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4/10 6

하얀 정글

송윤희 감독이 만든 '하얀 정글'(2011년)은 현직 의사가 상업화된 의료계와 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고발 다큐멘터리다. 우선 산업의학과 의사인 그가 파헤치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대형병원들이 매일 의사들에게 내왕 환자수와 병상 가동률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필요 여부를 떠나 각종 검사와 고가 의료 장비 이용을 장려한다. 그렇다 보니 돈벌이에 내몰린 일부 대형병원 의사는 환자의 평균 진료시간이 31초에 불과하다. 송 감독은 이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의료계를 흰 가운을 입은 맹수들의 전쟁터인 하얀 정글로 묘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 서비스 산업의 확대와 의료 민영화를 거론한다. 송 감독은 의료 민영화를 '살인'으로 본다. 대형병원들은 영리를 위해 돈 버는 진료..

폼페이 최후의 날 (블루레이)

이탈리아 남부에 존재했던 폼페이는 흔히 시간이 멈춘 도시로 불린다. 서기 79년 8월24일 분출한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가 18시간 만에 잿더미가 돼서 사라졌다. 그런데 워낙 뜨거운 화산재가 덮치면서 사람들은 순식간에 얼어붙듯 굳어 버렸다. 심지어 그릇에 담긴 음식물까지 그대로 화석이 되면서 당시 생활상과 풍습이 타임캡슐처럼 보존됐다. 폴 W.S 앤더스 감독의 '폼페이 최후의 날'(Pompeii, 2014년)은 이 같은 폼페이시의 비극을 토대로 만든 재난 영화로, 글래디에이터에 타이타닉이 결합된 듯한 작품이다. 즉, 로마 검투사 이야기에 신분을 뛰어넘어 이뤄지기 힘든 사랑이 가미됐다. 밑도 끝도 없이 화산 폭발만 다룰 수 없으니, 여기에 부자와 가난뱅이의 사랑을 다룬 타이타닉처럼 검투사와 로마 여인의..

말레피센트 (블루레이)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의 '말레피센트'(Maleficent, 2014년)는 극 중 캐릭터 이름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더 익숙하다. 이 작품은 1959년 디즈니가 내놓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http://wolfpack.tistory.com/entry/잠자는-숲속의-공주-블루레이)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 만화를 55년 지나서 단순히 실사로 찍은 게 아니라, 참신하게 재해석한 영화다. 이 작품은 우선 구성이 독특하다. 비뚫어진 마녀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다룬 프리퀄이면서 원작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비틀어 재해석했다. 특히 마녀를 못되고 심술궂게만 그린 원작의 이분법적 해석에서 벗어나 모성애와 사랑과 우정에 배신당한 여인의 아픔 등 다면성을 부여해 성격이 훨씬 윤택하고 풍부한 캐릭터로 만들었..

변호인 (블루레이)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2013년, http://wolfpack.tistory.com/entry/변호인)은 개봉 당시 노무현을 감추고 애써 '허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가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은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가명으로 감추고 허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의 생애 중 1981년 발생한 부림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왜 하필 부림사건일까.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이 독서 모임을 용공 이적단체로 몰아 조작한 대표적 공안 사건이었던 부림사건은 노무현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1994년 출간한 수필집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부림사건을 "내 삶의 가장..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블루레이)

"탐욕은 나쁘다." 이 발언의 주인공이 하필 월가의 부도덕한 갑부로 꼽히던 조던 벨포트다. 1962년생인 조던 벨포트는 22세때 시작한 냉동트럭 사업이 잘 돼 돈을 벌었으나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1년 만에 파산했다. 먹고 살기 위해 23세때 증권사 말단 직원으로 취직해 주식중개인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미 증시를 강타한 주가 대폭락으로 실직한다. 하지만 타고난 입담을 지녔던 그는 스트래튼 오크몬트라는 투자회사를 차려 크게 성공한다. 무려 1,000명이 넘는 주식중개인을 거느릴 정도로 번창한 그는 15억달러가 넘는 거래실적을 올리며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월가의 늑대'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릴 만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끝없는 욕심에 눈이 먼 그는 1999년 허위 정보를 이용한 주가 조작, 차명 투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