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 퀸의 노래가 뮤지컬로 제작되더니, 이번에는 비틀즈의 노래가 뮤지컬의 소재가 됐다. 줄리 테이머 감독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inverse, 2007년)는 제목이 말해주듯 비틀즈의 노래 33곡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다.
테이머 감독은 비틀즈의 노래를 때로는 발라드로, 때로는 격렬한 록 비트로, 때로는 폐부를 쥐어짜는 블루스로 적절하게 바꿔가며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내용은 비틀즈의 노래가 한창 인기를 끈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을 다뤘다. 베트남전을 둘러싼 반전문화와 이 속에서 싹튼 히피들의 플라워 무브먼트, 인종차별의 소용돌이 속에 번진 디트로이트 폭동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등 당시 시대상을 노래 속에 슬쩍 슬쩍 끼워 넣었다.
비교적 부드럽게 연결되는 노래 속에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테이머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몽환적인 영상이 어우러져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부른 노래들이 상당히 훌륭했다. 비록 1960년대를 다룬 걸출한 뮤지컬 영화 '헤어' 때문에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이번에 나온 DVD 타이틀의 문제점은 노래 가사를 모두 번역하지 않았다는 점. 노래 가사가 사실상 영화 대사나 다름없는데 중복되는 부분과 일부 가사는 아예 자막이 나오지 않아 불편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괜찮은 화질이다. 간간히 이중윤곽선이 보이고 더러 그레인 노이즈가 나타나는게 흠.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리어 스피커의 활용도가 높고 저음이 묵직해 음향의 무게감이 있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장면들>
'Girl' 'Hey Jude' 'Across The Univers' 등 귀에 익은 비틀즈 노래가 정겨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금기시된 커트로 인트로가 시작된다.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짐 스터게스는 록 그룹 출신이다. 그래서 노래를 아주 잘 부른다.
노래와 입 모양은 정상 속도로 흐르는데 영상은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이 장면은 2배로 빠르게 움직이며 촬영한뒤 이를 정상속도로 재현한 것. 당연히 노래는 스튜디오 녹음 후 촬영시 립 싱크를 했다.
'위대한 레보스키'를 생각나게 하는 볼링장 시퀀스.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장면에서 소년이 부르는 'Let It Be'는 참으로 훌륭했다. 참고로 이 작품에 나오는 노래의 80%는 촬영 현장서 라이브로 녹음했다.
카메오 출연한 가수 조 카커. 그는 지하철 역 부랑자, 뉴욕의 포주, 이 장면의 히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Come Together'를 박력있게 부른다.
조조를 연기한 마틴 루더는 기타 실력이 상당히 뛰어난 뮤지션이다.
여주인공 루시를 맡은 에반 레이첼 우드. 그의 노래 솜씨도 수준급이다. 극중 배역의 이름은 모두 비틀즈 노래 가사에 나오는 이름들이다.
60년대 미국을 다루면서 반전 운동이 빠질 수 없다. 미국에서 63~69년 사이에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영화 속에서는 2년이라는 시간으로 압축했다.
극중 반전 단체인 SDR은 실제 존재했던 학생민주연합(SDS)을 흉내낸 것.
히피들의 정신적 지도자같은 단역으로 등장한 U2의 보노. 삽입곡과 엔딩에 흐르는 곡을 불렀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열영상 효과인 솔라리제이션 기법을 사용.
줄리 테이머 감독의 특기인 콜라주 기법. 테이머 감독의 전작인 '프리다'에서도 등장한다. 테이머 감독은 60년대 때묻지 않은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조각모음인 콜라주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Because'가 흐르는 가운데 나른하게 펼쳐지는 수영장 장면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수영장서 촬영했으며 배우들의 노래는 립싱크다.
60년대 흑인그룹 잉크 스팟츠 흉내를 낸 것. 그들은 노래 중간에 대사를 읊었다.
딸기를 이용한 반전 분위기,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더블 익스포즈 영상은 카일 쿠퍼의 작품.
