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5/04 7

세레나

영화 홍보물은 수잔 비에르 감독의 '세레나'(Serena, 2014년)를 격정 멜로드라마라고 소개한다. 이 문구 때문에 그저 그런 남녀의 뜨거운 사랑이야기로 안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대립이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하며 끝날 때 까지 한 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피가 피를 부르고, 뜻하지 않은 공포를 몰고 오는 이야기의 변화는 스릴러에 가깝고, 섬뜩한 인물들의 달라지는 모습은 공포물을 연상케 한다. 덴마크가 자랑하는 여류 감독 수잔 비에르 감독의 차분하면서도 응집력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두 남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뜻하지 않는 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여인 세레나(제니퍼 로렌스)가 벌목사업을 하는 남자 조지(브래들리 쿠퍼)를..

영화 2015.04.25

프로젝트A 2(블루레이)

성룡이 주연 감독한 액션활극은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성룡이 얼마나 기발한 몸 동작으로 경이로운 액션을 선보이는 지가 관건이다. 절묘한 곡예를 보는 것처럼 신들린 듯한 합이 빚어내는 액션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의 경지에 가깝다. 물론 그 이면에는 숱한 부상과 고통의 눈물이 얼룩져 있지만, 이를 알 길 없는 관객들은 마냥 즐겁고 신날 뿐이다. 이것이 곧 성룡의 액션과 그의 작품이 갖고 있는 아이러니다. 어찌보면 애크로배틱 코미디의 선조 격인 찰리 채플린이 남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성룡이 주연 감독한 '프로젝트A 2'(Project A II, 1987년)도 마찬가지다. 전편에서 기발한 액션으로 웃음을 자아낸 성룡이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4년 ..

사쿠란 (블루레이)

롭 마샬 감독의 '게이샤의 추억'이 운명에 순응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면 니나가와 미카 감독의 '사쿠란'(2007년)은 정 반대로 운명을 개척하는 강인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에도 시대, 어린 나이에 유곽에 팔려온 소녀가 최고의 게이샤가 되기까지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대단히 감각적이다. 사진작가인 미카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색감이 더 할 수 없이 강렬하다. 온통 인주처럼 묻어나는 강렬한 주홍색이 지배하는 영상은 눈이 부실 정도. 너무나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은 츠치야 안나가 연기한 여주인공 키요하의 성격과 삶을 나타내는 듯 하다. 실제로 키요하는 게이샤로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사랑을 찾아 부귀영화를 포기할 줄 아는 주체적 여성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젝트A (블루레이)

성룡이 각본을 쓰고 주연, 감독까지 한 '프로젝트A'(Project A, 1983년)는 성룡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은 영화다. 워낙 이소룡을 좋아했기 때문에 '취권' '사형도수' 등 원숭이처럼 천방지축 날뛰는 액션으로 일관한 성룡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는데, 개봉 당시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고 성룡을 다시 보게 됐다. 해적을 소탕하는 홍콩 경찰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합이 잘 맞는 한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같다. 성룡 특유의 익살과 정교한 액션이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특히 부상을 마다않고 스턴트맨 없이 성룡이 직접 연기한 무술은 고난도 아크로배틱에 가깝다. 이 작품이 성공하며 4년 뒤 속편도 등장했고, '폴리스스토리' '용형호제' 시리즈 등 성룡의 부상이 화제가 된 히트작이 줄줄이 나온다. 아무튼 무술..

섬 (블루레이)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섬'(2000년)이 DVD로 국내 출시된 것은 2004년이다. 미국보다 1년 늦게 출시됐는데, 그때까지 나온 김기덕 영화 중에 '섬'과 '나쁜 남자'를 가장 좋아한다. 이 작품은 그때까지 가학, 잔혹 영상으로 대표되는 김감독 작품답지 않게 영상이 아름다워 눈길을 끌었다. 이전 작품들도 그림을 그렸던 김 감독의 특성을 십분 살려 회화적 느낌을 강조하긴 했지만 서정적이거나 아름다운 영상은 이 작품이 한 수 위다. 이전 작품들에서 그가 승부를 걸었던 것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강한 연기였다. 아무래도 제작비의 한계상 영상에 공을 들이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르다. 고즈넉히 안개가 깔린 거대한 저수지 위로 낚시집들이 떠 있는 풍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