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4/07 14

써스페리아 (블루레이)

1970년대 담벼락에 붙은 극장 포스터만으로도 섬찟했던 기억이 있는 영화가 '써스페리아'와 '캐리'다. 그만큼 두 작품은 1970년대 국내에서 개봉한 공포물의 쌍벽을 이뤘던 작품이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대표작이면서 공포물의 걸작으로 꼽히는 '써스페리아'(Suspiria, 1977년)는 전형적인 지알로다. 이탈리아 말로 노란색이란 뜻의 지알로는 아르젠토, 루치오 풀치와 더불어 이탈리아 3대 공포영화의 거장인 마리오 바바가 꽃피운 장르로, 쉽게 말해 이탈리아 공포물을 뜻하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현란한 색상과 잔혹한 살해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공포물을 의미한다. 1950년대 이후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범죄, 추리 등 통속소설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란색 표지를 즐겨 사용하면서 지알로로 불..

스파르타쿠스 : 최후의 전쟁 (블루레이)

기원전 73년부터 71년까지 3년 동안 이탈리아를 남북으로 종횡무진 누빈 스파르타쿠스 사건을 가리켜 로마에서는 스파르타쿠스 전쟁이라고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 노예들의 반란이라고 보기에는 수 만명이 결집할 만큼 세력이 컸고, 노예 뿐 아니라 빈민 부랑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로마인들이 남긴 기록에 그의 이야기는 몇 줄 남아 있지 않다. 이유는 한 가지, 스파르타쿠스는 로마의 수치였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쿠스는 로마의 수치 당시까지 로마 제국은 승승장구하며 유럽 전역부터 아프리카까지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크고 작은 내분이 있긴 해지만 제국의 존망이 위협받을 만한 사건은 별로 없었다. 그러던 차에 스파르타쿠스가 검투사들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켜 로마의 턱 밑까지 위협했다. ..

군도

1960년대 국내에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유행했다. 당시 인기있던 서부극의 배경을 1930년대 무법천지 일제하의 만주로 바꿔서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서부극이다. 윤종빈 감독의 '군도'는 서부극에 가까운 서사적 구조를 갖고 있다. 서부극 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에 가깝다. 정통 미국식 서부극이 보안관에 의한 법 집행, 즉 공권력의 정당성 만을 정의로 본 반면에 이탈리아 감독들이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은 서부극의 공간을 무주공산의 권력 공백으로 봤다. 즉, 공권력도 악당이 될 수 있고 악당도 정의가 될 수 있는 아노미 상태에서 쓰러져가는 약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즉, 약자를 괴롭히면 공권력도 악당이고, 그들을 위해 총을 뽑으면 악당도 영웅이 된다는 시각이 바로 스파게티 웨스턴과 미국식 정통 서부극의 차이다..

영화 2014.07.27

타잔 3D (블루레이)

타잔은 추억으로 보는 작품이다. 1970년대 흑백TV 시절 봤던 TV시리즈나 영화를 떠올리며 그 시절 추억을 곱 씹는 맛에 본다. 그렇기에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어린 시절 기억이 투영되기 때문. 100년전인 1914년에 원작자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책으로 펴낸 뒤 줄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거기서 거기다. 그만큼 아프리카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고릴라들 품에서 자라 정글의 영웅이 된다는 원작의 설정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한 만큼 기본적인 틀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타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독일 감독 라인하드 클루스가 만든 애니메이션 '타잔 3D'(TARZAN 3D, 2013년)도 기본적인 뼈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전작들과 차별화를 위해 클루스 감독은 우주에서 떨어진 신비한 힘을 지..

천년호

한 켠에 쌓아 둔 DVD 타이틀 속에서 이광훈 감독의 '천년호'(2003년)를 발견했다. 아마 제작사에서 받아 놓고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다. 제목만 보면 신상옥 감독이 1969년에 만든 동명의 공포물이 생각 난다. 당시 신 감독의 '천년호'는 시체스 영화제에서 황금감독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신라 진성여왕이 짝사랑한 장수를 차지하기 위해 그의 부인을 성 밖으로 내쫓아 호수에 빠져 죽게 만드는데, 여기에 천년 묵은 여우의 원혼이 씌워 복수하는 내용이다. 이 감독의 '천년호'는 바로 신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이 감독은 한국의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인 천년호를 고대 전설이 깃든 판타지물로 슬쩍 바꿨다. 우선 천년 묵은 여우를 뜻하는 원작의 제목을 천년 묵은 호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