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2 5

바보들의 행진(블루레이)

1970년대, 80년대 금지곡 중에는 영화음악이 많았다. 영화 '별들의 고향'에 나왔던 윤시내의 '나는 열아홉살이에요',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암울했던 시기여서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가사에도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최고봉은 단연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나온 송창식의 노래들이다. 지금은 CD로 OST까지 나왔지만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가 폐지된 1996년까지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왜 불러' 등은 방송에서 들을 수 없고, 음반판매도 할 수 없는 금지곡이었다. 그래서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년)을 떠올리면 영상보다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영화도 거칠것 없는 가사의 노래만큼이나 파격적이다. 미..

꼬마 니콜라(블루레이)

1980년대 초반 태멘에서 번역 출판한 파란색 표지의 '꼬마 니콜라'는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악동이라고 부를만한 프랑스의 철부지 초등학생이 친구들과 벌이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모아 놓았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작고한 조흔파 선생의 '얄개전'이 생각난다. 태멘은 1권이 베스트셀러로 성공하자 2,3권도 번역 출간해 1권과 마찬가지로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이 인기를 끈 것은 르네 고시니가 쓴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장 자크 상뻬가 그린 간결한 펜 터치 삽화 덕분이다.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그림은 만화책으로 착각할 만큼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로랑 티라르 감독이 만든 '꼬마 니콜라'(Le Petit Nicolas, 2009년)는 전세계적으로 1,800만부 이상 팔린 원작에 ..

빅 쇼트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 쇼트'(The Big Short, 2015년)는 독특한 영화다.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드라마다. '4명의 괴짜 천재들이 월가를 물먹였다'는 식의 홍보문구를 보면 '스팅'이나 '이탈리안잡' '오션스 일레븐' 식의 머리좋은 사기꾼들 얘기를 떠올릴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적 경제위기의 원인을 다루고 있다.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발생했는데 리먼 사태의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을 주로 다룬 뉴센트리파이낸셜의 파산이었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3가지가 있는데 신용이 좋은 사람들을 상대로 한 프라임, 중간단계인 ..

영화 2016.02.09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블루레이)

영국의 마크 허먼 감독이 만든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년)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다. 내용은 제 2 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세운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둘러 싸고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이 작품이 특이한 것은 독일군 수용소장의 아들을 주인공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그동안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다룬 '홀로코스트'나 '쉰들러리스트' '피아니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영화들은 유대인 관점이나 유대인을 돕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다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가해자인 나치 독일군의 아들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본다. 가해자이지만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느끼는 엄청난 충격과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담담하게 그렸는데, ..

앤트맨 (블루레이)

마블코믹스에서 만든 슈퍼 히어로물 '앤트맨'(Ant-Man, 2015년)은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개미만큼 작아지는 능력을 지녔다. 이를 통해 영화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미지의 존재가 지닌 가공할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대부분의 공포물이 그렇듯, 공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서 비롯된다. 영화 속 악당들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마치 투명인간 같은 주인공에게 극한의 공포를 느낀다. 재미있는 것은 앤트맨의 시각에서 바라 본 세상이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 물건들이 그의 시각에서는 놀라운 존재로 다시 보인다.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은 그야말로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장난감 기차는 거대한 괴물이 돼 달려든다. 여기서 영화는 역설적 존재들이 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