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3 9

파이란 (블루레이)

최민식의 연기력이 빛나는 영화 '파이란'(2001년)은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한 작품이다. 별 볼일 없는 아사다 지로의 원작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로 바꿔놓은 것은 송해성 감독의 돋보이는 연출력이다. 송 감독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인물들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다. 이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지나친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절제되며 깔끔한 영상을 연출해 극 중 인물들에게 오히려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조폭 사무실 창 너머로 거친 조폭들의 움직임을 잡은 영상이나 파이란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처음 도착한 장면을 롱샷으로 잡은 장면 등은 보는 이를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더불어 강원도 바닷가 장면 등 화면을 꽉 채우는 서정적인 영상이 돋..

'비포 선셋'에 나온 그 서점, 파리의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도시인 파리는 곳곳에 유명 작가들의 흔적이 많이 묻어 있다.개중에는 유명 작가들과 얽힌 추억 속 장소이기도 하고 일부는 작품 속 배경이 됐다. 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곳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다.영화 '비포 선셋'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다시 재회하는 곳으로 등장하는 서점이다.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전경.] 1919년 11월에 미국 문학전문서점으로 파리의 세느 강변에 문을 얼어 100년이 넘은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 company)는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작지만 유서깊은 서점이다.서점 주인인 실비아 비치가 워낙 독특한 사람이어서 고가의 해외 서적을 판매 뿐 아니라 대여도 해줬고 가난한 문인들을 서점에서 재우기도 했다. 덕분에 앙드레 지드, 제..

여행 2016.03.23

오타루의 군고구마

이번 홋카이도(북해도) 여행길에 다시 찾은 오타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바로 군고구마 장수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군고구마 장수가 등장해서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작은 트럭을 개조해서 뒤쪽에 장비를 싣고 즉석에서 고구마를 구워 준다. [오타루의 사카이마치 거리에서 만난 군고구마 장수.] 고구마는 꽤 커다란데 이를 깨끗이 씻어서 구운 뒤 무게를 달아 그램 당 얼마씩 받았다. 예전에는 서울에도 겨울이면 꽤 군고구마 장수가 많이 보였는데 정작 서울에서 보기 힘든 군고구마 장수를 오타루에서 보니 너무 반가웠다. 맛이나 볼까하고 다가 갔더니 중국인 관광객들이 잔뜩 몰려 있어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돼 포기했다. 고구마 맛이야 크게 다를게 없겠지만 그래도 돌아서고 보니 약..

여행 2016.03.20

나쁜 남자 (블루레이)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2001년)는 '섬' 이후 가장 충격적이며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다. 영상이나 내용이 주는 충격은 여성의 자해 장면이 너무나 끔찍했던 '섬'이 더 강했지만 좋아하는 여인을 파멸로 몰아 넣어 소유하려는 극단적인 사랑이라는 구성이 '섬' 못지 않게 충격적이고 자극적이었다.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것은 사실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다른 곳에 있었다. 영화 개봉 전 TV 드라마 '피아노'가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 주인공이었던 조재현이 이 작품에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TV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스타 배우의 후광을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그를 걷어내더라도 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나름 김 감독의 주제 의식이 명확하게 표현됐고 파격적인 소재..

다시 찾은 비에이

[한겨울 비에이 날씨는 변덕스럽다. 구름이 끼고 눈발이 날리다가 해가 뜨기도 한다.] 홋카이도(북해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풍경을 꼽으라면 단연 비에이다. 비에이라는 지명은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 말로 비옥한 땅, 혹은 흐린 강이라는 뜻이 피이에에서 유래했다. 비에이는 홋카이도 가운데에 위치한 드넓은 벌판이다. 여름에는 이 곳이 보랏빛 라벤더를 비롯해 형형색색의 꽃밭으로 바뀌고 겨울에는 온통 설원이 펼쳐진다. 국내에는 예전에 배우 소지섭이 출연한 소니의 카메라 광고로 유명한 곳이다. 비에이 관광은 기차나 버스, 택시, 렌트카를 이용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현지 한국인 가이드를 통해 패치워크 로드나 파노라마 로드 등 코스별로 둘러보면 좀 더 편하다. [비에이의 명물인 흰수염 폭포.] ..

여행 201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