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The Killer, 1989년)은 소위 오우삼 스타일의 집대성이자 최종 완성본이다. 이 작품에는 흰 비둘기, 쌍권총, 휘날리는 긴 코트자락, 슬로모션으로 재현되는 느린 액션, 성당 등 그의 상징처럼 쓰이는 각종 아이콘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런 아이콘들이 현란한 총격전과 어우러져 나름대로 스타일리시한 액션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홍콩 느와르는 정점에 선 이 작품 이후 쇠퇴기로 접어든다. 남자들의 우정과 복수라는 천편일률적인 주제에 기대다보니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액션 밖에 없는데, '첩혈쌍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다 드러냈기 때문.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홍콩 느와르의 영광과 쇠락을 함께하는 아이러니컬한 작품이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1980년대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