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8 8

드레스메이커 (블루레이)

호주의 여류 감독인 조셀린 무어하우스의 '드레스메이커'(The Dressmaker, 2015년)는 황량한 호주 오지 마을의 느낌을 미스테리풍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오래전 마을에서 추방됐던 여인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마을을 떠난 소녀는 일류 의상 디자이너가 돼 돌아와서 마을에 일대 패션바람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어린 시절 벌어졌던 사건의 미스테리를 푸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마치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는 뜨개질처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숨은 이야기가 하나 하나 펼쳐지면서 흥미를 돋군다. 이야기의 전개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의상이다. 제 2차 세계대전 기간 억눌렸던 사람들의 욕망이 화려하게 분출한 1950년..

보르게세 미술관의 카라바조

보르게세 공원은 로마의 센트럴파크 같은 곳이다. 로마인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즐겨 찾는 곳으로 꽤 큰 개방 공원이다. 17세기초 중세 이탈리아의 유력 집안인 보르게세 가문에서 사들인 부지 위에 시피오네 보르게세 추기경이 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한 복판에 가문에서 지은 건물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요즘 미술관으로 쓰이는 보르게세 미술관(Galleria Borghese)이다. [보르게세 공원 한 복판에 위치한 보르게세 미술관. 과거 보르게세 가문이 배출한 추기경의 별장이었다.] 1615년 네델란드 건축가 산텐이 보르게세 추기경의 별장으로 세운 이 건물은 1891년 가문의 파산으로 문을 닫게 됐다. 그러나 정부에서 여기 보관됐던 예술품과 함께 이 건물을 사들여 1901년 미술관으로 바꿔 일반에 공개했다. ..

여행 2016.08.27

헌츠맨 윈터스 워(블루레이)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 감독의 '헌츠맨 윈터스 워'(The Huntsman: Winter's War, 2016년)는 뜻하지 않게 파생된 시리즈 물이다. 동화 백설공주를 비튼 전작인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http://wolfpack.tistory.com/search/스노우%20화이트)이 원래 3부작으로 기획됐는데, 주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감독 루퍼트 샌더스와 염문을 뿌리면서 두 사람 모두 시리즈를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계획 자체가 틀어졌다. 백설공주 시리즈에서 백설공주가 사라졌으니 남은 조연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 밖에 없게 됐다. 그 바람에 이야기의 구심점은 백설공주가 아닌 강력한 조력자였던 사냥꾼을 중심으로 흘러 간다. 하지만 역시 급조한 시리즈의 티가 난다. 전작에서 불의의 권력에..

로마의 카라바조 - 도리아 팜필리 궁전,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

이탈리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베르니니 등 워낙 유명한 화가들이 많이 활동한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꼭 작품을 보고 싶은 화가가 있다. 바로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다. 그의 그림은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목을 자르는 장면처럼 과격한 소재도 인상적이지만 빛과 어둠을 적절하게 사용해 극적인 순간을 강하게 부각시킨 그림들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도리아 팜필리 궁전에 전시된 카라바조의 그림 '이집트 피난길의 휴식'.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천사 앞에 악보를 받쳐든 남편 요셉 등 성 가족을 그린 그림인데 이전 그림들과 달리 맨발에 쭈글쭈글한 얼굴 등 지극히 서민적인 모습이어서 논란이 됐다.] 본명이 미켈란젤로 메리시인 ..

여행 2016.08.15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블루레이)

혹성탈출 시리즈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프랭클린 샤프너 감독이 1969년에 만든 오리지널 '혹성탈출' 시리즈 만큼 충격을 줄 수 없다. 오리지널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 보여준 가공할 공포에 가까운 반전의 충격 영상을 능가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그 이후 2000년대 들어 나온 리메이크작들이 선택한 것은 충격 대신 실감이었다. 얼마나 리얼한 영상과 특수효과로 원작이 보여주지 못한 사실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느냐에 승부를 걸었는데, 현명한 선택이다. 갈 수록 진화하는 컴퓨터 기술은 원작의 분장도 놀라웠지만 이를 뛰어 넘는 생동감을 영화에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매트 리브스 감독이 만든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년)은 이야기의 완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