마틴 루더가 연주하며 노래한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도 압권이다.
간호사 역할로 카메오 출연한 셀마 헤이악은 노래의 코러스도 넣었다.
이 영화에는 어쿠스틱 베이스의 뒷판을 플라스틱 볼로 문질러 소리를 내고, 피아노의 코드를 단순화 시켜 편곡하는 등 다양한 사운드가 들어갔다. 또 60년대 전자기타와 키보드를 이용해 연주하고 녹음했다. 되도록 아마추어 녹음처럼 들리기를 원했기 때문.
막판 'Hey Jude'가 흐를 때 등장하는 이 남자가 바로 스톰프를 만든 사람이다.
60년대 반전과 히피 문화, 주인공들의 사랑의 아픔을 상징하는 딸기를 연상케 하는 모양의 옥상에서 벌어지는 공연.
한지승 감독의 '싸움'(2007년)은 칼로 물베기 같은 사랑 싸움이 급기야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극단적인 증오로 변하는 과정을 다뤘다.
대학교수인 상민(설경구)과 유리 공예가 진아(김태희)는 성격 차이로 이혼했지만 이혼 후에도 애증이 남아 서로를 괴롭힌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두 사람의 다툼은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는 등 액션영화 못지않은 활극으로 번진다.
한 감독은 DVD에 실린 음성해설을 통해 "이혼과 증오 또한 사랑의 또다른 형태라고 생각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싸움 과정이 지나치게 비약이 심하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치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의 정신병적 행태를 보는 것처럼 영화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아울러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진숙 등 주인공 친구들은 물론이고 반짝 등장하고 사라지는 캐릭터가 많아서 영화가 빈약한 느낌이다. 따라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밀도있게 꽉 들어차지 못하고 여기저기 허술한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영상은 무난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두터워 예리한 맛은 떨어진다. 또 한글 자막에 탈자가 여러군데 있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왜 싸우고 왜 화해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작품.
한 감독은 도입부를 로맨틱 코미디의 엔딩처럼 보이도록 촬영했단다. 이 장면에서 김태희는 달리다가 발톱이 깨져 피가 나는등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DVD 부록 중 김태희에 대한 설경구의 평이 재미있다. "김태희씨하면 연기못한다고 난리들이에요. 주변에서 걱정들도 많이 하고.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들 사이에서도 김태희가 연기못한다는 소리들을 하는 것 같다.
이런게 오버의 극치다.
김태희는 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였단다. 그래서 설경구 못지 않게 아주 잘 뛰었고 와이어 액션도 곧잘 해냈단다.
이 작품은 캐스팅 자체부터 실수였다.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연인이 아닌 삼촌과 조카처럼 보인다. 그만큼 어색하고 이질적이다.
설경구는 개한테 쫓기는 장면에서 실제로 발을 물리기도 했단다. 설경구는 원래 개를 아주 싫어한다.
이 작품은 PPL논란이 유독 많았다. 김태희가 모델인 LG전자 휴대폰이 대문짝만하게 나왔기 때문. 한 감독은 DVD음성해설에서 PPL논란에 대해 "빈약한 베이스를 가진 언론매체쪽에서 들이대는 잣대는 황당한 경우가 많다"며 억울해 했다. 그러나 이는 한 감독의 자가당착적인 논리다. 왜 하필 김태희가 광고하는 휴대폰을 사용했는가. 다른 회사 제품을 쓰거나 가짜 상표를 붙였더라면 그런 오해를 피했을 것이라고 본다.
한 감독은 자동차 추격전이 야생동물들의 질주처럼 보이기를 원했단다. 그의 말대로 치타에 쫓기는 토끼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동차 추격전은 현장에서 조명을 설치할 수 없어 블루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세트 촬영이다. 이후 배경을 합성했다.
들판 추격전은 왠지 '살인의 추억'이 떠오르는 앵글이다.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싸움 장면을 통해 애증이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정작 제대로 웃음을 주지 못한 어설픈 장면이다.
