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4/09 9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 (블루레이)

전작에서 변죽만 올린 오우삼 감독이 본격적으로 삼국지의 하일라이트인 적벽대전의 장관을 풀어낸 작품이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2009년)이다. 이 작품에서는 오나라의 화공과 유비의 협공으로 조조의 백만대군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다뤘다. 대륙의 스케일답게 전투 장면을 막대한 인원과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 화려하게 묘사했다. 비록 컴퓨터그래픽이 약간 어설퍼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대함대가 불에 타 무너지는 장면을 꽤 그럴듯하게 그렸다. 해상 전투 못지 않게 요새 안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오나라의 상륙전은 마치 고대판 동양의 '라이언 일병구하기'를 연상케한다. 하지만 영화 만으로 적벽대전을 이해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오우삼 특유의 화법으로 원작을 상당 부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제갈공명과 짝짜..

메종 드 히미코 (블루레이)

이누도 잇신 감독은 불편한 소재에서 재미를 끌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어 '메종 드 히미코'(2005년)에서는 게이들을 다뤘다. 그것도 한창 팔팔한 나이가 아닌 이제는 황혼에 접어든 노년의 게이들이 모여 사는 게이 양로원이라는 아주 독특한 소재다. 과연 게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가족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 다른 집들처럼 편안한 노년을 맞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말년이 더더욱 쓸쓸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동성을 사랑하는 게이를 향한 시선이 누구나 똑같을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예전의 화려함이 사라진 게이의 노년은 다른 노인들보다 유독 쓸쓸하며 조심스럽다. 여기에 이누도 잇신 감독은 ..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블루레이)

적벽대전은 소설 삼국지의 클라이맥스다. 조조의 백만대군이 장강 하구의 적벽에서 무너지면서 손권은 동오의 강자로 부상했고, 유비는 형주를 차지해 기틀을 잡으면서 세 나라가 제갈공명이 삼고초려 당시 설파한 솥발의 지세, 즉 정족지세를 이루면서 본격적으로 삼국지가 펼쳐지게 된다.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赤壁: Red Cliff, 2008년)은 이를 스크린에 담았다. 메가폰을 잡은 오우삼 감독은 소설 속에서 워낙 거대한 전투로 묘사한 만큼 이를 1,2부에 나눠 담았다. 1부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전투가 무르익어 가는 과정과 그 준비단계를 담았다. 그만큼 삼국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싸워보지도 않고 싱겁게 끝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적벽으로 이르기 전 단계..

희랍인 조르바 (블루레이)

우락부락한 외모를 지닌 거구의 안소니 퀸은 할리우드에서 대부분 조연배우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주연으로 이름을 떨친 작품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과 마이클 카코야니스 감독의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 1964년)다. 그러고보면 안소니 퀸은 할리우드보다 유럽에서 더 진가를 인정받은 배우다. '희랍인 조르바'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가인 카잔차키스가 제 1 차 세계대전기간 기간에 머물던 고향 크레타섬에서 만난 요르고스 조르바스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쓴 이 소설은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렸는데, 여기에는 조르바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블루레이)

미국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을 실시한다.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이 추진한 이 작전은 나치 독일의 과학자, 기술자, 의사 등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작전이다. 여기에는 순수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나치 독일에 적극 협력한 부역자들도 있었고 심지어 자발적 나치 당원과 친위대원, 악질적인 고문기술자들도 있었다.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 추적에 일조한 클라우스 바르비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거의 전범급 인물들이다보니 버젓이 미국으로 데려오는게 쉽지 않아서, 몰래 빼내오기 위한 신분 세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 만든 경력을 끼워 넣는다는 의미의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명이 붙었고, 몰래 데려와야 해서 오버캐스트 작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때 미국이 데려온 폰 브라운과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