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7 9

로마의 변화-판테온 &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과 판테온은 로마 제국 시대와 확연하게 달라진 로마의 모습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판테온이 제국 시대의 황혼이라면 비토리아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은 새로운 이탈리아의 출발이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Monumento di Vittorio Emmanuele)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은 이탈리아 통일에 관련된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포로 로마노를 둘러보고 빠져 나오면 온통 하얀색의 거대한 건물을 보게 된다. 바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는 이탈리아를 처음으로 통일한 왕이다. 1849년부터 1861년까지 피에몬테, 사보이아, 사르데냐 왕국을 다르셨던 그는 당시 거대 제국이었던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여 이탈리아 통일의 기틀..

여행 2016.07.31

부산행

좀비 영화의 묘미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좀비들을 피해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살아남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맥을 잘 짚었다. 오로지 추격전에만 집중해 좀비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렸기 때문. 어떻게 좀비가 됐으며 어떻게 해결하는 지 군더더기 같은 얘기들을 모두 잘라내고 사람과 좀비의 추격전에만 집중했다. 좀비의 등장은 간단한 인트로 컷으로 처리했고 해결 과정은 관객의 상상에 맡겼다. 특히 이 작품은 부산행 KTX라는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삼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달리는 기차라는 폐쇄공간을 이용해 마구 몰려오는 좀비떼의 공격을 극대화한 것. 어떤 인물들이 기차에 타고 있으며 이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간략한 장면들만 설명..

영화 2016.07.30

안티크라이스트(블루레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 크라이스트'(Antichrist, 2009년)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09년 칸영화제 기자회견이다. 당시 영화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던진 질문이 화제였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해명하시오." "해명? 해명을 하라고?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나. 본 그대로 느끼면 된다. 감독이 작품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난 그럴 수 없다." 기자도 만만찮았지만 그의 당돌한 질문에 화가 난 트리에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이다. 나보다 더 뛰어난 감독은 보지 못했다. 물론 모든 것을 창조한 하나님은 나보다 위대하다." 급기야 트리에 감독이 스스로를 가리켜 '하늘 아래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고 천명하게 만든..

로마의 시작-팔라티노, 포로로마노, 콜로세움

로마의 남동쪽 유적지를 돌아보려면 치르코 맛시모, 팔라티노,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를 한꺼번에 묶어서 돌아 보는게 좋다. 단, 포로 로마노의 경우 햇볕을 피할 만한 그늘이 많지 않으니 한여름에는 볕이 강한 오후 12~3시 사이에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 치르코 맛시모(Circo Massimo) * [드넓은 공터인 치르코 맛시모. 건너편에 팔라티노 언덕이 보인다.] 찰튼 헤스톤이 주연했던 영화 '벤허'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전차 경주다. 벤허를 시기해 죽이려는 메살라와 목숨을 걸고 벌이는 전차 경주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로마 제국 시절 전차 경주가 벌어진 곳이 바로 치르코 맛시모이다. 아벤티노 언덕과 팔라티노 언덕 사이 얕은 골짜기에 자리잡은 이곳은 원래 이름이 라틴어로 대경기장이라는 뜻의 키르..

여행 2016.07.24

빅 쇼트 (블루레이)

사람들에게 근래 겪은 국가적 어려움을 꼽으라면 대부분 1997년 IMF 사태를 든다. 처음으로 국가가 외화 부족으로 부도 위기를 맞아 빚을 졌고, 큰 기업이 잇따라 무너졌으며 그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겪으며 평생 직장으로 알았던 곳에서 쫓겨 났기 때문이다.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국민들은 대대적으로 진행된 금모으기에 아기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열성적으로 참여해 생각보다 빨리 IMF 체제에서 벗어났다. 그럴 수 있었던 이면에는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과 더불어 우리가 물건을 팔 수 있었던 세계 시장이 버티고 있었다. 즉 IMF가 국가적 사태이기는 했지만 우리만의 일이었고 해외 각국은 괜찮았기에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물건을 팔 시장이 존재했다. 하지만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