16세기에 영국을 통치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버진 퀸'으로 불린다. 헨리 8세의 딸인 그는 25세 나이에 왕좌에 올라 45년간 영국을 통치하며 황금기를 이끌었지만 결혼 한 번 못해보고 외롭게 살아간 불운한 여인이었다.
파키스탄 출신의 세커 카푸르 감독의 '골든 에이지'(Elizabeth: Golden Age, 2007년)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전성기를 그린 서사극이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스페인은 천주교를 앞세워 신교를 믿던 영국 침공의 기회를 노린다.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이를 위해 무적함대를 만들어 영국을 공격하지만 필사의 항전을 펼친 영국 함대에게 대패하면서 위대한 대양의 시대를 영국에게 넘겨주고 만다.
원래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 1세의 왕위 즉위를 다룬 1998년작 '엘리자베스'의 후속편이어서 곧바로 영국의 황금기를 다루게 됐다. 전작도 만들었던 카푸르 감독은 영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겨 황금기를 맞게 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탄탄하게 왕위를 구축하는 엘리자베스 1세의 개인적인 번뇌까지도 함께 그렸다.
역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거친 카푸르 감독은 장대한 서사극을 만들었지만 이야기가 너무 인간들의 모습에 국한된 드라마로 흘렀다. 정작 영화의 핵심인 무적함대와의 전투는 너무 빈약해 웅장한 서사극을 기대한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내면의 아픔을 정교한 영상으로 다듬은 솜씨는 돋보이지만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영상은 화질이 무난하다. 약간 입자가 거친 편이지만 화려한 색상이 잘 살아 있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배경음악 등을 들어보면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러브액추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을 만든 워킹타이틀사 작품이다. 워킹타이틀사는 아무래도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에 강하지만 장대한 서사극 등에는 약한 편이다.
엘리자베스 1세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 엘리자베스 1세는 얼굴을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얗게 화장을 했는데, 천연두를 앓은 자국을 감추기 위해 납 성분이 든 화장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카푸르 감독은 스페인의 펠리페 2세를 지나치게 종교에 집착하는 인물로 그렸다. 그는 촛불을 신앙의 상징으로 보고, 촛불이 흔들리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신이 인정한 것으로 봤다.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로 등장하는 윌리엄 라일리를 맡은 클라이브 오웬. 사실상 해적인 사략선 선장이었던 그는 여왕 행차길에 나타나 물웅덩이 위로 자신의 망토를 펼쳐놓아 여왕의 관심을 끈다. 그는 스페인 선박을 집중 공략했기에 나중에 엘리자베스 1세가 죽고 난 뒤 영국과 스페인이 협정을 맺으면서 제물이 된다. 스페인이 그의 목숨을 요구했기 때문에 처형됐다.
사실상 여왕과 한 몸이나 다름없던 베스를 연기한 애비 코니쉬. 엘리자베스 1세가 인간의 정신을 상징한다면 베스는 육체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베스는 여왕의 눈을 피해 라일리와 밀애를 즐겼고 결국 그의 아이를 임신한다. 베스는 무적함대를 격파한 라일리와 훗날 결혼을 하지만 스페인의 요구로 라일리가 처형된 뒤 한동안 그의 머리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카푸르 감독은 여왕을 관용의 상징으로 그렸다. 여왕이 추구한 절대왕권은 사실상 신의 권위, 즉 신성이었다. 종교가 절대적이었던 시대에 신성은 곧 절대권력이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관용으로 표출됐다.
클라이브 오웬과 케이트 블란쳇은 실제로 말을 잘타서 극중 승마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이 작품은 유독 부감샷이 많다. 절대적인 권력 앞에서 초라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뜻도 있지만 장엄한 서사극에 어울리는 앵글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1세가 암살 위기를 모면한 세인트 폴 대성당 장면은 실제로는 윈체스터 대성당에서 촬영.
펠리페 2세의 궁전으로 나온 장소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이다. 영국 왕들의 대관식 장소였던 이곳에 엘리자베스 1세가 묻혀있다.
