스가 체조선수같은 몸놀림으로 빠져나가는 장면과 대비된다.

전반부는 파리, 후반부는 홍콩을 무대로 진행된다. 홍콩의 명물인 피크트램 정류장.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이 탄다.

주윤발과 종초홍의 유명한 휠체어 댄스 장면. 종초홍은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했다.

뒤로 미끄러지면서 총을 쏘는 장면은 오우삼의 액션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주윤발의 낚싯대 액션도 등장. 프랑스 영화를 좋아한 오우삼은 로베르 앙리코 감독이 연출하고 알랭 들롱이 출연한 '대모험'의 중국식 제목을 이 작품 제목으로 사용.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3인조를 이루는 것도 '대모험'을 흉내낸 설정.

극 중 도난 대상이 된 그림은 폴 데지레 트루이베르가 그린 '하렘의 시녀'라는 작품이다.

종초홍은 이 작품을 찍고나서 홍콩의 유명 광고업체 링즈를 창업한 주가정과 결혼하며 은퇴했다. 2008년 주가정이 대장암으로 죽은 뒤 종초홍이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을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종횡사해 HD리마스터링
종횡사해 (1Disc)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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