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4/05 15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블루레이)

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의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The Place Beyond the Pines, 2013년)는 서양 영화치고는 특이하게 되풀이되는 인연을 다뤘다. 아버지 대에서 얽힌 악연이 아들 대에서 다시 되풀이 되는 과정은 기독교적 원죄 의식과도 닿아 있지만, 어찌보면 동양적 정서인 윤회를 연상케 한다. 오토바이 스턴트맨이 옛 연인과 아들을 위해 은행을 털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다뤘다. 감독이 초점을 맞춘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끈끈한 관계다. 사랑하면서도 다가설 수 없는 관계는 헤어진 연인사이, 부자 지간, 친구 지간에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이를 기나긴 서사와 인상적인 영상으로 담아낸 것은 전적으로 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의 공이다. 말초적 재미와 뮤직 비디오식 빠른 장면..

잉투기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2013)는 참으로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제목인 잉투기는 현재진행형인 ing와 격투기가 결합된 단어로,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디씨인사이드의 격투기 갤러리에서 실제로 열렸던 네티즌들의 격투기 대회에서 따온 제목으로, 여기에는 잉여로 통하는 키보드 워리어들의 격투기 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즉, 보이지 않는 인터넷에서 치사하게 댓글로 싸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현실세계에서 운동으로 맞붙어보라는 의미다. 내용은 모 커뮤니티의 격투기 갤러리에서 댓글로 다투게 된 칡콩팥(엄태구)과 젖존슨이 실제로 만나 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만큼 영화는 요즘 세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특히 잉투기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현피와 먹방, 왕따 등 각종 사회현상과 문제들이 관..

뫼비우스 (DVD)

김기덕 감독만큼 영화를 개봉할 때 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국내 감독도 많지 않다. 그의 19번째 작품인 '뫼비우스'(2013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개봉전부터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세 번이나 등급심의를 해서 논란이 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심의에서 사실상 개봉불가나 마찬가지인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결국 김 감독이 3분 가까이 잘라낸 뒤 세 번째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김 감독은 언론인, 평론가 상대의 제한 시사회를 열어서 개봉에 대한 찬반투표를 갖고 30% 이상 반대표가 나오면 개봉을 하지 않겠다는 제의까지 했다. 그만큼 개봉전부터 논란을 모은 이 작품은 김 감독의 독특한 작품관이 뚜렷한 영화다. 내용은 어느 가정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이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아내가 아들에게 몹쓸 ..

로보캅 (리메이크작, 블루레이)

흑백TV 시절, 주말이면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던지고 즐겨 보던 낮 방송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600만불의 사나이'와 사촌 격인 '소머즈'다. 리 메이저스와 린제이 와그너를 스타로 만든 두 작품은 사고로 신체 일부를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 얘기다. '뚜뚜뚜뚜' 거리는 특수 효과음과 함께 그들이 발휘하는 엄청난 능력은 동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바람에 600만불 사나이를 쫓아서 높은 데서 뛰어내리다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아이들 이야기가 간간히 신문에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두 프로그램은 당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인기의 비결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 누구나 부러워하는 능력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리 메이저스가 연기한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

멤피스벨 (블루레이)

멤피스벨은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실존했던 미군의 B17 폭격기 중 하나였다. 이들은 서유럽 전선에서 총 25회의 출격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전원이 미국으로 돌아가 유명해졌다. 마이클 카튼존스 감독의 영화 '멤피스벨'(Memphis Belle, 1990년)은 바로 이들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내용은 멤피스벨의 마지막 임무였던 1943년 5월17일의 25번째 폭격임무 과정을 다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마치 전장에 와있는 듯한 실감나는 영상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미국, 프랑스, 영국에 남아있던 실제 B17 5대를 동원해 촬영했다. 여기에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찍은 다큐멘터리 '더 멤피스벨: 하늘의 요새'를 참조해 폭격에 나선 B17과 독일 전투기들이 벌이는 공중전, 폭격 장면, 독일군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