어둡고 탁한 조명 때문에 음침한 느낌이 드는 메리 여왕의 유배지.
참수형으로 죽은 메리 여왕은 세 번의 도끼질을 당했다. 한 번에 목이 잘리지 않았기 때문. 그가 입은 붉은 드레스는 카톨릭을 상징한다. 참수형 장면은 런던의 바르톨로메오 교회서 촬영.
수백 척의 스페인 무적함대와 영국 함대가 결전을 벌이는 장면은 1대의 선박으로 촬영했다. 제작진은 10센티 두께의 목재를 사용해 길이 54미터, 폭 20미터의 범선을 실제로 건조해 80톤이 넘는 커다란 짐벌 위에 올려놓고 움직이며 촬영한 뒤 이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수백 대로 복제했다.
재미있는 것은 선박의 양쪽 면이 다르게 제작된 점이다. 한쪽 면은 영국 함선, 한쪽 면은 스페인 함선으로 제작해 반대로 돌려가며 배 1척으로 양쪽 함대를 촬영했다.
해전 장면은 '리브라'라고 불리는 카메라를 크레인에 달아서 촬영. 리브라는 원격조정이 가능하며 촬영 각도를 메모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재촬영시 이전에 사용한 동일 각도를 그대로 찍을 수 있다.
특수효과는 영국 MPC에서 담당.
이 작품은 미술과 의상이 볼 만 하다. 실제 영국 중세건축물에서 찰영한 장면도 볼 만 하지만 지도실처럼 근사하게 만든 세트도 훌륭했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베오울프'(Beowulf, 2007년)는 영화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사람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 배우들만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짜 배우들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힘들만큼 디테일이 뛰어나다. 저멕키스 감독은 전작인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활용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이번 작품에도 도입해 안소니 홉킨스,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등 유명 스타들을 디지털로 똑같이 복제했다.
심지어 실제 배우의 모습을 목소리만 살리고 외모는 감독이 마음대로 뜯어고쳐 버렸다. 바로 주인공인 레이 윈스톤이 그런 경우다. 배가 불룩 튀어나오고 둥글둥글한 얼굴형의 아저씨인 윈스톤은 영화 속에서 2미터 가까운 거구의 근육질 몸매와 강인한 턱이 인상적인 기름한 얼굴로 바뀌었다.
디지털 배우들은 용을 타고 하늘을 날거나 수중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등 사람이 하기 힘든 연기를 펼치며 북구의 전설인 베오울프 왕의 장쾌한 모험담을 재현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워낙 정교한 그래픽에 정신이 팔려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과연 저멕키스 감독의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과 형태가 될 지 궁금하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감독판 DVD는 극장에서 삭제된 일부 영상이 추가됐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영상은 화질이 세밀하다. 수염하나와 피부반점까지 세세하게 보이는 영상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웅장하다. 채널 분리가 좋고 저음이 묵직해 어드벤처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껏 살려준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디지털로 만든 영화는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 묘사는 실사와 구분이 안갈 정도로 감쪽같다.
감독판의 묘미는 잔혹 영상에 있다. 사지를 뜯어내고 피를 마시는 등 일부 장면이 잔혹하다.
베오울프는 배우 레이 윈스톤을 모델로 했다. 그러나 목소리만 그대로이고 얼굴과 체형은 컴퓨터를 이용해 근육질로 재창조했다.
컴퓨터그래픽은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작업했다. 말을 비롯해 배우들은 온 몸에 90개가 넘는 적외선 수신장치(마크)를 붙이고 볼룸이라는 방에서 연기를 했다.
볼룸이라는 방은 사람의 눈에 안보이는 무수한 적외선을 뿜어내는 방으로, 각 면마다 40개의 카메라와 225개의 적외선 센서가 달려있다.
디지털 배우의 장점은 사람이 하기 힘든 연기를 할 수 있으며, 카메라 움직임 또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폴라 익스프레스'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것은 바로 'EOG'라는 장치를 도입한 점이다. 이 장치를 얼굴에 붙이면 눈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해 눈동자의 움직임과 떨림까지 디지털로 재현할 수 있다.
