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10 7

더 문(블루레이)

한동안 미국과 구 소련이 우주 개발에 열심히 매달리더니 최근 중국 일본까지 가세했다. 특히 이들은 달 탐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은 달에 사람이 다녀왔고 구 소련과 중국도 무인 우주선을 달에 보냈다. 일본도 2019년까지 달에 탐사선을 보내 달 표면을 조사할 계획이다. 도대체 달에 무엇이 있길래 저 야단일까 늘 궁금했는데, 그 답을 던칸 존스 감독의 '더 문'(Moon, 2009년)이 알려줬다. 이 영화는 달에 혼자 남아서 헬륨3를 채굴해 지구로 보내는 사람을 다뤘다. 물론 헬륨3 채굴 과정은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됐지만 달에 헬륨3가 묻혀 있는 것은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고, 세계 각국이 여기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헬륨3를 원자력 발전의 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성자 2..

아이언 자이언트(블루레이)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의 '아이언 자이언트'(The Iron Giant, 1999년)는 흔히 말하는 저주받은 걸작 애니메이션이다. 지금은 DVD 타이틀 등으로 많이 알려지며 평가가 달라졌지만 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그 이유가 내용이 재미없거나 부실하게 만들어 그런 것이 아니라 배급사인 워너에서 마케팅에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드 감독이나 제작진으로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저주받은 걸작 이 작품이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사람들에게 걸작으로 뒤늦게 인정받은 것은 따뜻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 때문이다. 내용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미국 록웰에 느닷없이 나타난 외계 로봇과 소년이 친구가 되는 ..

에베레스트 (블루레이)

산악영화의 기본적인 도식은 험한 자연환경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클리프행어'나 '얼라이드' 같은 작위적 드라마나 '노스페이스'나 '히말라야' 같은 실화를 다룬 산악영화들은 행, 불행으로 갈리는 결말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기본적인 도식은 같다. 달라지는 것은 장소와 등장인물들이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얼마나 극적인 사투를 벌이느냐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산악영화는 재난영화나 마찬가지다. 극적인 자연 환경이 악역을 맡아 이야기의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를 배우들의 드라마가 끌어 간다. 결국 볼거리와 캐릭터로 승부하는 셈이다.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에베레스트'(Everest, 2015년)는 그런 점에서 성공한 산악 영화다. 8,848m의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봉우리와 여..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마르크 카로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The City Of Lost Children, 1995년)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사랑스런 동화가 아니라 약간은 음침하며 습하고 어둡다. 젊어지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한 뒤 꿈을 빫아들이는 과학자와 어린 동생을 잃어버린 거한, 도시의 뒷골목을 누비는 어린 도둑들, 벼룩을 이용한 암살자와 이를 부리는 샴 쌍둥이 자매 등 캐릭터부터 특이하다. 이들이 뒤섞여 업치락 뒤치락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네 감독은 이를 통해 잃어버린 동심에 대한 향수와 각박하고 메마른 어른들의 세계를 그렸다.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특이한 캐릭터와 더불어 감독이 꾸민 세계다. 시대를 알 수 없는 암울한 세계와 허름..

해피엔드 (블루레이)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1999년)가 개봉한 지 벌써 17년이 지났다. 앳된 소녀 같은 얼굴의 전도연과 젊은 청년의 모습이 역력한 최민식, CCTV도 보이지 않고 휴대폰 조차 흔치 않아 유선전화를 이용해 밀회를 나누는 장면 등에서 지나간 세월의 깊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은 불륜이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다뤘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남편이 절망과 분노 끝에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통속극에서 다루는 흔한 소재이고 배반당한 사람의 복수라는 상투적인 흐름으로 이어지지만 결말을 알면서도 과정 자체가 궁금해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이야기를 농밀하게 풀어내고 장면들을 짜임새 있게 엮어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IMF 이후 실직한 가장들의 불안한..