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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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나노

얼마 전 미국 애플사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를 선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집에 있는 CD를 MD에 녹음해 갖고 다니려고 했는데 뜻밖의 좋은 선물이다. 기존 올림푸스, 옙 등 몇 가지 MP3플레이어를 갖고 있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CD를 음질 손실 없는 비압축방식으로 녹음할 수 없기 때문이다. MP3로 압축하면 아무래도 고음과 저음이 잘려나가 CD로 듣는 것만 못하다. MP3 업체들은 별 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CD를 많이 듣는 사람들은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아이팟 나노가 가장 반가운 것은 바로 MP3 파일이 아닌 애플의 비손실방식으로 CD음원을 녹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애플의 독특한 기술방식으로 음질손실 없이 약 20%가량 파일크기를 압축할 수 있다. 2장의..

메모장 2006.03.17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작가는 영혼의 상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을 품어야 애절한 목소리가 나오는 '서편제'처럼 두고두고 파먹을 상처가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 피기스(Mike Figgis)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 1995년)는 작가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존 오브라이언의 반 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알코올 중독자(니컬라스 케이지 Nicolas Cage)와 매춘부(엘리자베스 슈 Elisabeth Shue)의 아픈 사랑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자기파괴로 이어지는 한 인간의 절망과 허무를 한 편의 시처럼 훌륭한 영상으로 표현했다. 때로는 흔들리며, 때로는 포커스 아웃되는 영상은 마치 보는 이가 술에 찌든 주인공인 것처럼 감정에 젖어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년)을 보면 요즘 한국영화를 참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쌍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구성이 '러브 액츄얼리'와 흡사해 감점 요인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사랑, 즉 사람들의 애환이 적절히 녹아든 생활 이야기로 '러브 액츄얼리'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형식상 많은 인물과 여러 이야기가 섞이다 보면 혼선을 빚을 법도 한데 연결고리에 신경을 써서 적절한 편집으로 이야기를 잘 정리했다. 영화를 보면 민 감독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시선이 따뜻한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 역시 소외받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현재의 삶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Roald Dahl)이 1964년 쓴 동화를 기발한 상상력을 지닌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이 영화로 만든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년)은 물감 공장 같은 작품이다. 그만큼 색이 현란하다. 화려한 영상과 더불어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와 재미있는 캐릭터들은 어렸을 적 읽던 동화책을 떠오르게 한다. 언제나 그렇듯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배역을 소화해 내는 조니 뎁(Johnny Depp)은 물론이고 다양한 개성을 지닌 아이들까지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아울러 대니 엘프만이 만든 만화영화 노래 같은 경쾌한 노래들도 뮤지컬처럼 영화의 재미를 거들었다. 팀 버튼 감독의 작품 가운데 수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은..

오로라 공주

영화배우 방은진이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 '오로라 공주'(2005년)는 기대하지 않았으나 재미있게 본 수작 영화다.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엄정화가 주연했기 때문. '싱글즈'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두 편을 제외하고 출연한 작품들에서 보여준 연기가 판에 박은 듯 똑같고 그저 그랬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두 편을 제외하고 그의 역할이 비중 있게 드러난 작품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선입견을 깰 만큼 엄정화의 변신이 훌륭했다. 아울러 작품 자체도 아동 성추행에 대한 경각심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범인에 대한 엄마의 증오와 복수심을 아주 극적으로 잘 전달했다. 그만큼 대본의 구성이 탄탄했고 긴장을 늦추지 않은 감독의 연출 솜씨도 대단했다. 데뷔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영화판에 오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