영화 속 공간은 모형을 만들어 배우들에게 동선을 설명했다. 손에 들고 있는 도구들은 배우들의 몸에 붙어있는 마크를 가리지 않기 위해 철사로 모형을 만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실사와 헷갈릴정도로 똑같은 안젤리나 졸리. 미놀타 3D스캐너를 이용해 배우들의 얼굴, 피부, 손, 발, 혀 등을 스캔해 눈썹의 움직임까지 그대로 살렸다.
디지털 영화의 또다른 장점은 그림처럼 모든 물체가 생생히 보인다는 점.
알란 실버스트리가 담당한 음악도 훌륭했다. 특히 왕비 역을 연기한 로빈 라이트 펜이 직접 부른 'Gently As She Goes' 'A Hero Comes Home' 등의 노래가 좋다. 안젤리나 졸리도 아들인 괴물이 죽을 때 나오는 자장가 'Grendel Lullaby'를 불렀다.
용의 움직임은 베오울프를 연기한 레이 윈스톤이 했다. 저멕키스 감독에 따르면 "그래서 눈이 닮았다"고 한다.
저멕키스 감독이 극중 베오울프와 닮지 않은 외무에도 불구하고 레이 윈스톤을 선택한 이유는 영웅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영화는 실제 신화와 약간 다르다. 원래 베오울프는 덴마크를 떠나 스웨덴에서 왕이 되지만 영화는 베오울프가 그냥 덴마크에 남는 것으로 묘사했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Secret, 2007년)은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우연히 건진 수작이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만든 주걸륜의 탁월한 재능에 연신 감탄하며 본 작품이다.
중화권 인기 가수인 주걸륜은 이 작품의 감독, 극본, 주연, 편집, 음악 작곡, 주제가 등 혼자서 1인 다역을 했다. 거기에 극중 화려한 피아노 연주도 모두 그의 솜씨다.
이처럼 많은 역할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와 탄탄한 연출, 빼어난 장면 구성과 음악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게 해냈다. 한마디로 팔방미인이다.
이야기는 음악에 얽힌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을 판타지풍으로 묘사한 내용이다. 초반부를 보면 언뜻 일종의 기담을 연상할 수 있지만 막판 반전은 보는 이의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그만큼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다. 특히 초반 등장하는 피아노 배틀은 주걸륜이 걸출한 피아노 연주실력을 과시한 장면으로 사람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아울러 주걸륜은 물론이고 여주인공을 연기한 계륜미와 조연인 증개현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새삼 주걸륜을 새로 발견하게 된 훌륭한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무난한 화질이다.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영상으로 키우면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고 윤곽선도 두텁지만 감상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DTS-ES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피아노 타건 음이 청취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퍼지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카메라가 피아노 안으로 들어가 현 사이로 넘나드는 장면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전, 후방 스피커를 오가며 공간감을 잘 살렸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주걸륜은 30세 이전에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28세였던 2007년에 이 영화를 감독했다.
영화는 애잔한 사랑이야기에 약간의 미스테리와 신비주의, 그리고 수려한 음악이 얹혔다.
주걸륜은 자신이 14세때 겪은 첫사랑의 경험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주걸륜 못지않게 매력을 발산한 여주인공 계륜미(왼쪽)와 증개현.
'황후화'에 출연했던 주걸륜은 중화권에서 7장의 음반을 냈고, 총 1,000만장이 넘게 팔린 인기가수다. 힙합, 발라드, 리듬앤블루스 등 장르도 다양하게 소화했다.
주걸륜의 화려한 피아노 연주 솜씨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피아노 배틀 장면. 마치 대결을 벌이듯 두 명의 피아노 연주자가 피아노 연주 실력을 겨루는 장면이다.
DVD에 실린 부록을 보면 주걸륜의 피아노 연주 뿐만 아니라 능숙한 첼로 연주, 황추생과 함께 하는 기타 합주, 일렉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클래식을 공부한 덕분에 각종 악기를 잘 다룬다.
