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5 18

크리드 (블루레이)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크리드'(Creed, 2015)는 록키 시리즈의 외전 같은 작품이다. 록키 시리즈를 창안한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존 G 아빌드센이 아닌 감독이 시리즈를 만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작품은 주인공이 록키가 아닌 록키 시리즈이다. 1,2편에서 록키의 적수였던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이 록키를 찾아와 스승으로 삼아 복서가 되는 얘기다. 과거 3편에서 아폴로가 록키를 찾아 그를 훈련시켜 클로버 랭이 연기한 미스터 T를 꺾은 것과 반대의 구조를 갖고 있다. 크리드는 록키가 믹키에게 옛날식으로 훈련을 받아 세계 챔피언을 상대하듯 록키에게 믹키의 방법을 전수받아 세계 챔피언과 맞붙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록키가 애드리언과 사랑을 나누듯 크리드는 가수인 비앙카와 연인이 된다. ..

퐁네프의 연인들(블루레이)

레오 카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Neuf, 1991년)은 파리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준 영화다.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연인들은 다리 위를 달리며 왈츠에 맞춰 춤을 추고, 수상 스키로 센 강을 누빌 때 마치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듯 양쪽에서 불꽃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런 그림들만 보면 파리는 더 할 수 없는 낭만의 도시이며 사랑의 도시이다. 물론 실제 파리에 가보면 사랑스러운 장소지만 영화처럼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은 아니다. 이는 모두 조작된 이미지다. 이 영화는 이미지에 공을 들인 레오 카락스 감독이 자신이 추구했던 누벨 이마주의 끝물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대중영화와 경계선에 서 있다. 레오 카락스는 장 자크 베네, 뤽 베송과 더불어 누벨 이마주..

엑스맨2 (블루레이)

갈등은 증폭되고 반목하는 집단간에 적대감이 더욱 고조진다. 당연히 증가한 분노만큼 싸움도 커져 요란한 파괴전이 벌어진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2'(X2, 2003년)는 전편보다 스케일이 한층 커졌고 메시지가 명확해졌다. 늘어난 돌연변이에 불안감을 느낀 장군이 돌연변이들의 씨를 말리기 위해 전쟁을 선포하며 엑스맨과 적대 세력간에 대대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잘못된 편견에 실어 엉뚱한 대상에게 쏟아붓는 여성혐오처럼 이 작품 속 돌연변이들은 분풀이의 대상이 됐다. 이들을 통해 싱어 감독은 다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사회의 굴절된 시선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하고 있다. 전편처럼 울버린을 중심으로 눈에서 광선을 내뿜는 사이클롭스, 폭풍을 부르는 스톰, 뛰어난 ..

그때 그사람들(블루레이)

그 날은 국민학교 6학년 가을 소풍 날이었다. 신나서 김밥을 싸들고 학교로 갔지만 소풍을 갈 수 없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한참을 지루하게 교실에 앉아있어야 했다. 나중에야 뒤늦게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충격이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나이였다. 나라의 가장 큰 어른 대접을 받던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리에 여학생들은 울고 불고 난리였다. 대통령 사망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10.26을 떠올리면 포승에 묶인 김재규가 상 앞에 앉아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현장 재현을 하는 사진과 대통령 장례식날 주저앉아 땅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당시 박전희 전 대통령은 곧잘..

비밀 (블루레이)

빙의(憑依)란 다른 영혼이 사람의 육신을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무속에서 귀신들림이라고 말하는 현상으로, 신 내림을 받았다고 하는 무당들한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다른 영혼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고 빙의를 다중인격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비밀'(1999년)은 바로 빙의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백야행'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독특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영혼이 하필 고교생인 딸의 몸으로 스며든 것. 졸지에 남편은 아내같은 딸과 부부 생활 아닌 부부 생활을 한다. 대충 짐작이 가듯 이 기묘한 상황은 적당히 애틋하고 어느 정도 에로틱하며 살짝 유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