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5/05 8

이블데드 (블루레이)

1980년대 비디오 가게에서 꼭 빌려봐야 하는 필수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주로 성인물 아니면 공포물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데드'(The Evil Dead, 1981년)다. 요즘처럼 컴퓨터그래픽이 발달한 시각에서 보면 어설프고 유치해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공포영화였다. 마치 악령이 빠르게 미끄러지며 다가오는 듯한 낮은 앵글의 카메라와 삐딱하게 사선으로 기운 카메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끔찍한 효과음은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불어 넣으며 심장을 오그라붙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 이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 본 가장 끔찍하게 무서운 공포물"이라고 평했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샘 레이미라는 젊은이와 주연배우인 브루스 캠벨을 일약 유명하게 만..

투모로우랜드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주말이면 빼놓지 않고 봤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번 다른 에피소드의 극영화들을 소개하던 '디즈니랜드'였다. 때로는 현실세계의 미담을, 때로는 공상과학이나 동화같은 이야기를 펼쳐놓던 '디즈니랜드'는 동화책과 더불어 동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어려서 봤던 '디즈니랜드'를 영화로 옮긴다면 아마도 브래드 버드 감독의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 2015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디즈니가 제작한 이 영화는 우리가 아는 기이한 이야기와 환상과 동화가 적당히 섞인 현대판 판타지 같다. '백 투 더 퓨처'처럼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존재들이 세상을 구원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LA에 있는 디즈니랜드의 풍경과 어려서 상상했던 미래의 신기한 모습들이 적당히 섞여 ..

영화 2015.05.30

황금날개 123 (블루레이)

김청기 감독은 1970년대 우리 애니메이션계를 이끌었던 대부 같은 존재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동네 극장에서 개봉한 '로보트 태권V'를 비롯해 '똘이장군' 시리즈, '삼국지' 시리즈, '우뢰매' 시리즈 등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방학때마다 줄줄이 히트작을 하나씩 터뜨렸다. 물론 그의 작품 상당수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베낀 흔적이 역력해 비판을 받는다. '로보트 태권V'는 마징가나 그레이트마징가 시리즈, '황금날개'는 바벨2세, '은하함대 지구호'는 우주전함 V호, '날아라 원더공주'는 원더우먼을 연상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청기와 그의 작품들은 소중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이름들이다. 1978년 1월에 개봉한 '황금날개 1,2,3'도 마찬가지. 김청기 감독은 3탄까지 줄줄이 내놓은..

매드 맥스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이 흥행하던 시절 꼭 봐야 하는 목록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였다. 일약 무명의 호주 청년 두 사람, 즉 밀러 감독과 멜 깁슨을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이 시리즈는 3부작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극장에서 먼저 본 것은 가장 떨어진다는 티나 터너 출연작인 3부였는데 1,2편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로 1,2편을 빌려보니 왜 3편이 졸작이란 소리를 들었는 지 알 만 했다. 그만큼 1,2편은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캐릭터도 독특했으며 자동차 추격전을 긴장감 넘치게 연출했다. 실로 오랜만에 조지 밀러 감독이 다시 만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2015년)는 매드 맥스 시리즈..

영화 2015.05.22

빅 히어로 (블루레이)

일본의 마징가Z와 여기 영향을 받은 로보트 태권V로 대표되는 1970년대 흑백TV와 극장에서 만난 로봇물들은 특징이 있었다. 높은 건물만한 로봇 몸체 안에 사람이 비행체를 타고 결합해 조종하고, 거대한 주먹을 미사일처럼 발사해 적을 쓰러 트렸다. 한마디로 사람이 조종대로 움직이는 기계에 가깝다. 하지만 1990년대 등장한 '자이언트 로보'나 '아이언 자이언트' 등 일본과 미국 로봇물들은 성격이 다르다. 이들은 화려한 기능은 없지만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정해진 원칙에 따라 움직이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기계라기 보다 친구에 가까운 개념이다. 월트디즈니가 마블과 손잡고 내놓은 '빅 히어로'(Big Hero 6, 2014년)는 작품의 배경이 된 동,서양의 만남 못지 않게 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