이 작품은 주걸륜의 감독 데뷔작이자만 이전에 그는 수많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영화 연출을 미리 준비해왔다.
주걸륜은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단다.
촬영은 주걸륜이 유년기를 보낸 대만의 단슈이에서 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대만의 금마장 영화제에서 올해의 대만영화상, 주제가상 등을 수상했다.
젊은 감독치고는 프레임에 대한 이해도 높은 편. 꽉 들어찬 화면을 보면 잘 그린 유화를 보는 것 같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는 공식이 있다. '투모로우' '패트리어트' 등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가족 사랑이다.
자연이 됐든, 사람이 됐든 외부의 위험 때문에 위기에 처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내용이 기본 바탕이다. 여기에 엄청난 괴수('고질라')를 투입하거나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대자연의 위력('투모로우'), 막강한 군대('패트리어트') 등 위험요인을 키워서 이야기의 규모를 부풀리고 이를 적절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덧칠해 그럴듯한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
이번에 개봉한 'BC 10000'도 예외가 아니다. 집채만한 맘모스와 커다란 엄니를 가진 호랑이, 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부족이 가세해 변방에서 떨고 있는 부족을 위협한다. 잔혹한 부족에게 노예로 끌려간 애인과 가족을 구하기 위해 떨쳐 일어난 사람들의 기나긴 여정이 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다.
여기까지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의 흥행 요소가 모두 빠져버렸다. '투모로우' '고질라'의 스펙터클한 볼거리 대신 가족을 구하기 위해 떨쳐 일어선 사람들의 기나긴 여정만큼이나 지루한 이야기가 대부분의 상영 시간을 채우고 있다.
아마 에머리히 감독은 부족한 볼거리를 진한 휴머니즘과 감동으로 대신 채우고 싶었겠지만 그럴려면 반드시 필요한 탄탄한 드라마가 부재하다. 빈약한 이야기 속에 볼거리도 많지 않다보니 영화는 더 할 수 없이 지루한 작품이 돼버렸다. 차라리 이 작품보다는 1970년대에 냄새나는 동시 상영관에서 본 '공룡 100만년'이 훨씬 더 낫다.
여자들이 총을 들면 무섭다. 닐 조단 감독의 '브레이브 원'(The Brave One, 2007년)은 공원 산책중 불량배들에게 살해당한 약혼자의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 여인의 이야기다.
연약한 여인에서 무서운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한 주인공은 조디 포스터가 맡았다. 그는 공포에 익숙하다. '패닉 룸' '양들의 침묵' 등 일련의 작품에서 공포에 짓눌리는 여인 역할을 여러 번 맡았다. 그러면서도 매번 숨막힐 듯한 공포를 이겨내고 자신을 지키는 굳센 여인이 그의 모습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조디 포스터의 이런 모습은 변함이 없다. 복수의 칼을 빼든 여러 작품의 여인네들처럼 그 역시 차갑고 냉철한 킬러로 변했다.
닐 조단 감독은 입을 꽉 다문채 밤 거리를 배회하는 조디 포스터의 모습과 더불어 배경음악도 극도로 절제하며 더할 수 없이 건조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에게 영화의 배경이 된 뉴욕은 메마른 식빵처럼 건조한 도시였나보다.
사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익숙한 공간의 낯설음이다. 활기찬 한낮은 사람들에게 평온하고 익숙한 거리이지만 밤이 되면 산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공포의 거리로 변하는게 뉴욕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닐 조단 감독은 조디 포스터의 행각을 긴장감있게 묘사해 재미를 부여했으며, 황폐해져 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건조한 도시인의 삶 또한 의미있게 조망했다. 잘 만든 수작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좋다. 샤프니스가 좋아 화질이 깨끗하며 색감 또한 선명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약혼자의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 주인공을 맡은 조디 포스터.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벌어지는 야만적인 살인. 거기에는 이유도 명분도 없이 오로지 광기만이 존재한다.
