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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감독판 블루레이)

울프팩 2018. 9. 1. 00:00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Zodiac, 2007년)은 미국판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들의 이야기다.

 

살인의 추억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적인 이야기를 추가해 만들었다면, 핀처 감독의 '조디악'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만큼 사실에 집착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진중하며 무겁다.

 

다만 두 작품 모두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에 대한 추측으로 영웅시하거나 극적 과장을 하지 않는 대신 희생자와 추적자들에게 집중해 범죄의 심각성과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범인의 잔혹한 범죄 행각이 희생자뿐 아니라 이 사건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형사에서 직업을 바꾼 송강호가 끝내 잡고 싶다는 의지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처럼 조디악을 잡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드러낸다.

미국 범죄사에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조디악 사건은 1966년 발발해 1978년 범인이 마지막 편지를 경찰에 보내 우롱할 때까지 2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특별히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아 증오범죄로 추정되는 사건을 저지른 범인은 신문사와 경찰에 암호로 가득한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점성술 기호 등이 들어가 있어 범인이 점성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황도 12궁, 즉 조디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됐다.

 

경찰은 범인이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여러 번 암호 편지를 받았지만 결국 체포하지 못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대상은 있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에 실패했다.

 

이 작품의 동명 원작을 쓴 전직 언론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는 경찰이 잡았던 용의자 아더 리 앨런을 범인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조디악 사건에 참여한 여러 수사관들도 리 앨런을 의심하고 있다.

 

감독도 영화를 통해 리 앨런이 범인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리 앨런은 1991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2004년 조디악 사건을 영구미제사건으로 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드러난 것처럼 범인에게 희생당한 일부 생존자나 사건에 관여했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핀처 감독은 조디악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던 당시 7세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워낙 강렬한 충격을 받은 사건이어서 훗날 감독이 된 뒤에도 이 사건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대표작인 '세븐'은 바로 이 조디악 사건에 힌트를 얻어 만든 영화다.

세븐뿐 아니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더티 해리'도 조디악 사건이 모티브였다.

 

조디악 사건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핀처 감독답게 누구보다도 사건 묘사에 충실하다.

단순히 사건 발생 사실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와 수사관 등 캐릭터들의 다양한 측면을 부각하며 인물 묘사에도 공을 들였다.

 

그래서 인물들이 생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묘사돼 객관적 사실 전달에만 그친 다큐멘터리와 달리 보는 사람이 감정이입을 하며 극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만큼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다룬 밀도 있는 연출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훌륭한 촬영과 편집이 힘을 합쳐 완성도를 높인 스릴러다.

 

죽는 순간을 슬로 모션으로 처리한 장면 등은 샘 페킨퍼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로버타 플랙이 부른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도 좋았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암부가 묻히는 것이 아쉽지만 디테일이 우수하고 색감도 생생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각종 효과음이 리어 채널에서 적절하게 재생되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시각효과와 사건 설명, 아더 리 앨런에 대한 설명 등 볼만한 내용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으나 아쉽게도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핀처 감독은 실제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촬영했다.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원작을 영화로 만들기 위한 최초 판권 보유자는 디즈니였으나 영화 제작을 하지 않아 소멸됐다.

조디악의 최초 살인은 1966년에 벌어졌으나 영화가 다룬 첫 번째 사건은 1969년 7월 캘리포니아주 블루록 스프링스의 발레리오에서 발생했다. 당시 총을 맞은 마이크 마조는 살아났으나 충격을 받아 지금까지 부랑자로 살고 있다.

영화 속 두 번째 사건은 1969년 나파의 베리에사 호숫가에서 발생. 10군데를 칼에 찔린 여성은 병원에 후송됐으나 이틀 뒤 죽었고 남성은 칼에 여러 번 찔렸으나 살아남았다. 그 역시 불우한 삶을 살고 있다.

연쇄살인범은 1969년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 3곳에 암호 편지를 보내 신문에 싣지 않으면 사람을 더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당시 CIA와 FBI 등 국가기관의 전문가들이 암호에 매달렸으나 풀지 못했고 은퇴한 고교 교사가 해독해 신문사에 전달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서 사건을 취재한 기자 폴 에이브리는 오랜 세월 이 사건을 쫓았으나 약물 중독으로 폐인이 돼서 기자를 그만뒀다.

제작진은 증거 사진을 이용해 희생자들이 입었던 옷 등 당시 의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폴 에이브리 기자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삽화가였던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를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

대부분의 장면은 디지털로 촬영했으나 일부 슬로 모션 시퀀스만 필름으로 찍었다.

사건 장소였던 프레디시오 하이츠 주민들은 관광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현지 촬영을 반대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도 5주간 촬영.

원작자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를 비롯해 영화가 용의자로 지목한 리 앨런은 여러 가지 정황상 범인으로 의심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구속되지 않았다.

조디악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조디악 디렉터스컷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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