조디 포스터는 끔찍하게 망가졌다가 삭막한 여인으로 되살아는 모습을 설득력있게 잘 연기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럼 함무라비식 법전 같은 복수가 펼쳐진다.
원래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여주인공 에리카의 직업은 신문기자였는데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바뀌었다. 끝없는 자기 독백을 통해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 형사 역할은 테렌스 하워드가 연기.
닐 조단 감독은 이전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를 감독했으며 '크라잉 게임'의 각본을 썼다.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택한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 2008년)는 한 판의 전자오락같은 액션극이다.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시간을 전후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을 각각의 인물의 관점에서 그린 이야기. 당연히 영화는 범인을 색출해 일망타진하는 내용으로 흐른다.
등장인물마다 서로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퍼즐 조각처럼 이어붙여서 한 편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시도는 신선하다. 자칫하면 산만할 수 있는 구성인데도 불구하고 개연성을 찾아서 연결한 점은 돋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너무 사건에만 응축돼 있어서 상당히 무미건조하다. 마치 한 편의 수사극 가운데 액션 부분만 떼어낸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버튼만 누르면 진행되는 전자오락처럼 오로지 범인 잡는데만 골몰하게 된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의 추세가 그런 것 같다. '킹덤'도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이 영화 또한 앞뒤 배경없이 오로지 사건에만 매달린다.
또 현실성도 떨어진다. 과연 미국 대통령 암살이 저렇게 간단한 일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사건의 전개와 추격 등 액션에 초점을 두고 싶었다면 차라리 미국 대통령보다는 기업인이나 다른 존재를 선택하는게 오히려 더 현실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영시간 90분 동안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지루할 틈은 없지만 보고 나면 남는 것은 없다. 시고니 위버, 포레스트 휘트테이커 등 쟁쟁한 배우들도 파편처럼 쪼개진 이야기 속에 자신의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없이 눈으로 쫓아가며 즐기기에 좋은 영화다. 감독은 '헨리 8세'를 만든 피트 트레비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래전부터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의 우방국으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아랍에미리트 연합과 함께 중동에서는 비교적 덜 위험한 국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사마 빈 라덴은 물론이고 알 카에다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다. 정치적으로 미국의 우방이지만 종교적으로는 보수 회교국이어서 우리 정부도 해외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국으로 분류해 놓았다.
피터 버그 감독의 '킹덤'(The Kingdom, 2007년)은 할리우드 영화로는 드물게 사우디아라비아의 위험한 모습을 그렸다. 폭탄 테러로 사망한 미 연방수사국 요원의 살인범을 잡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급파된 FBI 수사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내용이다. 수사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테러단체와 격렬한 싸움을 벌이며 막을 내린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다.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배경만 색달랐을 뿐 내용은 뻔한 할리우드 액션극과 다를게 없다. 요란한 총성 속에 정치적 메시지는 묻히고 예측 가능한 결말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선명하다. 샤프니스가 또렷하며 색감이 자연스럽고 명료하다. 특히 제이미 폭스 등 배우들의 흑갈색 피부톤이 잘 살아 있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소리 이동성과 방향감이 확실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사건의 무대가 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위치한 외국인 거주지역은 실제로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외곽에서 촬영. 애리조나 주립대 소유의 건물을 배경으로 활용했다.
브래드 피트가 깜짝 출연한다. 그러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오른쪽 노란 옷)이어서 피터 버그 감독의 설명이 아니었다면 발견하기 힘들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현지 촬영했다. 사우디 왕자의 궁전으로 나온 곳은 아부다비의 에미리츠 팰리스 호텔.
테러범들의 자동차폭발 테러로 폐허가 된 건물은 모두 세트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실제로 40대의 자동차를 폭파했다고 한다.
자살 폭탄테러범들은 피해를 확대하기 위해 폭탄 속에 못, 구슬, 유리조각 등을 넣는다. 테러범들은 1차 자살 폭탄 테러로 구급차와 경찰, 언론 등 사람들이 모이게 한 뒤 주변에 세워놓은 자동차를 이용해 2차 폭발을 일으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